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잘 스토리 9 - 002 - 형국 님을 찾습니다

by 배져니






1


어릴 적에 빨주노초파남보 7색 무지개에 대해 배웠고,

귤은 노란색, 사과는 빨간색, 파는 초록색... 등등..

사물과 대입하며 색상의 이름을 배웠다.

어릴 때에도 집에 콕 박혀있었기에, 세상에 얼마나 많은 색상이

있는지 잘 몰랐다. 그냥 일곱 색과 흰색, 검정, 회색... 이렇게

알면 모든 색을 알고 있는 거라고 느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어린이 소설전집을 읽을 시기였을 것이다.




2


그중에서도 [로빈 후드]를 읽을 때였다.


로빈 후드 일행이 관리자들에게

'축제일에 사람들의 의상 색을 통일하자.'라고,

'노란색 옷감을 제공하겠다.'라고 제안했다나?


아무튼 그래서 축제일에 모든 사람이 똑같은 노란 천으로

옷을 만들어 입고 나왔다. 거리마다 온통 노란색이었고

로빈후드 일행은 관리자들을 골탕 먹이는 의적활동을 하고

거리를 빠져나가는데 그들도 노란 옷을 입었으며,

결국 온통 노랗고 환한 색에 눈이 현혹되어

병사들이 그들을 구별하지 못해서 잡지 못하게 된다는,

로빈후드 일행이 무사히 빠져나온다는 내용이었다.


그 내용에서 노란색의 거리, 노란색 옷 천지의 사람들...

대낮에 노란색은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환할 것이고,

노란색의 특성상 정말 온통 노란색이면,

보는 사람은 눈이 아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간 귤 세 개, 노란색 연필 한 개... 이런 조그마한 것만 보다가,

색의 물결, 이를테면 책 내용처럼 노란색이 거대한 면적이 이루는,

노란 옷의 향연, 노란 물결의 축제일....

그 색의 면적이 주는 시각적 자극이 어떠한 것인지를 막연하게나마

상상하여 알 수 있게 하는 순간이었다.

색깔이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달까.




3


그 축제날의 행적이 너무 재미있어서 반복해 읽었었는데,

나는 어쩐지 그렇게 나쁜 놈들을 정의롭게 한방 먹이는,

그런 소설을 좋아했더라.

[홍길동 전]도 그래서 좋아했다.

홍길동과 로빈 후드가 되게 비슷하지 않은가?

출간이 늦은 작품이 빠른 작품을 참고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이다.

뭐가 비슷하냐고?




4


로빈이도 길동이도, 걔네 둘 다 숲속에서 뛰노는 애들 아니었는가.

그러다가 무리 모아서 의적 활동하고, 나쁜 놈한테서 사람들을 구해주고...

세세한 에피소드야 다를지라도 골조가 비슷하다.


그렇게 힘없는 사람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내용을 읽으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정의를 실현하는 데에는 사람들의 협력이 있어야 하고,

그 방법이 꼭 매수나, 훔치기, 협박 같은 것이 아닌,

'노란 천으로 옷 만들어 입히기'와 같은...

기상천외한... 나에게는 정말 놀랍고 인상적인 방법으로 여겨졌고,

그런 방법을 강구할 수 있는 해박한 지식과

통찰 깊은 지혜가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근데 정말 소설이라지만, 그 시절 외쿡에서 전투에

컬러 전략을 썼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색상에 대한 특성을 잘 이해하고 적절하게 사용한 예라 하겠다.

소설 속에 그 방법을 강구한 전략가가 등장했다면,

요즘으로 따져보자면 그 사람은, 컬러리스트 자격증 소지자이지 않을까?

...농이다.




5


시민의 의복 색상이 화려할수록 나라의 분위기도 환하다고 하더라.

그럼 개인의 옷 색상이 그 개인의 인생 뉘앙스를 가늠하는 것도 가능하리라.


아닌 게 아니라 운이 좋아지려면 밝은색 옷을 입으라는 속설도 있으니까 말이다.


이번에 나는 옷 몇 벌을 주문했는데, 짙은 남 청회색류의 옷을 4벌,

핑크 티 1벌... 이렇게 주문했다.

내 주문 목록의 옷 색으로 나라는 사람의 상황 분위기를 체크한다면?

어둠침침한 가운데 꽃 한 송이가 날아드는 분위기랄까...

우엥.. 해석이 좋지 않다... 다시!


침착한 기틀이 쌓이다가 마침내 꽃 피는 형국이랄까... 음...

한결 낫다, 해석하기 나름이라니까, 아하핫핫핫! 이걸로 하자.


1월부터 나의 인생 뉘앙스는 꽃 피는 형국이리라~.

이왕 말 나와서 이렇게 된 김에,

형국 님을 찾습니다. 핑크색 좋아하는 형국 님 연락 주세요,

유사명 형세, 지세, 국면 님도 연락 주세요, 아핫탓탓탓!




6


농담이다.


옷 주문한 거 기다리다가... 써봤다.

요점은... 고운 색의 옷을 입자!...쯤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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