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야기

시즌5-027

by 배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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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머니가 물으셨다.


"일기 쓰냐?"


"네. 써요."


"맨날 집에만 가만히 있는데 쓸 게 있냐?"


어머니는 내가 심심해 보이시는가 보다.


"제 내면에 전쟁과 평화가 공존해요."


전혀 심심하지 않다는 뉘앙스로 말씀드리니 어머니 푹 웃으신다.








2


어머니가 빵을 사오셨다. 제법 맛있다고 인정되는 빵집에서 사온 빵이었다.

아버지, 어머니, 나는 그 빵을 한 조각씩 먹었다.

다음날, 아버지는 속으로, 분명 저녁이나 새벽에 깨어있는 내가 그 빵을 먹어치울 거라고 생각하셨는데 의외로 줄어들지 않은 빵을 보고 이상하다고 느끼셨나 보다.

아버지는 나를 보며 말씀하셨다.


"왜 빵 안 먹었냐?"


그 빵이 맛없는 빵은 아니었으나 식감이나 맛이 내 취향은 아니어서 끌리지가 않았다.


"음.. 내가 좋아하는 빵이 아니에요. 별로 안 좋아하는 빵이라서요..."


그랬더니 아버지가 아주 진지한 어투로 말씀하셨다.


"좋네. 앞으로는 저 빵만 사다 놓고 먹으면 되겠구나."


고개를 갸웃하는 나를 보시고 웃으시는 아버지를 보고 나서야 농담인 줄을 알았다.







3


오빠는 평소엔 말도 잘 안 하고 오랜만에 나를 봐도 아는 체도 잘 안 한다.

오빠가 얼큰히 취해야 나는 비로소 오빠의 '예쁜' 동생이 된다.

취했을 때는 머리도 쓰다듬어주고 포옹도 간간이 한다.

그러나 멀쩡한 정신일 때는 옷깃도 스치지 않는다.

이거 동생을 예뻐하는 건지 아닌지, 원, 알 수가 없다.


가끔 미친 척 내가 애정 표현을 할 때가 있다.


"오빠, 보고 싶었어."


그럼 오빠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꺼져."


그렇게 말할 거면 미소는 왜 짓나?

아. 상처받았다.

젠장, 그래도 오빠라서 곧 돌아오는 생일에 무슨 선물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마음 같아서는 해외여행 비행기 표를 끊어주면서 '꺼져.'라고 복수하고 싶지만 나는 가난뱅이, 그냥 저렴한 무엇인가를 사주게 될 것 같다.

아.. 뭘 사주지?





4


가족은 마음에 온기를 준다.

신이 나를 사랑하샤, 정말 좋은 가정에다가 나를 넣어주신 것 같다.

신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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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란 자녀에게 사소한 것을 주어

아이를 행복하게 만들도록 만들어진 존재다.


-오그든 내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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