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와 배려

시즌5-025

by 배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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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번 어느 날은 낮에 잠들어서 밤에 일어났다.

일어난 시간은 밤 9시였다.

나는 일어나서 화장실을 다녀왔고 내방으로 돌아와서 정신이 들 때까지 가만히 누워있었다.

좀 지나서 정신이 들자, 배가 고팠다. 먹을 것을 찾으러 주방으로 나갔다.

마침 어머니가 주방에서 뭔가를 하고 계셨다.

보니까, 달걀, 감자, 당근, 마요네즈를 버무려 샌드위치 소를 만들고 계셨다.

곧 소를 완성해 식빵에 발랐고 샌드위치가 완성되었다.

나는 그렇잖아도 입맛이 없어서 '무엇을 먹어야 할까?', 고민 중이었는데, 어머니가 때마침 그렇게 만드시고 계시니 정말 기분이 좋았다.


'나는 역시 먹을 복이 많아. 어쩜 타이밍도 딱 적절하게 샌드위치가 완성 직전일 때 먹을 것을 찾았을까? 아임 럭키 걸! 정말 행복하다. 운명의 여신은 나의 편!'


속으로 저렇게 '운명의 여신' 운운하며 즐거워하고 기뻐했다.








2


그런데 생각해보면... 운명의 여신이 편의를 봐주신 건 아닌 것 같다.





3


어머니는 음식은 뜨거울 때 먹어야 맛있다고 생각하시는 분이다.

그래서 가끔 저녁을 할 때에도, 아버지의 샤워 끝나는 시간을 예측해서 찌개를 올리고 가스불을 켠다던가, 가끔은 당신의 배고픔은 별로 생각지 않으시고 나의 허기를 체크하시며 내가 배고플 만한 때를 예측해 수제비를 뜨시기도 했다.

그렇게 만든 음식은 혀가 델 정도로 뜨겁지만 정말 맛있었다. 물론 어머니의 솜씨가 뛰어나서이고 더하여 뜨거워서 정말 맛있었다.

갓 만든 음식은 항상 훌륭했고 어머니는 그렇게 늘 상황과 상태를 봐가며 음식을 갓 만드셨다.


샌드위치는 뜨거울 때 먹는 음식은 아니지만, 어머니 생각을 추측하자면, 감자, 달걀을 마요네즈에 버무린 직후에 먹어야 신선하고 맛있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 실제 당근 같은 채소가 들어가면 소에 물이 생기기도 하니까 맞는 생각이신 것 같다.








4


안방에 계셨던 어머니는 내가 방문을 열고 화장실을 갔다 오는 소리를 들으셨나 보다. 자고 일어났으니 곧 잠꾸러기 딸내미가 배가 고플 것임을 예측하고 주방으로 나와서 미리 쪄놓은 감자와 달걀을 으깨신 듯하다.

나는 슬금슬금 나와서 샌드위치가 완성되는 것을 바라보다 그 자리에서 한 조각 집어먹었고, 이 모든 상황이 어머니의 예상 시나리오였으리라.


어쩐지....

내가 일어난 저녁 9시엔 아버지, 어머니 모두 식사를 끝내신 후였다.

배고픈 나머지 샌드위치를 후딱 먹으며 즐거워하던 내게 뭔가 좀 이상한 느낌은 있었다.

야식도 안 하시는 어머니가 굳이 그 저녁에 샌드위치를 만드신다는 게 좀 의아했는데, 생각해보니 그 모든 것이 어머니의 배려였음을 깨달았다. 신선한 샌드위치를 먹이려고 하신 마음의 배려였다.







5


'너 먹이려고 지금 하는 거야.'라고 생색이라도 내면 좋으시련만... 참.. 아무 말씀 없이 그렇게 만들어주시니..

아무튼 감동은 두 배이다.

혹여 '감동 두 배', 그걸 노리신 것일까? 그렇다면.. 좀.......... 지능형 마더, 대단하신걸~(^오^)b







6


배고플 때 샌드위치를 먹을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의 마음씀 때문이었다.

우리 어머니는 운명의 여신과 동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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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자신이 받은 것으로 인해 존경받지 않는다.

존경은 자신이 베푼 것에 대한 보답이다.


-캘빈 쿨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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