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한 수제비

by 배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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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서 수제비를 해주셨다.


된장을 바탕으로 다슬기를 넣어 만든 국물은 진하고 깊었으며, 밀가루와 도토리가루를 섞어 만든 수제비는 식감이 쫄깃했다. 거기에 채소 아욱을 넣어 풍미가 짙었다.


이 수제비를 그냥 수제비라고 부르면 실례이다. 복잡하지만 풀네임은 아욱 된장다슬기 도토리수제비, 다소 길지만 그렇게 불러야 한다. 뭐 하나 재료를 빼고 부르면 그 재료가 틀림없이 삐질 것 같다. 나는 이 수제비를 먹으며 너무 마음이 편해지고 진정되는 기분이었다. 굉장히 향토적이며 시골 느낌이 물씬 나서 마음이 좋아지고 이완되더라. 이 아욱 된장다슬기 도토리 수제비야 말로 힐링 음식이지 싶었다.


아버지는 국물을 드시며 말씀하신다.


"이런 건 나가서 사 먹을래도 못 찾아. 찾아서 먹더라도... 수제비지만 한 1만 원은 줘야 먹을 수 있을 껄."


아버지도 이 아.된.다.도 수제비를(길어서 좀 줄였음. 재료들아, 삐지지 말어.) 드시며 느낌이 참 좋으셨나 보다. 전날 약주를 하신 터에 해장이 되는 국물이었음에 틀림없다.


어머니는 그냥 묵묵히 수제비를 건져 드실 뿐이었다.


아버지의 칭찬의 말씀에 나도 한 마디 얹었다.


"아니요. 2만 5천 원. 내가 만들 수 있으면 안 팔 꺼예요. 두고두고 나 혼자 다 먹을 꺼야."


어머니는 여전히 별말씀이 없으셨다.


조용히 세 사람 모두 식사에 열중했다.


그릇을 비우고 아버지는 속이 풀리시는지 "어.. 허~"라는 감탄을 하시며 자리를 일어나셨다.

국물까지 다 마신 나는 "아! 맛있었다."라며 미식의 여운에 젖었다.


우리 어머니, 요리를 참 잘하시는구나. 우리 어머니가 계신 한 이런 힐링 음식을 다시 먹을 수 있겠구나. 우리 어머니 정말 셰프 못지않으시다. 나는 정말 행복하다, 이런 음식 솜씨의 어머니가 계셔서.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마침 그릇을 비운 어머니께서 말씀하신다.


"오늘은 유난히 맛있게 만들어졌네."


응? 이게 평소 실력이 아니라 유난히 잘 만들어진 '우연'이라는 말씀이신가?

칭찬의 말들 속에서 침묵하셨던 이유가......?



아니시겠지. 으...... 이날과 같은 환상적인 아.된.다.도 수제비를 다시 맛보기 위해서 천우신조와 같은 우연을 기다려야 한다면...... 그날이 언제인 줄 알고 기다린단 말인가.....


"왜 '유난히'인가요?"라고 여쭤보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다.

혹시 '우연히.'라고 하실까 봐.


식사시간 이후, 행복했다가 잠시 잠깐 수심에 잠겼었다.


그러나 어머니의 평균 요리 솜씨를 생각해 볼 때 쓸데없는 근심이었다.

다만 '유난'한 날이 자주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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