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의에 대한 입장
당신이 일하는 조직의 사명을 말해보라. 만일 잘 모르고 있다면 문제다. 혹은 대충 얘기하는 수준이라면 이것도 문제다.
사명에 대해 뚜렷한 개념이 없거나 부족하다면 경영자로서 자격상실이다. 사명이 없거나 사명이 불확실한 조직이 탁월한 업적을 성취할 가능성은 없다.
무엇을 사명이라고 말하는가? 먼저 아래 기업의 사명선언문을 읽어 보라.
* 세상의 모든 정보를 쉽게 접근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미국 Google
* 인간의 삶을 보호하고 향상시킨다- 미국 머크 Merck
* 기술로 행복한 세상 만들기- 한국 마이다스아이티
* 가장 취약한 자에게 봉사, 고통 받는 자에게 확신- 국제적십자사
*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자- 미국 Walt Disney
* 인류를 이끌어 가는 마인드를 위한 도구를 제공함으로써 세계에 기여한다 - 미국 Apple, 창업자 스티브 잡스(1980년)
* 우리의 사명은 자연과 인간정신을 고양하는 것이다- 한 번에 한 명의 사람, 하나의 컵, 그리고 한 사람의 이웃을- 미국 Starbucks
* 수송을 물이 흐르는 것처럼 믿을 만한 것으로 만들자- 어느 곳에서나, 누구에게나 - 미국 Uber
사명은 조직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적이다. 조직을 만든 이유이자 조직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가장 간명한 답변이다. 그래서 사명은 조직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라고 표현되기도 한다.
그런데 조금 더 깊이 있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왜 조직의 존재이유로서 '사명'이라는 표현을 쓰게 되었는가? '목적'이라는 말도 있고 '설립취지'라는 쉬운 표현도 있지 않은가?
사명이라는 단어는 영어의 미션(MISSION)에서 유래한 말로 종교적인 개념에서 출발했다. 즉, 사명에 담긴 핵심개념은 자신이 아니라 다른 무엇, 자신보다 위대한 무엇이 자신에게 요구하는 소명이다.
서구 기업은 이러한 생각에 익숙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조직은 사명을 정립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사명에는 창업자가 조직을 세운 세계관이 담겨 있는 것이다. 조직 자체보다 위대한 궁극적 목적, 실현하고 싶은 목표라는 뜻이 담겨 있다.
조직을 넘어서는 위대한 목적으로서 사명은 조직의 바탕이 된다. 그래서 사명은 진실로 중요하다. 경영학의 아버지라고 인정받는 피터 드러커는 사명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사명에 입각한 행동원칙을 체득해야 합니다. 우리는 한정된 자원인 사람과 자금을 최대한 효과를 내도록 관리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어떤 결과들이 우리 조직을 위한 것인지 매우 명확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We have to have discipline rooted in our mission. We have to manage our limited resources of people and money for maximum effectiveness. And we have to think through very clearly what results are for our organization.” - Peter Drucker
이러한 사명의 바탕에 담겨 있는 개념을 통해 다음과 같이 사명을 정의할 수 있다.
사명은 조직의 존재이유로서 창업자와 구성원이 바라보는 세계관과 사회를 위한 가치를 담은 것이다.
이러한 정의에 부합하는 사명은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
* 명확한 초점(Focus): 구체적이고 단순 명료한 방향과 목적을 담은 것
* 분명한 목적 (Purpose): 왜 조직이 존재하는지, 조직이 무엇으로 기억되길 원하는지가 분명함
* ‘사업의 방법’에 관한 기술이 아니라, 충분히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내용을 담는 것
* 영감(Inspiration): 강력하고, 행동을 유발하며, 동기를 부여함
* 핵심 지키기 (Preservation of the Core): 변해야 할 것과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을 분명히 함
요약하면 사명은 조직이 나가고자 하는 목적을 담고 있으며, 이 목적은 수단이 아니라 근본적인 조직의 존재이유로서 포괄적이다. 이러한 특성이 구성원들에게 강력한 행동의 동기를 준다. 또한 사명은 조직이 오랜 기간에 걸쳐 조직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핵심요소로서 불변하는 토대를 구성한다. 특히 마지막 '핵심을 지키는 것'과 관련해서 저명한 경영학자인 짐 콜린스는 정체성으로서의 사명을 강조한다.
“변화의 가장 큰 패러독스는 변화하는 세계에 가장 잘 적응하는 조직들이 무엇이 변화해선 안될지를 가장 먼저 알고 있다는 점이다.”- 짐 콜린스
그렇다면 이러한 사명은 어떠한 역할을 할까? 조직의 뿌리로서 조직을 성장시키고 목적을 달성하도록 하는 근본적인 동력을 제공한다.
1. 방향을 정해 줌
2. 원하는 성과를 얻도록 함
3. 고객을 얻도록 하고 유지시켜 줌
4. 결과를 명확하게 해 줌
5. 자원배분에 관한 결정을 내리도록 해 줌
위대한 조직은 반드시 명료한 사명을 가지고 있다. 위대한 조직을 만들고 싶다면 먼저 사명을 올바르게 세워야 한다.
비전은 사명이 실현되는 과정에 있는 목표 지점이다. 사명이 북극성이라면 비전은 중간지점이다. 비전은 조직이 사명을 제대로 실현했을 때 도달하는 곳이다. 비전은 구성원들에게 함께 도달하고자 하는 목적지를 말해 준고 행동의 방향을 알려 준다.
"만일 여러분의 조직이 조직원에게 5분 이내에 비전을 설명하여 이해와 흥미를 보이는 반응을 보이지 못한다면, 아직 혁신의 단계를 넘어가서는 안 됩니다" - 변화와 혁신, 존 코터 하버드대 교수
좀 더 분명하게 비전이 무엇인가를 이해하기 위해 조직의 사례를 살펴보자.
사례:
자동자를 대중화한다- 미국 FORD (1890)
서부의 하버드가 되자-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1940년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있는 일본 제품의 저급한 이미지를 변화시킨 가장 유명한 기업이 되자. - 일본 SONY(1950년대)
대한민국 공학 기술 자립화의 꿈을 넘어 마이다스아이티의 기술이 세계 표준이 되는 그날까지- 한국 마아디스아이티
사람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기계나 시스템에 종속되어서는 안 된다- 미국 Apple
비전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비전은 조직이 진정으로 되고 싶어하는 미래상이다. 이 미래상은 구성원들이 자신의 것으로 꿈꾸는 목적지가 된다. 단지 선언문이 아니다.이러한 미래상으로서 비전에는 원대한 이상이라는 바탕이 있다.
비전의 바탕에는 크고 원대한 이상이 담겨 있다. 이것은 사명을 실현한다는 약속이자, 조직이 도달하고자 하는 매우 어려운 목적을 의미한다. 이를 짐 콜린스는 '크고 어려우며 과감한 목표 BHAG(Big Hairy Audacious Goal)'라고도 표현한다.
이러한 바탕을 담고 있는 것이 올바른 비전이다. 그래서 비전을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다.
비전: 조직이 활동하는 특정한 사업 분야에서 조직이 추구하는 핵심목적과 미래상을 표현한 것
비전은 조직이 활동하는 영역(분야)을 명료하게 담고 있다. 이 분야는 조직이 자신이 뚜렷하게 미래의 성취를 추구하는 영역이다. 그리고 조직이 어떠한 미래를 꿈꾸고 있는 지를 비전은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왜 이러한 미래를 지향하는지에 대한 선언을 담고 있다.
이러한 정의에 부합하는 비전은 다음과 같은 특성을 담고 있다.
* 최소한 5년 이상의 중장기적인 목표를 포함한다.
* 조직이 추구하는 장기적인 목표와 핵심가치를 반영해야 한다.
* 비전은 구체적이고 명확한 슬로건으로써 조직원에게 동기 부여,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는 비전이야말로 조직 구성원들의 비전이 되며, 행동의 방향을 일치 시키고 헌신을 이끌어 낸다.
<어린 왕자>를 쓴 탁월한 작가인 생텍쥐베리는 비전의 가치를 아름답게 표현했다.
"당신이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에게 목재를 가져오도록 하고 일감을 나누고 일을 지시하지 마라. 대신에 그들에게 저 광대하고 끝없는 바다를 동경하도록 하라. 생텍쥐베리, 작가
올바른 비전은 조직을 미래로 이끄는 역할은 한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1.분명하고 대담한 목표를 통해 사람을 몰입시키고, 노력을 한 곳에 모으며, 팀 정신의 중요한 역할을 수행
2.좋은 비전은 구성원으로 하여금 미래에 대한 확신 있는 윤곽을 제시하고 공동체적인 응집력을 발휘하도록 한다.
3. 비전에 대한 공감대를 통해 조직의 역량을 결집하고 구성원에게 의미와 방향을 자각하게 한다.
사명과 비전을 제대로 이해했으리라 생각한다. 이제 이러한 사명과 비전을 어떻게 정립하는가를 살펴 보자. 사명과 비전을 정립하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경영자의 책임이다.
사명은 조직의 구성원들에 'WHY'를 말해주고, 비전은 'FOR WHAT'을 말해 준다. 이 두 가지는 조직의 가장 깊은 토대를 이룬다.
경영이 다루는 여러 가지 개념 중에서 사명과 비전은 개인에게도 해당되는 유일한 개념이다. 사명과 비전은 일종의 정신이고 이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력한 근거와 토대가 있어야 한다. 인간을 움직이는 동기는 스스로 믿는 가치(진실이라고 믿는 가치)가 유발한다. 진정성은 사명과 비전의 생명과도 같다. 스스로도 믿지 않고 의심하는 가치는 결단코 사람을 움직이지 못한다.
조직의 사명과 비전은 구성원이 진실이라고 믿게 되는 근거와 토대가 있어야 한다.
필자가 90년대 초 신입 사원 시절에 일했던 어느 기업의 사명은 '기업보국'이었다. 젊은 나이였음에도 필자는 이러한 사명을 속으로 비웃었다(지금에야 상사에게 용서를 빈다).
나라에 봉사한다는 가치를 비웃어서가 아니다. 이 회사가 하는 여러 가지 사업과 일을 보면, 진정성을 담아 사명을 실천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로 조직의 어느 누구도 이 사명을 중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사명은 가면이었다.
또한 이 회사의 비전은 '2000년대 세계 5위의 ****가 되는 것'이었다. 어떠한 감동도 영감도 없이 구두선에 머무는 비전이다. 그런데 이처럼 형식만 갖춘 사명과 비전이 당시에는 흔했다. 사명과 비전에 대한 올바른 개념이 없었기 때문이고, 조직의 정체성이 갖는 의미를 잘 몰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올바른 사명과 비전을 어떻게 정립해야 할까? 창업자의 마음 속에서 출발한 사명이 조직 전체를 움직이는 뿌리가 되려면, 말 그대로 진정성을 담아야 한다.
또한 조직을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강력한 힘으로서 사명과 비전을 정립하려면 반드시 있어야 하는 요소를 담아야 한다.
사명은 결국 조직이 중요한 차이를 만들어 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진정한 사명을 알려면 다음 질문을 제기하면 된다.
"우리 조직이 없어도 사회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가?"
만일 없다면 이 조직은 사명을 가지고 있지 않다.
드러커는 올바른 사명은 기회, 역량, 헌신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를 출발점으로 삼아라.
“효과적인 사명을 이끌어 내려면 기회, 헌신, 역량을 정확히 조화시켜야 한다”
기회, 역량, 헌신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 기회: 한정된 자원으로 가능한 새로운 차원의 성과를 만들어 내는 기회는 어떤 것인가
* 역량: 기회를 활용하여 성과로 만들어 낼 역량을 갖추고 있는가? 사명을 달성하기 위해 요구되는 역량은 우리 조직이 잘 하고 있는 또는 잘 할 수 있는 것과 부합되는가
* 헌신: 우리 조직의 구성원들은 사명에 진정으로 헌신할 수 있겠는가?
즉, 올바른 사명은 조직이 진정한 차이를 고객과 사회를 위해 만들겠다는 목적을 담고 있어야 하며, 이 목적의 실현을 뒷받침하는 기회에 대한 전망을 포함해야 한다. 의욕만 있고 가능성이 없는 영역에 도전하는 것은 사명이 아니다. 또한 사명은 매우 어렵지만 가능하다고 확신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조직이 잘 하지 못하는 분야, 잘 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이 부족하다면 그 어떤 사명도 실현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사명은 구성원들이 진지하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 만큼 분명한 의미와 가치를 담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추상적이거나 방향성이 부족하거나 비현실적인 사명은 '사명선언문'을 만든 그 날로 폐기된다.
다음은 비전을 정립하는 방법에 대해 살펴보자.
비전은 명확성, 원대함, 일치성을 담고 있어야 한다. 진정한 비전을 알려면 다음 질문을 제기하면 된다.
" 이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구성원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
만일 그렇지 않다면 올바른 비전이 아니다.
비전을 제대로 정립하게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사항을 충족시켜야 한다.
* 명확한 초점: 짧지 않은 미래에 조직이 도달하고자 하는 미래가 무엇인가가 명확해야 한다.
* 원대한 목표: 비전이 지향하는 지점은 매우 어렵지만 달성 가능하다고 믿을 수 있는 수준에 있어야 한다.
* 사명과의 일치: 비전은 사명과 양립해야 한다.
미래상은 구체적이고 명확해야 한다. 세계 몇 위, 또는 선도기업 같은 애매한 말은 미래상이 아니다. 또한 비전은 원대한 목표를 담고 있어야 한다. 어느 정도 노력해서 닿을 수 있는 비전이라면 그것은 비전이 아니라 될 수도 있는 목표에 불과하다. 비전으로서 구성원의 헌신과 영감을 끌어 낼 수 없다. 마지막으로 비전은 사명과 양립하는 것이어야 한다. 사명에 담긴 조직의 존재의의, 조직이 다른 조직과 구별되는 중대한 차이를 실현한 결과로서 비전은 사명을 표현해야 한다.
요즘 가장 뜨거운 기업의 하나인 '테슬라 모터스'의 비전은 '전기차를 전 세계적인 수송수단으로 만듦으로써 21세기 가장 매력적인 자동차기업이 된다"인데 이 비전은 전기차를 통해 산업계를 넘어 지구 생태계를 바꾸겠다는 이 회사의 사명과 잘 양립한다.
요약하면 사명과 비전은 조직의 뿌리이고 중심을 이루는 바탕이다. 조직이 조직으로서 존재하려면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정신(SPIRIT)이 있어야 하고, 사명과 비전은 이 정신의 핵심이다.
따라서 경영자는 사명과 비전을 명확하게 해야 하고, 구성원들이 사명과 비전을 토대로 일하도록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
(이 글은 브런치 매거진 <MBA에서 가르치지 않는 경영학>에도 실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