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잘 스토리 9 - 008 - 소소한 이야기

by 배져니






1


지인과 싸웠다.

분명 지인이 내 정보를 흘리고 있는 것 같은데,

아니라고 딱 잡아떼서 큰소리를 냈다.

끝까지 아니라고 하다가 구체적인 상황을 제시하자,

지인은 다른 이가 말했나 보다고 스리슬쩍 넘겨버린다.

그렇게 강경하게 나오다가 스리슬쩍 넘기려는 모습에

더 확신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더 이상의 추궁은 하지 않았다.




2


한 지인이 나를 떠봤다.

생뚱맞은 정보를 제시하면서 나에게 마구 권했다.

목적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지만,

한결같이 모르쇠 하면서 역으로,

혹시 어떤 SNS를 하냐고 물어봤다.

나는 그 플랫폼의 기능 하나를 물어보려고 했을 뿐인데,

지인이 화들짝 놀라면서 그 SNS를 하냐고 다시 내게 물었다.


그놈의 SNS는 뭐길래 이렇게 사람을 놀라게 하나?


나는 관계망 서비스를 거의 하지 않는다.

좋아요 하나도 잘 누르지 않는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그쪽에서 그 플랫폼이

워낙 핫했었기에 몇 가지 기능을 알고 싶어서

물어봤는데, 마치 내가 해선 안될 것을

물어보는 양 너무 놀라 하며 되물어서

내가 퍼뜩 놀랐다.




3


그런가 하면 다른 지인에게 전화가 왔다.

그 지인과는 자꾸 엇갈린다.

지인이 내가 필요할 때에는 내가 원치 않았고

내가 지인을 궁금해할 때에는 연락이 되지 않았다.

때마침 이번에 연락이 왔으나, 그 사이 많은 일이 있었고,

생각해 볼 때, 피차 좋을 게 없지 싶었다.

남보다 못한 지인이었다.




4


안경 쓴 남자를 봤다.

두꺼운 안경을 쓴 남자였다.

동그란 안경을 콤퍼스로 대고 그렸다면

그 중심에 콤퍼스 발로 눌러 자국 난 것과도 같은 눈이 있었다.

어찌나 작디 작은지 흔적 같은 눈이었다.


요즘 안경이 잘 나오던데.

그런 두꺼운 안경은 구하기도 힘들 텐데.

대체 어디서 그런 구식 안경을 샀는지 궁금했다.

물어보고 싶었지만 피차 바쁜 인생,

속으로 '공부를 열심히 하셨나 봐요.'하고

마음속으로 덕담을 하고(?) 지나쳤다.




5


드물게 완벽한 화장과 착장을 한 여성을 보았다.

음악당 근처에서 마주쳐서, 물어볼 게 있어서 질문을 했다.

그녀는 참하게 대답해 줬는데, 그 말씨와 태도가 너무

정중하고 아름다웠다.

뒤돌아 나오면서 슬쩍 말했다.


"연예인 같으세요."


나로서는 칭찬이라고 하고 나왔는데,

장소가 음악당이다 보니 어쩌면 그녀는 정말 연예인일지도 모를 일이다.


만약 연예계 인사였다면?

연예인에게 연예인 같다고 한 게... 과연 잘한 일이었을까?

못 알아본 걸 텐데?




6


55세를 꽉 채운 것 같은 여성분을 봤다.

흰머리가 듬성듬성하고 눈매는 부드러웠으나

뭔가 심지가 있어 보이고 뚝심이 있어 보이는 여성이었다.

맏며느리감처럼 보였으나 다소 젊은 축에 속하는 종갓집 시어머니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40대로 보이는 여성인데 되게 아름답고

옷도 영하게 입은 여성을 봤다.

머리 스타일마저 단정하고 한참 젊게 보이더라.

그 여성이 나이보다 한참 어려 보일 때,

머리 염색을 하지 않은, 맏며느리로 보이는 여성을 보고 나니,

내게 어떤 기제가 발동했다.

나이의 차이였을 뿐, 눈빛의 아름다움은 두 사람 다 막상막하였다.

그럼에도 나는 처음에 나이가 높은 여성을 좀 허술하게 여겼다.

머리 염색을 하지 않는 것으로 자기 관리를 안 한다고 치부했고

흰머리를 근거로 힘들게 살았나 하고 억측을 갖기도 했다.


그러나 나이를 먹은 건 다름 아닌 나였다.

전에는 정말 그러지 않았는데, 사람의 입성, 나이 등으로

사람의 격을 따지고 있으니, 내가 나이가 들어 변한 것 같다.


다시금 마음과 눈의 격을 조율한다.

사람의 격은, 옷차림도 참고하면서 언어와 태도와 눈빛으로

알아차려야 하는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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