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콩 Apr 24. 2022

8개월 차에 신입 교육이라니

서류상으로는 1개월 차 신입

“제이크 너 다음 주에 교육 있어!”

“엥 무슨 교육?”

“신입 교육ㅋㅋ”

????”


지난주 금요일 평안히 퇴근길에 오르려던 차에 옆 팀의 팀장이 내가 다음 주 신입 교육 명단에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

8개월 차에 신입 교육이라니.. 순간 너무 황당하긴 했는데  그래도 시스템상으로는 1개월  신입이니까..


회사 시스템에 따르면 등록이 된 후 빠르면  주에 바로 교육을 받거나 실수로 빠뜨리면  없이 늦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한 교육에는 3일 된 직원과 나 같은 8개월 차 직원이 같이 들어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상하게 어떤 멕시칸 직원은 1년이 됐는데 이제야 교육을 듣고 있었다.


나는 비자 문제  여러 다른 서류가 부족해서 일을 시작한  7개월이 되어야 정식 등록이 될 수 있었다. 그래서 이제야 나를 교육에 포함시키겼던 것 같다.


무엇보다 짜증이 났던 것은 기존에 하고 있는 업무를 온전히 커버해내면서 내 기준에 별로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교육을 들으러 간다는 이었고 이어 부담으로 다가왔다.


이론 교육은 주로 기업의 역사와 가치, 실무교육은 업무 프로세스 및 현장교육 등으로 이루어졌다. 이론 교육에서 기억에 남았던 것은 아무래도 한국 기업의 역사를 스페인어로 듣는 것이었던 것 같다. 한국어로도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ㅋㅋ 교육 도중 나도 모르게 계속 실소가 나왔다ㅋㅋㅋㅋ


개인적으로 아쉽다고 느꼈던 부분은 실무 교육 중 업무 프로세스 교육이었다. 교육이 별로였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땅에 헤딩하면서 배운 내용들을 교육에서는 하나하나 가르쳐주고 있었다. ‘이런 것들을 처음 들어올 때부터 배웠다면 업무가 조금  수월했을  같은데’라는 아쉬움이 계속 들었다. 나에게는 이제 회화를 시작한 아이에게 알파벳을 가르쳐주는 느낌이었달까


마지막 날은 오전 내내 작업자들을 도와 현장에서 일했다. 내가 이번에 일했던 현장은 그동안  아이템을 확인하러 가기 위해 그저 빨리 지나치는 곳이었다. 비록 몸은 굉장히 힘들었지만 오랜만에 순수한 육체노동을 경험하현장 작업자들의 근무환경을 조금  이해하게 된 것 같다.


한 가지 에피소드는 일하던 도중 한 작업자가 나에게 다가와 “제너퍼를 한국어로는 어떻게 써?”라고 물어보며 종이에 써달라고 부탁했다. 내가 종이에 써주고 나서 여자친구 이름이냐고 물어보니 “아니 내 아내야~”라고 하면서 이제 옷에다가 붙이고 다니겠다고 하더라. 이럴 때면 현장 멕시칸들 참 순수한 것 같다.


교육을  마치고 나니  대기업들에서 신입 교육을 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내가 여기를 열심히 다니려고 하는 신입 멕시칸이라면 크지는 않더라도 기업 뽕이     같더라. 근데 나는 이제 이 회사에 마음이  직원이라서 교육에  이입됐던 것도 있는 것 같다.


 마음이  지는 조만간 브런치에 쓸 수 있을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우리 이제 스페인어로 얘기하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