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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콩 Oct 30. 2021

멕시코인들 사이에 낀 '한국인' 신입

기대와 부담 그리고 목표

나는 멕시코에 일하고 있는 신입사원이다.

처음 멕시코에 올 때만 해도 언어도 늘리고 경력도 쌓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기회라는 간단한 생각과 함께 멕시코 땅을 밟았지만 회사 내 현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우리가 흔히 아는 신입사원의 포지션과 다르게 이곳에서 내 업무를 잘 수행하는 것은 기본이고, 추후에 멕시코 친구들을 리드할 준비까지 해야 한다. 신입임에도 내가 일하고 있는 멕시코에선 나는 엄연한 '한국'이기 때문이다.


현재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는 신입을 채용하지 않는다. 사실 나도 다른 중소기업에서 짧게 일을 하다 운이 좋게 현재 회사에 채용된 케이스다.


처음 회사에 채용되었을 때는 짧은 경력의 신입을 뽑은 데에는 ‘분명 나를 좋게 보신 것이 아닐까’ 하는 근거 없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한국인들이 ‘아 애가 저번에 말했던?’이라고 하면서 지나갈 때마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어떤 선입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과 함께 ‘내가 더 열심히 해서 보여줘야겠다’라는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어찌 보면 회사가 나에게 현지인들보다 플러스알파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아마 나처럼 개발도상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서 일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월급을 적게 주어도 되는 현지인을 대신하여 그 자리에 한국인을 채용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한국인에게 바라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이 될 수도 있고 '업무수행능력'이 될 수도 있고 일종의 '헌신'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도 그것이 무엇인지 확실하지 않은 사실이 나를 힘들게 한다.


때로는 이것이 회사에서 한 걸음 더 뛰어다니게 하는 동기부여가 되기도 하지만, 어떤 날에는 이것이 큰 부담으로 다가와 '나처럼 나이 어린 신입에게 맞는 옷'인가 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최근 '회사가 내게 기대하는 것'과 '내가 느끼는 부담감'이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며 내가 꿈꿨던 멕시코 회사생활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작은 방법들을 생각해내어 실천하고 있다.

비록 일로 인해 육체적, 정신적 피로가 쌓이면서 꿈꿨던 것들이 희미해져 가지만, 끊임없이 나를 돌아보고 작은 실천들로 이어가니, 이전에 꿈꿨던 삶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는 나 자신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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