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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키바 문정엽 Jun 19. 2017

리더의 자격

내 자식이 이 사람 밑에서 일해도 좋을까?

나는 언제나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내 자식이 이 사람 밑에서 일하는 것을 기대해도 좋을까? 어떤 조직의 리더를 뽑고자 할 때 무엇을 살펴봐야 할까?

첫 번째로 나는 후보자가 지금까지 해 온 일이 무엇인지를 이 사람의 강점은 무엇인지를 살펴볼 것이다. 당신은 오직 강점으로만 무엇인가를 성취할 수 있다- 후보자는 강점으로 무엇을 성취해 왔는가? 두 번째로 조직을 살펴보고 질문해 본다: “이 조직이 당면한 주요 도전은 무엇인가”” 나는 강점과 필요를 연결시켜 생각해 본다. 

다음은 진실성이다. 리더는 모범을 정하는 사람이다. 특별히 뛰어난 리더들이 그렇다. 리더는 조직 안에서 사람들, 특히 젊은 사람들에게는 그 자신이 모델이 된다. 한참 전에, 나는 매우 크고 세계적인 조직을 이끌었던 아주 현명한 분에게서 이 교훈을 배웠다. 그는 70대 후반의 사람으로, 적합한 자리에 적합한 사람을 선발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졌던 분이다 “당신은 (사람을 뽑을 때) 무엇을 살펴보십니까?”라는 나의 질문에 그가 대답했다” “나는 언제나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내 자식이 이 사람 밑에서 일하는 것을 기대해도 좋을까? 만일 그가 제대로 한다면, 젊은이들이 그를 닮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나는 내 자식이 이 사람을 닮기를 바라는가?” 내 생각으로는 바로 이것이 (리더 선발에 있어서) 궁극적 질문이다.

- 피터 드러커-



청문회를 지켜보며


최근 정부 각 부처와 중요 기관의 수장을 뽑는 청문회가 진행 중이다. 19대 정부가 들어선 뒤로  첫 번째로  중요한 작업이다. 이 과정이 순조롭지는 않아 보인다. 후보자의 자격에 대해 100퍼센트 만족스러운 평가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논박을 지켜보자니 피로감이 느껴진다. 한편으로 정당들의 논쟁은 본질에서 벗어난 측면도 있다. 


특히 대통령이 공약한 인선원칙이 가장 중요한 잣대로 활용되면서 평가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대통령이 스스로 정한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한다면, 이를 통과할 수 있는 후보는 드물다.  그런데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만을 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새로운 정책이념과 공약에 따라 빨리 각 부처들이 할 일을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현실적 필요도 사사롭지 않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다수의 합의를 통한 인선이라는 절차적 요건과 빠른 선임을 통한 정부 구성이라는 요건이 충돌하는데, 어떠한 판단을 내려야 할까?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도 따져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 정부가 제시한 5대 인선 기준은 도덕성에 대한 기준이다. 이 기준은 절대적으로 높은 것일까? 공직자로서 최소한의 조건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표절을 하지 않고, 사적 이익을 위해 법을 위반하지 않으며, 타인의 이익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요건은 공직자에 대한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 공직자는 공익을 위해 국민들이 위임한 권력을 사용하는 사람이다. 그 권력은 결코 가볍지 않고 입법과 행정 장치를 통해 국민 생활과 사회가 운영되는 과정에서 큰 영향을 미친다. 비록 한 인간이 살아온 과거에 대한 기록이지만, 이러한 행동 요건을 준수했다는 증거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따라서 인선 기준은 지켜져야 한다. 이 기준에 미달되는 사람은 정부청사에 들어갈 자격을 줄 수 없다.


그렇지만 현실론이 있다. 자격요건에 절대적으로 부합하는 사람을 뽑기 위해 들여야 하는 시간, 정부가 해야 하는 과업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제시하는 입장이다. 추가해서 현 상황의 특수성도 있다. 과거 여러 정부에서 조각이 늦어지면서 일어났던 어려움을 가볍게 넘길 수는 없다. 물론, 대단히 심각한 문제가 있는 후보자들이 매우 많았지만 말이다.


시간 대 기준


대립하는 견해를 통합하려면 보다 넓고 중대한 원칙이 필요하다. 그것은 현 정부의 시대적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현 정부는 새로운 미래를 약속하고, 이 약속에 대한 국민의 믿음을 토대로 구성되었다는 점이다.  어쨌든 절차로는 합법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을 탄핵하고, 강제적으로 정치체제를 중단시키고 탄생한 정부는 과거 어떤 정부와도 다른 시대적 과제를 짋어진 것이다.

국민의 기대는 현 정부가 민주주의적 가치와 함께, 국민과 함께 호흡하는 정부이기를 요구한다. 이것은 현 정부에 대한 가장 중요한 행동원칙이다. 그런데, 스스로 약속한 인선 기준을 온전하게 지킬 수 없는 정부라면, 국민의 기대는 시작부터 지켜줄 수 없게 된다.  가치를 훼손하고 신뢰를 깨는 것이다. 비록 여론조사로는 대다수 후보자들에 대한 찬성비율이 높기는 하지만, 현실론과 함께 대통령에 대한 높은 신뢰를 감안한 양보 차원의 지지이다.


나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인선 기준을 지켜 나가기를 기대한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양해한다는 것은 언제나 가치와 기준에 대해 타협할 때 흔하게 나오는 변명이다. 야당의 지적이 올바르다고 평가해서 하는 말은 아니다. 야당의 지적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정치적 의도가 담겨 있는 주장에 불과하다. 작은 부분을 부풀리고, 행동에 담겨 있는 의도를 곡해하고 있다. 


또한 몇몇 후보자들로 보면 억울한 면이 있다. 의도로 볼 때 충분한 사정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어떠한 상황에서도 기준을 지킨다는 행동모델- 당연한 것이지만 지금까지 무시되었던-을 남겨야 한다는 요구가 개인적 사정보다 앞선다. 특히 기준을 지킨다는 것은 지도자의 진정성에 대한 신뢰를 형성하는 시금석이 되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자식 검증


자신이 만나 온 여러 사람들에게서 삶의 지혜와 함께 경영의 통찰을 발견하는 것은 드러커가 가진 놀라운 자질이다. 드러커 자서전(The Adventure of Bystander/ 역: 방관자의 모험)을 보면 할머니에서부터 그가 젊은 시절 함께 일한 상사와 함께, 오스트리아 제국의 몰락한 귀족과 관료, 슘페터나 칼 폴라니 등 우리도 익히 알고 있는 유명한 인물들이 나온다. 드러커는 자신의 인생에서 쌓아 올린 다양한 경험, 특히 사람들을 통해 지혜를 발견한다. 매우 부러운 자질이다. 


자식 검증’이라는 기준을 적용하라고 권하는 드러커의 말을 곱씹게 되면, 진정한 리더란 사람들이 스스로 따르고 싶어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내 자식이 닮고 싶어 하는 사람, 젊은이들이 모범으로 삼고 싶은 사람은 흔하진 않겠지만 분명히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숨겨진 메시지가 있다. 리더를 알아보는 사람의 태도에 관한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사람이 아니라, 리더로서 자격이 있는 사람을 뽑으려는 자세를 말한다. 평범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 태도를 실천하기란 매우 어렵다. 사람은 대체로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가까이 두고 싶어 하고, 그 사람에게 잘 하려는 본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본성은 사람의 능력, 업적, 자격보다는 ‘나’와의 관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도록 만든다. 자신이 일하는 조직 혹은 일했던 조직에서 경영자들이 후계자를 어떻게 정하고 중요한 자리에 어떤 사람을 선발하는 가를 유심히 지켜보라. 누가 올라가고 누가 떨어지는가? 


리더를 발견하고 제대로 활용하는 사람이 진정한 리더다. 진정한 리더는 그 사람을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그 사람의 어떤 면을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혹은 다른 사람이 그 사람을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개의치 않는다. 조직의 필요와 리더가 필요한 자리가 요구하는 역량에 집중한다. 그래서 그 사람이 그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가를 주목한다. 그것이 그가 일하는 조직을 진짜 조직으로 만들고, 지속되도록 만드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즉, 리더는 사람을 제대로 뽑는 것이 자신의 책임이라는 것을 안다. 책임은 자신의 선호와는 전혀 무방하다. 그럼에도 매우 뛰어난 리더들 조차도 사람에 관한 일에서는 자신의 본성에 굴복하는 것을 보면, 인간의 본성은 참으로 모순덩어리라는 것을 알게 된다. 어떻게 우리는 이 본성을 극복할 수 있을까? 


사람을 뽑는 일에 있어서 ‘자식’을 기준으로 생각하라는 드러커의 조언은 청량하다. 본성으로 본성을 극복하라는 것이 아닌가? 모든 사람은 자식이 잘 되기를 바란다! 만일 자식이 없는 사람이라면, 가장 소중한 사람을 생각하면 되겠다.  


진정성을 만드는 가장 쉽고도 어려운 방법


정부가 하는 일은 기업과는 다른 것이지만, 사람들이 서로 믿고 협력하고 이를 통해 최선의 성취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본질은 동일하다. 사람들의 협력이 최고의 성취로 이어지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공동의 비전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이다. 이 믿음을 촉발하고, 견고하게 유지하는 것이 바로 리더십이고 리더가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과업이다. 리더는 그가 말한 것을 그대로 행동으로 지킴으로써 믿음을 만든다. 


비록 각 부처의 장관을 선발하는 것이 정부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도자에 대한 신뢰, 정부에 대한 신뢰를 훼손한다면, 결코 성공은 없을 것이다. 


지난해 벌어진 정치적 위기를 통해 한국 국민은 새로운 시민의식을 얻었다. 민주주의와 인권, 자유로운 경제, 평화에 대한 비전을 이룩하는 것이 매우 지난하고 어렵다는 현실인식이다.  나아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권리와 동등하게 책임을 인식하고 참여하지 않는 다면 이러한 비전은 꿈에 불과하다는 자각이기도 하다. 현 정부는 이러한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정부이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이러한 국민의 참여와 책임 있는 행동을 만드는 에너지이다. 리더의 자격에 대해 보다 분명하고 책임 있는 인식을 해야 하는 이유이다. 그것은 진정성에 있다. 

    

신뢰는 다른 무엇보다도 인사 결정에 달려 있다. 지도자가 누구를 선발하고, 누구를 쓰는가에 따라 다른 무엇보다도 중대한 메시지를 던진다. 첫 번째는 자신의 진정성이고 두 번째는 그가 무엇을 중시하는가에 대한 것이다. 지도자는 결정과 행동에서는 실패할 수도 있고 또 실수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것들은 능력에 대한 평가에는 영향을 미치지만 신뢰를 훼손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사람에 대한 결정은 신뢰의 추를 움직이고, 그것이 어디에 머무를지를 결정한다.  앞으로 남은 몇 개월 동안에 국민은 이 잣대를 보게 될 것이다.


keyword: 리더, 리더의 자격, 진정성, 자식 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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