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상념

시즌5-028

by 배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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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게임에 빠졌다.

나는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내가 빠진 게임은 <지뢰 찾기>이다.


대학생 때 지뢰 게임을 어떻게 하는지 방식을 몰랐었는데 친구가 게임룰을 알려주었다. 그때 아주 간단한 10개의 지뢰가 숨겨져있는 게임을 겨우겨우 한 판 해냈고, 대부분은 지뢰가 터져버리는 게임을 하곤 했다. 익숙하지 않은 게임이라, 그리고 그 룰도 약간의 암기력이 있으면 유용한데 그걸 몰라서 자꾸 터져버리는 나머지, 그래서 내겐 당연히 재미가 없었다. 그 이후로 한 적이 거의 없었지 싶다.


그러다가 요 며칠 너무 심심해서 잠깐 지뢰 게임을 해봤다. 의외로 지뢰를 잘 찾아내었다.


65개의 지뢰를 7분 14초 만에 찾아내어 클리어했다. 잘 한 건지 아닌지 잘 모르겠지만, 그 옛날 10개의 지뢰 찾는 것을 겨우겨우 해내다가 이제는 65개의 지뢰를 찾아내니 이거 발전이 아닌가 싶다. 은근히 뭔가 머리도 좋아지는 느낌이라 계속했다. 그다음부터는 계속 패했지만 왠지 쬐끔만 더하면 다시 클리어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한 판하고, 다시 한 판하기를 반복했더니 새벽이 밝아오더라.


살짝 중독 느낌이 나서 식겁했다. 그러나 겁나는 마음과 상반되게 계속 게임을 했다.

그렇게 3일을 지뢰 찾기에 골몰하다가 드디어 지루함이 느껴져서 멈출 수 있었다.

중독 입문 단계에서 빠져나왔다고 생각한다. 놀라긴 했지만 게임이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음.. 다음엔 프리셀을 도전해볼까? (어...? 겁먹은 게 아니었나?)








2


마음이 바쁘다.

해야 할 일이 많은데 벌써 3일을 놀아버렸고 2월이 되었다.

한 살 더 나이를 먹었는데 그 옛날과 달라진, 혹은 발전한 점이 있다면 그건, 지뢰 찾기 능력밖에 없는 것 같다.

아니다, 너무 자학하지 말자. 발전하고 증가한 뭔가가 있을 것이다.


나이.. 몸무게... 배 둘레.... 아... 자학하지 말자니깐.... 아, 그래 있다...라고 먼저 말을 뱉어내고 찾는 중이다.... 아후..... 뭐가 있지? .... 사용하는 다이어리 개수가 늘었고.... 수량 내기로 작업물을 더 많이 하고 있고.......


아... 두 가지 밖에 없다니.... 아직 2월이라서 그렇다. 아마 12월이 되면 12개쯤 생겨있을 것이다.





마음만 바쁘다.

지금 내게 가장 많은 자원은 시간인데 그 시간을 알뜰하게 사용하지 못해서 안타깝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있으면서 마음마저 바쁘다면 엄청 열심히 작업을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러지 않고 있다.

핑계는 작업물만 잡고 있다고 좋은 게 나오는 것은 아니며, 사색이나 상념으로 내면을 비옥하게 해야 좋은 작업물이 나온다는 걸로 내세우고 있다.

이유대로라면 그렇게 사색을 많이 했으니 지금쯤 도통했어야 맞다.

아직 나는 붓다는 물론이고 도인도 되지 못했다. 하다못해 행세라도 그럴싸한 돌팔이 도인도 되지 못했다.


목표가 붓다는 아니지만 세상사에 대해 어느 정도 도통해야 좋은 작업물이 나오기 때문에 나는 도를 닦는 심정으로 사색을 한다.... 고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건 뻥이다. 나는 그냥 상념에 잠겨있고 그것이 지금 현재로는 아무런 이득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이 길고 긴 생각의 시간들이 내게 어떤 향상을 가져다 줄까? 뭔가를 가져다주기는 할까?

그런 질문으로 또 시간을 보내고, 주절주절 이렇게 쓰다가 다시 시간을 보낸다.










3


요즘 꿈을 위해 살라는 말이 그렇게나 많다.

예전에는 먹고살기 위해 노력하랬는데 이제는 꿈을 위해 노력하라고 한다.

좋은 말이지만 '꿈'이라는 말은 너무 아득하다.

멀리 있는 것 같고, 자칫 깨버릴 것 같고, 그럼에도 끝자락을 붙잡고 있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다.


나는 사실 '꿈을 꾼다'라는 말보다 '작업한다'라는 말을 더 잘 쓴다.

작업이라고 하면 노동하는 장인이 연상되고, 'OOO 작업'이라고 불릴 특수성이 있을 것 같고, '작업한다.'라고 지칭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위가 있어서 그것을 행하고 있는 현재 상황인 것 같다.

꿈을 꾸는 것은 큰 포부를 갖는 것이고, 작업을 하는 것은 꿈을 위해 현재 움직이는 것이다. 나에겐 'OO 작업한다'라는 말이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이게 다가온다.









4



마음은 바쁘고, 상념은 계속되고...

내가 무엇을 위해 이렇게 지내는 걸까?


게임중독(?)에 빠졌다가도 결국에는 빠져나와 해야 할 것은 작업이었고, 상념에 빠져서 자학하다가도 종국에는 작업 시간을 가져야 했다.

이렇게 주절주절 써 내려가고 나서 다음에 할 일은 작업이다.


작업에 대한 열의는 활활 타오르는데, 순조로이 작업되지는 않는다.


'야! 그게 쉬우면 꿈이겠냐? 쉬우면 웬만한 사람들이 다 할껄?

어려우니까 목표, 꿈이 되는 거야!

아? 너는 '작업'이라고 한다고? 노동하는 장인이 연상된다고?

너는 장인이 아니야. 장인들이 얼마나 일을 많이 하는 줄 알아?

너, 꼴랑 쬐끔 작업하면서 장인 소리를 들으려는 건 아니겠지? 정신 바짝 차려!'


내면의 훈계자가 저리 말하니.... 찔린다.

작업시간을 늘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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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이루어진다.

이루어질 가능성이 없었다면

애초에 자연이 우리를 꿈꾸게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 존 업다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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