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일

우리는 조금 너그러워질 필요가 있다

by 삐딱한딴따라

요즘, 예전에 느끼지 못하던 답답함을 느끼는 경우가 빈번하다.


함께 세월을 먹으며 동행해온 가족,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린 시절 이른바 “극혐”하던 어른들의 일방통행식 밀어내기 대화를 그들에게서도 발견하게 된다.


심지어 때로는 누군가와 대화하던 나에게서도 그런 상황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럴 때는 더욱 아찔하다. 나는 절대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자신했기 때문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무조건 해야겠다는 잠재의식이 있는지, ‘주제 파악’이 안 되는 건지, 꼭 관철시키고 말겠다는 전투 의식이 가득한 건지 모르겠지만 어떤 주제가 오가도 결론은 정해진 말을 반드시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론상으로는 대화를 통해 상대를 설득하고 공감이나 동조하게 만들 수 있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대화의 기술부족'을 운운하기 이전에 이미 상대의 머릿속에 가득하고 완벽히 준비된 ‘결론’을 비껴나가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화'는 유·무형의 언어를 매개로 상대방과 소통하고 교감하는 것이다.

묻고 답할 수도 있으며 교감할 수도 있고 해답을 찾을 수도 있는 것이 대화이다. 물론 분명한 주제와 나아갈 방향이 있는 대화도 있겠지만 일상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대화는 단순한 교감과 공감을 목적으로 두는 경우가 많다.


사실 우리들이 나누는 대화의 주제는 흔히들 생각하는 ‘중요한 일’은 아니지만 일상의 다반사는 이렇게 ‘중요하지 않은 일’을 전달하고 교감하는 일로 가득하다. 이 ‘중요하지 않은 일’에 목숨 걸고 달려드는 매우 이상한 대화 때문에 상처 받고 냉담하며 단절되기도 한다.


대화는 여럿이 노래하는 중창과도 같다.

일방적으로 한소리를 밀어내면 음정은 맞을지 몰라도 소리의 조화를 찾지 못한다. 귀를 열고 다른 소리에 맞춰 강약과 피치를 조절하고 당기고 밀며 조화로운 소리를 내어야 한다. 직접 부르는 노래건, 다른 사람의 노래건 조화로운 노랫소리는 듣는 이에게 희열까지 느끼게 한다. 대화도 마찬가지다. 밀어내기만, 당기기만 하면 대화 자체가 재미나 의미도 없거니와 대화라는 사전적 의미 자체도 성립이 되질 않는다.


정치인들의 정치적인 의사결정을 위한 토론이나 회사에서 업무처리를 위한 회의 등, 반드시 어떠한 결론을 내려야 하는 경우에는 좀 더 치열하게 칼날이 오고 가는 박진감 있는 대화가 필요하다. 검증도 해봐야 하고 다른 의견도 들어야 하고 배경도 살펴봐야 하는 등 언어를 통해 부려야할 기술이 상당히 많은 작업이다.

“중요한 일”은 아니지만 서로 부대끼고 살아가는 우리들 삶 속에 맛있는 양념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주는 ‘중요하지 않은 일’에 대해 우리는 조금 더 넉넉하고 너그러워질 필요가 있다.

사실, 진짜 중요한 일은 이런 너그러움 속에서 내 삶을 좀 더 여유롭게 만들고 이 시대와 공간을 함께 살아가는 그들과의 교감을 좀 더 유연하게 하며 함께하는 내일을 단단하게 다지는 일이 아닐까 싶다.


숨 한번 참고 돌아보면 삶 속의 대부분의 일들은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로 결론이 난다. 좀 여유롭자.

그림협찬: 짱새(https://www.instagram.com/semi_j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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