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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키바 문정엽 Aug 07. 2017

(4) 경영자의 과업-2

조직화

이 칼럼은 피터 드러커의 경영 통찰력 중에서 HR 영역에 대한 핵심 아이디어를 정리한 것이다. 
드러커는 연구 초기부터 경영을 사람의 관점에서 고찰했고, 경영 의사결정과 운영의 핵심 과제가 사람의 공헌을  향상하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이를 위한 핵심 과제와 경영자의 책임을 분명하게 언급했다. 
기술발전과 융합에 의한 불확실한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오늘날의 도전에 맞서기 위해서 드러커의 통찰을 재해석하고,  경영 현장에서 차지하는 실천적인 의미를 발견하고자 한다. 드러커에게는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와 함께 조직의 현실을 통합한 올바른 관점과 문제를 인식하는 통찰력이 있기 때문이다.
HR은 하나의 기능이 아니다. HR은 경영의 핵심 영역이며  사람이 제대로 일하도록 돕는 것은 최우선의 전략이다.
당신의 눈을 과업에 두라. 과업만이 중요한 것이고, 당신은 하인이다. 
 (피터 드러커)


앞서 경영자의 역할로서 세 가지를 말했다. 경제적 성과의 달성, 경영자 관리, 근로자 관리와 작업관리. 그리고 이를 수행하는 5가지의 과업으로서 목표의 수립과 전달, 조직화, 동기부여와 커뮤니케이션, 성과 측정과 평가, 부하 육성을 설명했다. 이번 글은 두 번째 과업인 <조직화>를 살펴본다. 


경제적 성과를 달성한다는 경영자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는 효과적으로 자원을 활용하는 일이다. 경제적 성과는 곧 자원에 투입된 비용보다 더 큰 결과를 얻는 것이기도 하다.  

자원은 그 자체로는 가치가 없다. 오직 자원을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인간의 결정에 따라 자원이 창출하는 가치는 변화무쌍하게 달라진다. 예를 들어 기업은 보유한 자금을 기존 상품의 개선에 사용할 수도 있고, 신상품 연구개발에 사용할 수도 있다. 혹은 공정을 개선하는 일에 투입할 수도 있다. 또한 언제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라는 시기와 방식도 중요하다. 이러한 모든 결정은 기업이 달성할 성과를 결정한다. 

그 어떤 기업도 무에서 유를 만들 수는 없다. 자원은 기업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원천이고 언제나 유한하다, 따라서 최고의 성과를 창출하도록 사용되어야 한다. 그런데 자원에 관한 결정은 여러 대안들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것에서부터 투입 시기를 정하는 것, 나아가 자원을 활용하는 방식까지를 포함하는 매우 어렵고 복잡한 일련의 결정이다. 경영자는 이러한 결정을 통해 항상 최고의 가치를 생산할 수 있도록 과업을 수행할 책임을 진다. 그리고 자원에 관한 결정은 효과적인 경영자와 무능한 경영자를 나누는 중요한 갈림길이 된다. 경영자는 어떻게 이 책임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  


효과적인 자원 활용에 대한 수행 원리와 원칙이 있다. 목표를 달성하는 경영자는 체계적으로 수행 원리와 원칙을 적용해서 일한다. 

먼저 경영자는 가치창조를 위해 필요한 활동을  파악하고 활동을 수행하는 조직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활동은 마케팅, 제조, 연구개발 등 기업이 내부적으로 수행하는 활동을 말한다. 조직구조는 이러한 활동을 분담하는 체계로서, 자원을 생산적인 가치로 전환시키는 프로세스다.  여기까지도 쉬운 일은 아니다. 활동을 가장 효과적으로 구성하는 구조는 여러 형태가 있고 또 자원의 특성이나 상황에 따라 달라 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일이 남아 있다. 바로 각각의 활동할 담당하는 사람을 선발하고 그들이 가장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조직구조나 프로세스는 그 자체로는 어떤 일도 만들 수 없다. 멋진 조직도나 잘 정리된 프로세스가 그 자체로는 가치가 없는 이유다. 여기에 인간의 노동이 더해져야 한다. 즉, 노동과 작업구조를 효과적으로 구성해야 하는데 바로 이것이 ‘조직화’라는 과업이다. 조직이 조직으로 돌아가게 만든다는 뜻이다.


Job First vs. People First


조직화에는 두 가지 접근 방법이 있다. 하나는 체계를 우선하는 방식(Job first)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을 우선하는 방식(People first)이다. 체계 우선 방식은 직무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과 업무수행을 위한 효율적 과정을 중시한다. 사람 우선 방식은 인간의 동기와 역량을 존중하며 최선의 노력을 끌어내는 작업 과정과 환경을 구성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체계 우선 방식은 직무를 효율성의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구성한다는 장점이 있다. 출발점은 그 유명한 프레데릭 테일러이다. 그는 인간의 노동을 분석하고 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작업방식을 통해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사상을 제시함으로써 과학적 관리론의 시조가 되었다. 업무수행과정을 합리적으로 분석하고 가장 효율적으로 작업 프로세스를 구축할 수 있다는 사상이 이때부터 산업계에 받아들여졌다. 실제로 효과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 접근법은 노동을 수행하는 주체인 인간의 동기를 고려하지 않고 급변하는 환경에 대한 유연성이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구조나 프로세는 언제나 현실보다 늦기 마련이다.   


사람 우선 방식은 인간의 동기를 통한 몰입에 초점을 맞춘다. 체계 우선 방식에 대한 반발로 출현한 인간관계론이 출발점이다. 인간은 복합적이고 다양한 동기를 갖고 있으며, 작업방식은 이러한 인간 특성을 고려해서 정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덕적 우위와 함께, 인간의 능력과 협력을 통한 효과성에 접근한다는 장점이 있다.    

이 두 가지 방법은 조직화를 통해 달성하려는 목표(자원이 창출하는 가치 극대화)는 같지만 운영방식의 차이는 크다. 드러커는 체계를 무시하지는 않았지만 사람을 우선하는 입장에서 조직화에 접근했다. 오직 사람이 효과적으로 일할 때에만 인간으로서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면서 동시에 기업의 목표가 달성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람 우선의 조직화는 다음과 같은 요건을 중요하게 파악한다.     

직무 별로 적절한 사람을 배치할 것

직무는 자원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면서, 동시에 사람이 자신의 능력을 통해 조직에 공헌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경영자는 이를 위해 사람의 적성, 흥미, 강점, 일의 특성과 환경, 성과목표 등의 요소에 대한 검토를 통해 적재를 적소에 배치한다. 또한, 일이 사람과 맞는가에 대해서 경영자는 지속적인 관심과 상당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적합성은 환경의 변화나 사람의 흥미 변화 등에 따라 수시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제대로 일하도록 만들 것

일이 요구하는 결과를 달성하는 책임은 일을 수행하는 사람에게 달려 있다. 그렇지만 상사나 동료, 자원의 공급 상태 등의 요소들이 일의 성과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경영자는 사람이 제대로 일해서 성과를 내려면 어떤 환경이 필요한지, 현재의 환경은 어떤지를 고민해야 한다. 사람은 조직과의 바람직한 협력이 이루어질 때 제대로 일할 수 있다. 체계 우선 방식은 제품과 공정에 초점을 맞춘다. 인간은 평균적인 작업능력을 가진 하나의 투입요소로 본다. 즉 대체가 가능한 요소다. 산업화 시대에는 이 방식이 결과를 만들어 냈다. 그러나 지식사회, 지식근로자가 중심인 조직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주체는 사람이다. 그리고 사람은 일을 통해 보람과 성취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효율성보다는 효과성을 창출할 것

경영자는 적은 것으로 많은 것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효율성 관련 지표를 살펴본다. 그러나 효율성만 중시할 경우 효과성을 잃을 수 있다. 팔리지 않는 상품을 싸다고 과하게 만들거나 연장근무를 하면서 납기를 당기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관행은 효율적인 생산은 달성했지만 악성 재고를 남기고, 단기간의 생산성은 올라갔지만 장기적인 작업 안정성은 훼손시킨 것이다. 두 가지 일에서 모두 효과성이 희생된 예다. 한 사람의 일은 명확하게 그가 담당하는 직무가 요구하는 성과를, 다른 동료가 필요로 하는 결과를 만드는 일이 우선 돼야 한다. 그리고 업무에서는 효과성이 더 중요한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와 같이 성공적인 조직화는 일과 사람의 적합성, 사람과 환경 간의 적합성, 효과성 우선의 작업 원칙을 통해서 실현될 수 있다. 그런 후에 이런 조직화의 요건이 실현되는 조직구조가 어떤 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다. 원리가 먼저고 구조는 나중이다.


명령과 통제 vs. 자율과 책임


한편, 조직화에 대한 또 다른 과제로서 조직운영의 지도원리가 있다. 이것은 조직의 모든 자원이 제대로 자신의 위치에서 역할을 다 하도 록 만드는 조직 목표 달성을 위한 행동 원리다. 


대표적 원리로는 명령과 통제, 자율과 책임이 있다. 드러커는 자율과 책임으로 조직을 구성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했다. 구성원 각자가 책임의식(전문가적 책임, 상호 협력, 전체적인 기여)을 기반으로 한 역할분담을 통해 분권적이면서도 통일된 조직을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인간의 자율성, 공헌 의지, 책임에 따른 헌신에 대한 믿음이 바탕에 있다. 


명령과 통제의 의한 관리는 일사불란하게 조직을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여겨져 왔다. 산업화 시대의 기업은 이 원리로 조직을 운영했다. 그러나 이제 이 원리는 사망선고를 받았다. 

명령과 통제로 지도되는 조직은 권력과 복종이라는 군대의 원리를 기업에 이식한 것이다.  그러나 지식근로자가 중심인 현대 기업에서 명령과 통제로는 조직을 운영할 수 없다. 도덕적으로도 옳지 않고 실제적으로도 올바르지 않다. 기업은 구성원의 몰입과 창의적 노력을 통해 보다 향상된 가치를 창출해야만 생존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기업의 과제는 오직 목표에 대한 공감대와 자신의 역할에 대한 명확한 책임의식 갖춘 지식근로자의 헌신만이 수행할 수 있다.  


또한 드러커는 조직화의 과제에 대해 시야를 넓히라고 조언한다. 이 과제는 단지 내부 자원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뿐 아니라 조직의 경계를 넘어선 외부와의 협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쟁기업을 넘어서는 특별한 고객가치를 제공하고 또는 창조적인 혁신을 달성하려면 외부와의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드러커는 기업은 더 이상 하나의 법적 실체(법인)가 아니라는 말로 이 점을 분명하게 언급했다. 

오늘날의 기업 환경을 보면 드러커의 예지는 놀랍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자신의 경계를 넘어 다양한 조직과 자원을 공유하고 책임분담과 협력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이키(Nike)의 아웃소싱 생산방식이나 피앤지(P&G)의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제품 혁신 아이디어와 기술을 외부에서 탐색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전략과 플랫폼- 은 대표적인 사례다.


요약하면 조직화라는 과업은 조직을 조 직답 게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명심할 것은 조직은 자동적으로 조직으로 기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직화라는 과업은 조직이 수행해야 하는 일과 그 일을 수행하는 사람을 적절하게 매치시키고 조직의 목표가 달성되도록 일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과업이다.   


다음은 세 번째 과업인 <동기부여와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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