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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도서관에 갔다.
뭔가 도서관이 많이 변했는데,
입실과 퇴실 관리가 모두 전산화되었더라.
여하간, 가지고 있던 회원카드를 기기에 대었더니...
띵~ 하고 오류 메시지가 떴다... 회원이 아니라고...
내가? 왜? 어째서? 와이?
여차저차 직원에게 물었더니 개인정보이용 수락을 연장 안 해서
정지되었단다. 그래서 새로 개인정보 넣고 등록,
새 회원카드를 만들었다.
근처에 볼 일이 있었던 터에 잠깐 들렀는데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잡아먹었다.
슥 들러서, 슥 이용하고, 스윽 나오려 했는데,
막상 새 카드 등록하느라 한갓지게 시간을 이용하지 못했다.
쫓기듯 회원 카드를 발급받고 겨우 진정하고 있자니
예정 시간이 다 되어서 얼른 도서관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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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뒤, 예정됐던 일을 해결하고 다시 도서관으로 향했다.
집을 나설 때, 일이 끝나면 카페에 가서 글을 쓰려 했는데,
잠깐 본 도서관 시설이 너무 잘 되어 있는 것이었다.
실내 온도, 습도, 채광이 쾌적하고 인테리어도 시원시원했으며
1인당 확보되는 자리도 널찍하고 게다가 자리마다 콘센트가 박혀있었다.
테이블은 다양했는데 티 테이블형이 있는가 하면
회의실 분위기의 테이블도 있고, 긴 곡선을 그리며 배치된 테이블들에
은은한 조명을 두어 흡사 카페 같은 분위기가 나는 것도 있었다.
놓인 것들이, 공부하는 고전적 '책상'이 아니라 휴식 테이블 같은 느낌이었다.
이러면 따로 카페를 갈 필요가 없겠더라.
둘러보니 사람들 사이로 개인 텀블러가 보였고,
음식물들은 보이지 않았다.
내 옆의 중년 남자분은 높낮이 조절 독서대를 세워두고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독서를 하고 계셨고,
다른 쪽 옆에는 강의 영상이 나오는 폰을 거치대에 올려두고
이어폰을 착용, 영상 수강하는 남자분이 계셨다.
다른 테이블에는 패드를 열어 검색하는 사람,
문제집 푸는 사람 등... 자유로웠다.
정말 이런 형식이면, 같은 차비 들여 굳이 번화가로 가기보다
한적한, 내가 좋아하는 한적한,
그 한적한 분위기의 도서관으로 발길을 옮겨도
충분히 호화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겠더라.
이날도 가볍게 2시간 이용하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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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근처에서 있었던 업무는....
이어지기를 바라고는 있지만 어쩐지 마무리가 된 것 같다.
너무 난관이 많아서 실력의 반도 발휘 못하고... 그냥... 느낌상.. 강제로 망했다.
'쒸원하게' 떨치고, 새로 발견한 도서관 환경을 생생하게
어머니께 전달드렸는데, 어머니는 막상
'망한' 일(아직 망하지는 않았으나 스스로 망했다고 단정하고 있는 일)에 대해 더 관심이 많으셨다.
나도 5일을 준비했는데 마음처럼 되지 않아서 안타깝기는 하다.
이미 마음을 많이 비웠다지만, 어쩐지 도서관 갈 때마다 그곳을 지나치게 되면.....
강제 망하게 되었음에도 강제 상기될 것 같으니...
오호통재라...
요즘 마음 같지 않게 자꾸 생각나는 일이 많아서 뇌가 '빠개질' 것 같은데,
심정 좋지 않게 상기 예약하는 일까지 생기겠구먼.
이러면 도서관엘 가? 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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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진짜 도서관 시설이 너무 근사하다.
원두커피, 티백도 가져가고 텀블러도 가져가서
취향껏 마시면서 글을 써 제낄까 한다.
지나가면서 망한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르면 어떡하냐고?
음... 본인은 선택적 망각이 가능하다.
핫핫... 결과는 내일 나오는데, 속상하다 싶으면, 기억 삭제, 지워버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