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상으로는 1개월 차 신입
“제이크 너 다음 주에 교육 있어!”
“엥 무슨 교육?”
“신입 교육ㅋㅋ”
“뭐????”
지난주 금요일 평안히 퇴근길에 오르려던 차에 옆 팀의 팀장이 내가 다음 주 신입 교육 명단에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
8개월 차에 신입 교육이라니.. 순간 너무 황당하긴 했는데 뭐 그래도 시스템상으로는 1개월 차 신입이니까..
회사 시스템에 따르면 등록이 된 후 빠르면 첫 주에 바로 교육을 받거나 실수로 빠뜨리면 한 없이 늦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한 교육에는 3일 된 직원과 나 같은 8개월 차 직원이 같이 들어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상하게 어떤 멕시칸 직원은 1년이 됐는데 이제야 교육을 듣고 있었다.
나는 비자 문제 및 여러 다른 서류가 부족해서 일을 시작한 지 7개월이 되어야 정식 등록이 될 수 있었다. 그래서 이제야 나를 교육에 포함시키겼던 것 같다.
무엇보다 짜증이 났던 것은 기존에 하고 있는 업무를 온전히 커버해내면서 내 기준에 별로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교육을 들으러 간다는 것이었고 이어 부담으로 다가왔다.
이론 교육은 주로 기업의 역사와 가치, 실무교육은 업무 프로세스 및 현장교육 등으로 이루어졌다. 이론 교육에서 기억에 남았던 것은 아무래도 한국 기업의 역사를 스페인어로 듣는 것이었던 것 같다. 한국어로도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ㅋㅋ 교육 도중 나도 모르게 계속 실소가 나왔다ㅋㅋㅋㅋ
개인적으로 아쉽다고 느꼈던 부분은 실무 교육 중 업무 프로세스 교육이었다. 교육이 별로였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맨 땅에 헤딩하면서 배운 내용들을 교육에서는 하나하나 가르쳐주고 있었다. ‘이런 것들을 처음 들어올 때부터 배웠다면 업무가 조금 더 수월했을 것 같은데’라는 아쉬움이 계속 들었다. 나에게는 이제 회화를 시작한 아이에게 알파벳을 가르쳐주는 느낌이었달까
마지막 날은 오전 내내 작업자들을 도와 현장에서 일했다. 내가 이번에 일했던 현장은 그동안 내 아이템을 확인하러 가기 위해 그저 빨리 지나치는 곳이었다. 비록 몸은 굉장히 힘들었지만 오랜만에 순수한 육체노동을 경험하며 현장 작업자들의 근무환경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된 것 같다.
한 가지 에피소드는 일하던 도중 한 작업자가 나에게 다가와 “제너퍼를 한국어로는 어떻게 써?”라고 물어보며 종이에 써달라고 부탁했다. 내가 종이에 써주고 나서 여자친구 이름이냐고 물어보니 “아니 내 아내야~”라고 하면서 이제 옷에다가 붙이고 다니겠다고 하더라. 이럴 때면 현장 멕시칸들 참 순수한 것 같다.
교육을 다 마치고 나니 왜 대기업들에서 신입 교육을 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내가 여기를 열심히 다니려고 하는 신입 멕시칸이라면 크지는 않더라도 기업 뽕이 뿜 뿜 할 것 같더라. 근데 나는 이제 이 회사에 마음이 뜬 직원이라서 교육에 덜 이입됐던 것도 있는 것 같다.
왜 마음이 뜬 지는 조만간 브런치에 쓸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