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날이 덥다. 간간이 선풍기를 켜는 날이 생겼다.
6월도 반이 지났고 얼마 뒤면 한 해의 상반기가 지나갈 것이다.
가방 메고 부지런히 배우러 다녔는데 내 안에 쌓인 것이 무엇인지 가늠이 안된다.
그저 콩나물시루를 생각할 따름이다.
시루에 콩을 넣고 물을 부어주면 대부분의 물은 아래로 빠져버리지만 신기하게도 콩나물은 자란다. 그래서 흔히들 '지금의 노력이 빠져버리는 물같이 덧없어 보이지만 결국에는 콩을 키우듯 성과를 맺게 할 것'이라는 비유로 쓰인다.
누가 생각한 비유인지 몰라도 참 기운을 솟게 한다.
여하튼 나도 그렇다. 차비들여서 지하철 타고 강남, 강북, 강서를 왔다 갔다 하면서 적어도 그 시간, 그 동네 지하철 이용객의 수 정도를 가늠하고 있다. 쓸데없는 것이라도 이게 콩나물 키우는 물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말이다.
2
그래도 가만히 생각해보면 느끼는 점이 있다.
전에 옷 만들기 강좌에 다녔을 때에는 수강생들이 온통 재봉틀이 어떤 게 좋고, 천은 어디서 사면 싸고, 바지 지퍼와 베개 지퍼는 어떻게 다르고 등을 말했었다.
심리학 강좌를 들을 때에는 한 수강생분이 마음이 편치 않았던 때를 이야기하고 그것이 어떤 감정에서 기인한 것인지를 말하고,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말씀하셨었다.
글쓰기 강좌를 들을 때에는 글 실력을 어떻게 높일지, 연습은 어떻게 해야 할지, 얼마만큼 연습을 해야 할지에 대해 질문들을 던졌다.
개성 뚜렷한 강좌일수록 그 강좌 내용에 특화(?)된 분들이 오신다.
아마도 그래서 '노는 물이 좋아야 한다'라고 하는 것 같다.
예쁜 옷을 만들고 싶은 사람이 카지노에 가서 옷 만드는 이야기를 하지는 않을 것이니까 말이다.
"여기 '예쁜 블라우스 만드는 법'칸에 칩 5개 걸겠습니다."
"콜! 받고 '날씬해 보이는 바지본 뜨는 법'칸에 칩 10개 더 걸겠소."
이런 일은 없으니까.
3
비슷한 사람끼리 모인다는 말은 맞는 것 같다.
'부자는 부자끼리 모이고 가난한 이는 가난한 이들끼리 모인다'라는 류의 생각은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부자도 가난한 이도 아니어서 확답은 못하겠다.
조금 다른 식으로 '취향과 성격과 수준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인다'라는 해석이 더 옳지 않을까 싶다. 때문에 좋은 취향과 좋은 성격과 좋은 수준(지식이든 교양이든 체력이든)을 가지는 것이 더 건전할 듯하다. 그런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다면 그게 진정한 잭팟이 아니겠는가.
4
지금 '노는 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다른 '노는 물'에 발 들여놔보는 것을 추천한다.
----------------------------------------------------
사람들은 의욕이 끝까지 가질 않는다고 말한다.
뭐, 목욕도 마찬가지 아닌가? 그래서 매일 하는 거다. 목욕도, 동기부여도.
-지그 지글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