자잘 스토리 9 - 001 - 어느 소심인의 새해

by 배져니






1


연초부터 새벽에 24시간 여는 곳에 앉아 글을 썼다.

폰에 저장된 음악을 듣다가 배터리가 25%까지 떨어졌는데,

아무래도 연락 올 곳도 있는데 자칫 방전되어 연락을 못 받으면

어떻게 하나 싶었다.

보조배터리를 가져왔는데, 그 보조배터리를 충전 안 하고 들고 왔더라.

난... 허당...

그래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직원에게 폰 충전을 슬며시 부탁해 봤으나...

모르겠다, 직원 재량으로 해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건만,

난 폰이나 보조배터리나 둘 중 하나라도 충전을 할 수 있으려나 하고 들고 갔는데,

어쩌면 그걸 본 직원 입장에서는

폰이랑 배터리랑 염치없이 다 충전해달라고 하는 진상 고객으로 여겨졌을지도,

아무튼 정중히 충전 기기가 없다고 거절당했다.


어쩌겠는가... 2층 창가에서 잠시 멍 때리고 난감해 하고 있는데,

내 시야에 들어온 사람이 있었다.

사실 사람보다는 물건이 들어왔다.

1인석에 앉아있던 그 남자분 옆에는 콘센트가 있는 자리였는데,

무슨 전기 코드가 잔뜩 있었다.


일단 살펴보러 갔는데 눈이 딱! 마주쳐서,


"... 배터리가 나가서 난감한데 여기 전깃줄이.. 주렁주렁해서요...."


...라고 말하고 뻘쭘해서 다음 말을....


'... 뭐 하시는 사람인가요?....'라고 물을 뻔했다.


그 남자분은 충전을 하면서 폰 두개로 게임을 하고 계시더라...

그리고 다른 콘센트에는 뭔지 모를 전선이 연결되어 있고....

진정 뭐 하는 사람인지 궁금했으나... 내 목적은 충전...

내가 요즘 사람을 안 만나서 말도 버버 거리고 낯도 심하게 가려서

그냥... 정말 뻘쭘해서 우물쭈물 버버하고 있었더니,

그분이 충전 어댑터를 하나 빼주면서,


"가져가서 쓰시고 돌려주세요."


...라고 하더라.

아니? 이렇게 쉽게?




2


감사해서 음료 하나 사다 드리려고 1층 오더기로 갔는데,

그 많던 오더기가 다 사용이 중지되고 1대만 켜져 있었다.

밤 12시가 넘으니 사람이 적어져서 그렇게 한 모양이었다.

작동되는 오더기에는 어느 여자분이 메뉴를 고르고 계셨다.

나는 그분 뒤로 가서 섰다.

여자분은 고민이 되시는지 한참 고르고 누르고 하시다가 문득

뒤를 바라봤는데 두 명이 더 있는 거였다.

여자분은 좀 당황하시더니... 주변을 살피고는, 바로 뒤에 있는 나를 보고,


".. 어... 아.. 다 꺼졌구나... 먼저 하실래요?

저는 시간이.. 좀... 걸려서..."


"... 음... 저도... 마찬가지라서... 그냥.. (하셔요)."


여자분은 풋 웃으시더니 내 뒤를 보다가


"저는...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아서요... 먼저 하세요."


...라고 하고 뒤로 빠진다. 나도 뒤를 보니,

키 190cm의 거구 남자가 여자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냥 크다 뿐이지 멀쩡한 사람이긴 했는데...

뭔가 쫌 겁나서 45초 컷으로 주문을 끝냈다.




3


집에 돌아와서... 이제 보조배터리를 사용하지만,

어댑터 이용의 시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추세가 공용 시설에서 콘센트 사용을 쉽게 해놓은 것 같으니 말이다.


그래서 c 핀을 두 개 꽂을 수 있는 듀오 어댑터를 하나 구입했다.

집에 어댑터가 모자라기도 했고, 잘 됐지 싶다.

근데... 소심해서,


'저질품 썼다가 불나면 어떠케.'


...라고 생각.... 비싼 정품으로 구입.

연초부터 자꾸 돈 쓴다, 흠.




4


내일 32인치 모니터가 새로 들어온다.

모니터가 너무 오래되어서 하루가 끝나면 눈이 시고 눈물이 났지만...

멀쩡히 작동은 되니... 버릴 수가 없었다(,젠장).

그러다가 드디어 화면에 액정 한 줄 선이 나가고,

뒤이어서 전원을 켜면 10분 후에 화면이 켜지기 일쑤....

이런 것을 두고, 브라보! 고장! 원더풀 고장!


이렇듯 감사히 고장이 나서 새 모니터를 장만한다.

져니의 새해에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아하핫!




5


어린아이 된 기분 같은 새해맞이 가 되었기를, 모두에게 기원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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