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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키바 문정엽 May 17. 2019

(8) 리스크

리스크는 피하는 것이 아니라 대응하는 것이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며 기회는 순식간에 날아가고, 
오롯이 경험에만 의존할 수는 없으며, 판단은 어렵다.
–히포크라테스


경영의 불변 요소: 리스크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리스크가 중대한 의미를 제기하게 된 계기는 1997년 IMF 구제금융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였다. 사실 늦은 감이 있다. 기업경영에서 리스크는 하나의 상수와도 같기 때문이다. 리스크는 피할 수도 없으며 제거할 수도 없다. 리스크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필요한 이유다. 

리스크에 대한 인식은 경제 발전과 궤를 같이하면서 변해 왔다. 대체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서구 기업들은 고도성장기를 맞이했고 이 시기는 대략 1970년대까지 이어졌다. 그러다가 중동전쟁에 따른 석유위기가 발생했고, 기업은 경제 순환기를 넘어서는 리스크에 관심을 갖게 된다. 20세기 중반부터는 그간의 성장 일변도의 자본주의 체제가 만들어 온 환경위기가 누적되면서 리스크는 경영의 중심주제로 부상하게 된다. 

기업을 둘러싼 환경은 기업보다 거대하다. 환경에는 기회와 위험, 즉 리스크가 있다. 급작스러운 변화에 따라 조직(유기체)의 존속에 위험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리스크다. 그런데 기업이 활동하는 환경은 기업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만, 경영자가 환경을 읽고 느끼고 예측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또한 리스크는 언제나 있어 왔다. 리스크는 경영의 불변 요소인 것이다. 이것이 경영자가 리스크에 대해 민감해야 하는 이유다.

경영자로서 당신은 리스크를 얼마나 의식하는가? 리스크를 경영활동의 중대 변수로서 의사결정 과정에서 얼마나 고려하는가?  당신이 일하는 기업에 영향을 미치는 리스크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것인가를 알고 있는가? 이 글에서는 경영자로서 리스크에 대한 올바른 인식에 초점을 맞추어 꼭 알아야만 하는 내용을 설명한다.


리스크의 의미

Risk를 뜻하는 라틴어 ‘riscus’는 그리스어 ‘riscus’에 서 유래했다. 이 말은 본래 ‘뿌리, 돌, 단단한 땅덩어리”란 뜻이데, 유사한 말로 ‘rhizikon’은 바다에서 피해 가기 어려운 것을 뜻하는 항해 용어로 쓰였다고 한다. 바로 리스크는 위험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뜻한다.  

리스크를 연구한 프랭크 나이트는 <리스크, 불확실성, 이익, 1921>라는 자신의 책에서 리스크와 불확실성의 정의를 구분했다. 리스크는 ‘결과의 가능성이 알려졌거나 알 수 있는 측정 가능한 불확실성이’라 정의했고, 불확실성은 ‘측정할 수 없고 알 수 없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리스크는 늘 있어 왔다. 

1997년 <포춘>500대 기업의 평균 기대수명은 약 45년이었다. 이 기대수명은 점점 짧아졌고 이후에 실시된 여러 조사에서는 30년 정도로 추산한다. 새롭게 혁신하는 기업이 등장하고 기존 기업들은 더욱 자주 파산하고 없어지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는 더욱 짧아졌으리라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이 리스크는 유기체의 존속과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급작스러운 변화를 뜻한다. 생물학적으로 보자면 이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지구 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의 90퍼센트는 이미 멸종되었다고 하니까 말이다. 지금까지의 사회변화를 생각해 보면 리스크를 없애거나 회피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중대한 리스크는 변하고 있다  

예전에는 자연의 변화가 중요한 리스크였다. 인간은 태풍 같은 자연재해, 전염병 같은 리스크에 대단히 취약했다. 그러다가 점차 기술이 발전하고 인간의 문제 해결 능력이 발전하면서 이러한 리스크에 대한 대응능력이 향상되어 왔다.

현재 이러한 리스크는 변하고 있다. 오염이 야기하는 기후변화라는 환경위기는 새로운 리스크로서 대두되었고 인간 활동의 통합과 기술발전에 따른 리스크가 점차 중요한 리스크로 나타나고 상호 존성의 증대에 따른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어느 한 국가의 경제 붕괴는 이와 연관된 다른 국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보시스템 해킹에 따른 위기는 매우 심각하다.

-인구 이동에 따른 바이러스의 전파 속도는 상상을 불허한다.


리스크 대응에 관한 이론들

리스크가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게 되면서 리스크를 파악하고 관리하려는 연구가 이어져 왔다. 경영자의 입장에서 이론을 상세하게 이해하기란 힘들지만 여러 이론이 담고 있는 가정과 모델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 것은 필요하다. 리스크의 본질에 대해 안목을 가지는 데 유용하기 때문이다. 여러 이론 중에서 리스크 관리 모델과 복잡계 이론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리스크 관리모델은 재무적 위험(투자 실패)을 계산하기 위해 고안되어 왔으나 점차 경제현상을 예측하고 대응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극단적인 학자들은 이러한 모델이 전혀 현실을 설명하지 못한다고 주장하지만- 금융시장의 붕괴를 생각하면 일면 맞는 주장이기는 하다- 일정 시점에서 일정한 정도로는 현실을 설명해 준다. 

복잡계 이론은 다양한 변수가 미치는 불확실성을 예측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엄격한 수학모델이 갖는 한계- 통제 변수 외에 다른 모든 변수는 같다고 가정하는 것-를 어느 정도 벗어났지만 아직 현실을 설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리스크를 다룬다는 것

리스크를 인지하는 것은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이 할 수 있는 수단은 어떤 것일까를 경영자는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미래예측의 문제

기업은 미래를 향해 현재의 의사결정을 하는 조직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미래의 수익을 위한 것이면서 현재의 자원을 사용하겠다는 결정이다. 이 점에서 기업의 모든 활동은 기업가적 의사결정이다. 그런데 기업가적 의사결정에는 바로 리스크가 담겨 있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경영자는 어쨌든 미래에 대한 가정을 한다. 그런데 미래 예측은 사실 정확도가 매우 낮은 것이다. 특히 리스크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나심 탈레브는 발생 가능성이 매우 낮고 예측하기 어려우며 큰 영향을 미치는 사건을 <블랙 스완**>이라고 표현했는데, 이러한 사건은 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발생할 수 있고, 이것이 리스크를 만든다.

**검은 백조는 실제로 1697년에 호주에서 발견되었다. 이때까지는 모든 백조는 희다는 것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믿는 사실이었다. 

요즘 회자되는 4차 산업혁명은 이를 견인하는 기술적 혁신의 요소에 대해서는 설명할 수 있지만(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이들의 조합이 상품과 서비스, 인간 생활의 변화, 사회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기란 매우 어렵다. 

요약하면 미래에 대해서는 낙관도 비관도 어렵다. 경영자는 자신의 예상이 항상 틀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인지하고, 지금 예상하는 미래를 기초로 하는 의사결정의 리스크를 항상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의사결정의 변화는 불가피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기업 조직의 변화 대응력(혹은 민첩성)을 높이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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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를 분별하라

리스크에는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와 감당하기 어려운 리스크가 있다.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란 어느 정도 계산을 할 수 있고 리스크에 따라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리스크를 말한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 골드만 삭스를 포함한 많은 금융기관들은 부도위험이 높은 주택담보대출 파생상품에 투자했고 때로는 이 과정에서 내부 기준과 규율을 어기기도 했다. 이에 따른 결과는 잘 알 것이다. 하지만 복잡한 금융구조로 가리어져 있지만 기본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금융파생상품이 동반하는 위험을 파악하고 투자를 하지 않은 금융기관들도 있다. 

어떤 리스크는 CEO 교체 등 TOP경영진에 관련된 것일 수도 있다. 탁월한 CEO가 기업을 이끌다가 갑작스러운 사고가 생긴다면 그 기업은 상당한 위험에 빠질 수 있다. 미국과 유럽의 여러 기업들이 CEO 승계에 오랜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이러한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리스크에서 가치를 창출한다.

이 관점은 리스크 관리를 위험으로부터의 보호에서 가치 창출로 전환하는 것이다. 가장 주체적이고 혁신적인 관점이다. 감당할 수 있고 어느 정도 계산할 수 있는 리스크를 활용하여 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피터 드러커)

필자의 생각으로는 이러한 관점은 옳다. 근거 없는 긍정보다는 근거 있는 비관이 기업경영에서는 올바르다. 또한 리스크를 수용하는 것은 기업의 본질이다. 기업은 희소한 자원을 투자해서 고객을 창출하고, 이를 통해 성과를 달성하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몇몇 선도기업들은 이러한 리스크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운영하는데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기업의 존속과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리스크를 현명하게 파악한다.

리스크에 따른 손실과 기회를 파악한다.

손실을 회피하고 기회를 통해 가치 창출을 하기 위한 전략을 세운다.  

리스크에 대응하는 기업역량을 세우는 데 투자한다 

리스크는 기업에게는 불변의 상수다. 경영자는 의사결정과 행동에 리스크가 항상 동반된다는 것을 예민하게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리스크로부터 자유로운 기업은 없다. 또한 기업이 성장할수록 리스크는 더욱더 커진다. 

리스크를 이해하는 관점은 잠재적인 손실과 가치 창출의 기회라는 두 가지 관점이 있다. 손실회피 관점은 아무리 성공한다고 해도 기존 자원의 보호라는 소득에 머문다. 가치 창출 관점은 리스크를 분별하여 이를 성장의 기회로 삼는다는 적극적인 경영을 의도하며 리스크 관리체계를 구축하여 전략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다.

경영자로서 최소한으로 해야 하는 일은 자신이 일하는 조직에 큰 영향을 미치는 리스크가 무엇인가를 알고 이에 대응하는 역량을 구축하는 것이다. 또한 기업의 사업모델, 전략, 경영활동에서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파악하고 이를 실천해야 한다. 즉, 리스크는 피하는 것이 아니라 대응하는 것이다. 


<Action Point>

우리 조직에 큰 영향을 미치는 리스크로는 어떤 것이 있는가?

만일, 현재와 같은 성장 추세가 갑자기 멈춘다면 어떠한 일이 생길 수 있을까?

우리 조직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 사회 경제, 기술 등 환경요인의 변화는 어떤 것일까?

우리 조직이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는 어떤 것이고, 이에 대응해서 어떤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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