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코

1. 흔한 쥐 이야기

by 장지영

이 이야기는 쥐가 있고 고양이가 있는 곳이라면 어느 곳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생각을 해보세요. 너무나 맛있는 음식이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탁자 위에 있습니다. 누군가 뚜껑을 덮는 것을 살짝 잊은 것 같아요. 음식 냄새는 집안 가득 퍼져 탁자 근처뿐만 아니라 거실에서도 창문 너머로도 살짝 맡을 수 있을 정도예요. 물론 싱크대 뒤쪽에 있는 작은 틈으로도 냄새는 퍼져갔지요. 깜깜한 어둠 속에서 작고 귀여운 코들이 벌름거리고 있네요.

“킁킁!”

“킁킁킁!”

“맡았니?”

“맡았어!”

“오랜만에 포식하겠는데?”

“엄마, 엄마. 음식 냄새가 나요!”

작은 쥐 두 마리가 잘게 잘라놓은 종이 더미 사이로 뛰어 가며 외쳤어요.

‘바스락’

종이 더미 사이에서 조금 큰 쥐가 고개를 쑥 내밀었어요.

“금방 지킴이들 얘기 들었지?”

“네!”

“응!”

“으응….”

엄마 쥐의 고개 너머로 작은 쥐들이 고개를 쏙쏙 내밀었어요.

“가자! 일단 너희 둘이 앞장서렴.”

맨 처음 냄새를 맡았던 지킴이 쥐 두 마리 뒤로 엄마 쥐가 따라가요. 그리고 엄마 쥐 뒤로 자그만 꼬마 쥐 두 마리가 쪼르르 따라 갑니다. 이제 생쥐의 집은 텅텅 비었겠지요?

‘바스락바스락’

종이 더미에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코가 하얀 쥐 한 마리가 누워서 뒤척이고 있어요.

293559_186069188140452_1277356246_n.jpg

“저렇게 많은 쥐들이 가는데 굳이 나까지 갈 필요는 없겠지….”

하얀코는 다른 가족들이 모두 까만 코였던 것과는 다르게 태어날 때부터 코가 하얀색이었어요. 그래서 어디서나 특별한 대접을 받았어요.

가장 용감한 쥐를 고를 때도 하얀코가 제일 먼저였지요.

“자, 오늘은 배수관 타기 연습이 있는 날이다. 어떤 용기 있는 쥐가 먼저 도전해볼까? 거기, 하얀코! 용감해 보이는군.”

쥐들이 모일 때도 기준이 되는 것은 하얀 코였어요.

“누굴 기준으로 모이면 좋을까? 옳지! 하얀코를 기준으로 모여보자.”

친구들도 하얀코를 무척 부러워했답니다.

“하얀 코야, 네 코는 정말 예뻐. 내 코는 평범한 까만색인데…. 네 코는 마치 윤기 있고 맛있는 하얀 밥풀 같아. 한번 깨 물어봐도 되겠니?”

매일 매일 칭찬만 듣던 하얀코는 점점 자신이 특별한 쥐라고 생각했어요. 오늘같이 다들 음식을 구하러 갈 때도 하얀코는 늘 집에 있었어요. 음식을 구하려면 다른 쥐들같이 촐싹거리며 뛰어다녀야 하고, 또 사람을 피해 숨어 다녀야 하는데 그건 특별한 쥐가 해야 할 행동이 아닌 것 같았거든요. 가족 쥐들은 재미있는 음식 구하기를 하지 않는 하얀코가 이상하다고만 생각하고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았어요.

“이제 슬슬 돌아올 때가 됐는데…. 아~ 배고파.”

하얀코가 배를 쓰다듬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그때 갑자기 아주 가까운 곳에서 어떤 소리가 들렸어요.

‘냐아오옹~’

‘다다 다다닥’

301641_186069224807115_333725452_n.jpg

깜짝 놀란 하얀코가 종이 더미 밖으로 고개를 쑥 내밀자 검은 그림자들이 하얀코를 덮쳤어요.

“으악! 뭐야!”

하얀코를 덮친 것은 음식을 구하러 나갔던 쥐들이었어요. 하얀코는 놀라지 않은 척 헛기침을 한번 하고 태연하게 물었어요.

“흐흠. 잘 다녀왔어? 음식은 어디 있니?”

“지금 음식이 문제가 아니야!”

앞장서서 나갔던 지킴이 쥐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우리 이제 어떡해! 으아아앙.”

꼬마 쥐들은 울기만 합니다. 그런데 지킴이 쥐 한 마리와 엄마가 보이질 않았습니다.

“엄마는? 다른 지킴이 쥐는 어디 갔어? 무슨 문제가 생겼니?”

“음식을 맛보고 있는데 갑자기 고양이가 나타났어. 깜짝 놀라서 우린 아무도 움직이지 못했는데 엄마가 우리 먼저 도망가라 하셔서 우린 먼저 왔어.”

“뭐라고! 고양이? 설마 엄마가 고양이한테 당하신 건 아니겠지?”

“그게… 급히 도망치느라고 보질 못해서 다른 지킴이 쥐가 확인해보고 온다고 했어.”

그때 다른 지킴이 쥐가 집으로 들어오며 말했어요.

“엄마는 괜찮아. 조금 다치시긴 했지만….”

꼬마 쥐들과 하얀코는 지킴이 쥐 곁으로 모였어요.

“잘 살펴보고 왔어? 엄마는 어디 계신 거야?”

“거실 소파 밑에 계셔. 다치신 것 같은데 고양이도 있고, 혼자는 엄마를 부축할 수가 없어서 그냥 왔어.”

“으아앙, 어떡해. 엄마.”

꼬마 쥐들이 또 울기 시작합니다. 지킴이 쥐들은 꼬마 쥐들을 달랬습니다.

“울지 마, 울기만 한다고 엄마를 구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 우리 아이디어를 모아보자!”

지킴이 쥐들과 꼬마 쥐들은 머리를 맞대고 엄마를 구출할 작전을 짜기 시작했어요. 꼬마 쥐 한 마리가 얘기합니다.

“우리는 온몸이 까마니까 그늘에 숨어서 다니면 우리를 못 보지 않을까?”

“안 돼. 고양이 눈은 어두운 곳도 아주 잘 보여서 금방 들켜 버릴 거야.”

다른 꼬마 쥐가 얘기합니다.

“고양이는 한 마리고 우리는 수가 많으니까 한꺼번에 달려들면 이길 수 있지 않을까?”

“안 돼. 고양이는 날카로운 발톱이 있어서 금방 다 잡아버릴 거야.”

이번엔 지킴이 쥐가 얘기합니다.

294888_186069398140431_1333838884_n.jpg

“그럼 우리가 집을 지키고 있는 것처럼 귀를 쫑긋 세우고 망을 볼게. 그동안 꼬마 쥐들이 엄마를 구하면 되잖아.”

“안 돼. 꼬마 쥐들은 너무 작아서 엄마를 구하긴 힘들 거야.”

“그럼 어떡해.”

가만히 듣고 있던 하얀코가 입을 열었어요.

“내가 고양이의 관심을 끌게. 그동안 너희들이 가서 엄마를 구해.”

“하얀코! 너 혼자 어떡하려고?”

하얀코는 종이 더미를 뒤져 파란색 리본과 방울 하나를 꺼내 듭니다.

“이걸 써보려고.”

“방울? 방울 소리로 고양이의 관심을 끌 생각이니?”

“아니, 이걸로 고양이와 대화를 해 볼 생각이야.”

“안 돼. 고양이는 쥐를 잡아먹는다고! 세상에 어떤 쥐도 고양이를 무서워하는 걸.”

“괜찮아. 난 하얀코잖아, 많은 쥐들이 겁을 먹는데 나까지 겁먹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아.”

“하얀코, 네가 다른 쥐들과 다르긴 하지만 그건 코 색깔이 다를 뿐이야. 너도 평범한 쥐라고!”

“아니, 난 진짜 특별해. 한번 믿어봐!”

하얀코는 방울을 목에 걸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계속>

작가의 이전글멧매의 외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