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관리에 의한 경영(Management by Objectives)을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또한, 특별한 수단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경영자들의 노력이 저절로 공동의 목표를 향해 집중되는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피터 드러커
목표관리는 매우 익숙한 경영 용어의 하나다. 목표관리를 하고 있지 않다고 말하는 기업은 드물다. 그런데 목표관리를 제대로 수행하는 기업도 드물다. 목표관리에 대한 오해와 함께 제대로 하기 위한 조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목표관리는 '목표'와 '관리'의 합이다. 두 가지 개념을 제대로 이해할 때 목표관리를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다. 목표의 중요성은 이해하기 쉽다. 경영의 출발점이자 결과로써 조직은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목표’가 아니라 ‘올바른 목표’다. 목표는 구성원의 노력을 집중시키는 대상이자 그 결과로써 조직이 달성할 것을 정해 주기 때문이다. 즉, 목표는 기업의 존재 요건을 만든다. 그런데 올바른 목표 설정이란 쉬은 작업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목표 설정은 매우 힘든 과업이다.
또한 목표를 기반으로 하는 기업 운영과 목표 실현을 위한 경영자의 역할 수행은 절대로 쉽지 않다. 먼저 사람들의 노력이 하나의 목표로 쉽게 모이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이론적으로는 기업 구성원들의 노력이 한 방향으로 정렬되고 목표 달성에 공헌하도록 해야 하지만 방향 혼선, 노력 중복, 각자 몫의 기여를 둘러싼 갈등을 피할 수 없다. 기업에서 목표를 둘러싼 갈등이나 자원배분을 둘러싼 다툼은 드물지 않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할까? 경영자의 태만이나 실수만이 원인은 아니다. 조직이라는 특성이나 구조가 오히려 더욱 큰 원인이다.
목표관리를 방해하는 기업 조건
•조직규모의 복잡성: 복잡한 것은 소음과 혼선의 주범이다.
•계층구조의 복잡성: 사람이 많을수록 시간과 노력이 더 든다.
•사업범위의 확장(다각화, 국제화 등): 새로운 문제, 새로운 위기가 닥 친다.
•다양한 가치관과 특성을 가진 구성원들: 조정과 통합을 위한 부담이 크다.
이러한 조건들은 기업이 성장함에 따라서 필연적으로 갖게 되는 구조적 특성이다. 이 특성들이 목표관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구성원들이 목표를 파악하거나 자신이 달성하려는 구체적 목표가 기업 성공에 기여하는지에 대해 확신을 갖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현대 기업은 지식근로자가 중심인 조직이 되고 있는데, 이것은 목표 기반 경영이 더욱더 힘든 과업이 되었다는 사실을 뜻한다. 지식근로자는 육체 근로자와 다르다. 큰 권한을 행사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영역에서만큼은 성과 달성의 책임과 권한을 가진 경영자이기도 하다. 따라서 중요한 경영문제가 제기된다. 전통적인 기업 경영의 도구였던 명령과 통제가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으로 어떻게 하면 이들이 올바른 과업을 수행하고 높은 생산성을 발휘하면서 기업 전체의 목표에 이바지하도록 할 수 있을 것인가 말이다. 어떻게 각자의 노력을 전체를 위해 기여하도록 모을 수 있을 것인가? 이 문제는 기업의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 이슈이자 성장을 결정하는 중요한 과제다. 기업은 목표를 달성하는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체계적인 경영 구조와 방식을 만들어야 한다.
이 과제가 기업의 본질적 과제이면서 경영자의 본질적 과업이라는 것을 가장 먼저 파악한 사람은 피터 드러커이다. 드러커는 그의 첫 번째 저작인 『경영의 실제, 1954』에서 이 문제를 다뤘다. 드러커의 목표관리는 경영자들이 자신의 목표를 기업 전체의 목표와 정렬하고 그것을 중심으로 경영하는 방식인데 사람과 기업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바탕에 담은 경영원리이자 올바른 실행을 추구하는 경영방식이다. 드러커의 목표관리 개념을 중심으로 목표관리가 무엇이고, 어떻게 이를 성공적으로 실행하는가를 살펴보겠다. 먼저 잘못된 인식을 검토하고 올바른 목표관리가 무엇인가를 살펴보겠다.
드러커에 의해 목표관리라는 용어가 지금처럼 익숙해지기는 했어도 아직도 많은 경영자가 목표관리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 다음과 같은 생각을 검토해 보자.
야망으로써의 목표관리
목표관리는 과감한 목표를 설정하고 사람들이 더욱 열정적으로 일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잘못된 심리학적 신념(높은 목표는 사람을 움직이게 만든다)이 바탕에 있다..
이념뿐인 목표관리
목표관리는 목표 설정과 관리를 통해 운영한다는 추상적인 원리일 뿐 구체적인 방식에 대해서는 별로 말할 것이 없다.
도구로써의 목표관리
목표관리는 목표의 구조(전체 목표–부문 목표–부서 목표–개인 목표)를 잘 짜서 운영하는 경영도구이다.
모두 잘못된 생각이다.
야망으로서의 목표관리: 가장 낮은 수준의 오해다. 목표가 주어질 때 이것이 사람 행동에 미치는 영향만을 강조할 뿐, 관리방식으로서 그 어떤 내용도 제시하지 못한다.
두 번째 생각은 껍질만 보는 편협한 시각이 낳은 오해다.
목표관리는 개념만 있고 형식적으로 목표를 정렬하는 방식이 아니다. 뒤에서 자세하게 살펴보겠지만 목표관리는 개념과 원리와 경영자의 행동방식을 포괄한다. 먼저 원리다. 드러커가 목표관리를 경영의 필수원칙이자 경영자들의 도구로 제시한 것은 '경영이란 모든 사람의 노력의 집합'이라고 보는 철학에 기반이 있다. 기업이 사명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노력을 한 방향으로 집중시킬 수 있어야 하는데 이 집중은 사람들이 기업의 사명과 연계된 목표를 가질 때 가능해진다. 목표는 공동으로 달성할 대상이자 결과물로써, 일을 가치 있게 만들고 조직을 조직답게 하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즉, 목표라는 개념은 조직이 달성할 핵심 성과를 집약한 개념이자, 경영자가 행동할 방향과 대상을 집중시키는 수단이다.
이처럼 목표관리는 실천과는 거리가 먼 공허한 주장이 아니다. 목표관리는 인간의 노력을 결집함으로써 결과를 달성한다는 실천원리를 분명하게 담고 있다. 조직의 사명과 연계된 목표를 각 구성원들이 이해하고 책임을 부여함으로써 각자가 공헌하도록 한다는 행동의 의미가 담겨 있다.
이념뿐인 목표관리: 목표관리는 일종의 원리이지 실제적인 도구로서 가치가 없다고 평가하는 의견은 전적으로 틀린 생각이다. 드러커는 목표관리를 처음으로 설명하면서 ‘목표와 자기 통제에 의한 관리 Management by Objectives and Self Control’라고 명명했다. 나중에 경영자들이 이를 원용하면서 목표관리로 줄여서 말한 것이지만 원래 목표관리는 '목표에 의한 관리와 자기 통제(자율적) 관리'를 말한다. 즉 드러커는 처음부터 목표와 자율성을 하나로 파악했다. 자율이라는 조직운영의 실질적 원칙을 구현하면서 목표를 관리한다는 실제성이 담겨 있는 것이다. 자율적 관리가 빠진 채로 목표에 의한 관리만을 얘기한다면 목표관리가 개념만 있는 추상적 원리로 이해되기 쉽다. '어떻게 목표를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원칙과 지침이 없다면 조직의 현실과는 무관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드러커가 제안한 목표관리는 목표를 통해 자율성을 구현하고 동시에 목표 달성에 대한 책임을 경영자에게 부여하며 이를 통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요약하면 목표관리는 자율적 책임경영(분권화)을 요건으로 하는 경영 실행의 방식이다..
도구로써의 목표관리: 이 생각은 본질이 아니라 형식에 치중하는 경영관행을 합리화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위기의식에 기초한 관리”(management by crisis)와 “ 몰아붙이기 식 관리” (management by drive)를 분칠 한 변명에 불과하다. 목표가 목표로서 의미를 갖기 위해 기능과 역할에 따라 책임을 부여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목표 배분은 목표가 서로 연관되고 정렬되어 있는 것을 조건으로 한다. 이러한 연계나 정렬에 대한 공감대 없이 기계적으로 목표를 배분하는 것은 결코 목표 달성 동기를 유발하지 못한다. 동기가 없는 관리는 실패한다. 예를 들어 목표 설정에 대한 참여와 논의, 공감대 없이 매출 목표를 회사 전체, 사업부, 팀, 개인에게 배분하는 과정으로 목표관리를 한다고 주장하는 기업들이 있는데, 이러한 관행은 엄청난 부담을 구성원들에게 안겨주고 목표 달성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살펴본 것처럼 목표관리는 야망도 아니고 추상적 원리만도 아니며, 단순한 경영도구가 아니다. 목표관리는 원리를 바탕에 둔 경영방식이다. 그 원리는 자율성이고 조화와 균형을 통한 경영 행동을 지향한다. 이를 상세하게 살펴보겠다.
목표는 통제를 불필요하게 만든다. 기업 구성원은 자신의 지식과 기술을 사용해서 성과를 창출하며 그 성과는 전체의 목표를 위해 자신의 공헌을 정의하고 선택한 후 거기에 노력을 집중할 때 나온다. 목표는 자율성을 보장하는 요소이며 사람은 자율적으로 목표 달성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하게 된다. 목표를 알고 있는 구성원은 스스로 방향을 정하고 필요한 과업을 책임으로 받아들이고 수행한다. 조직은 구성원에 대한 통제가 아니라 목표를 중심으로 명확한 역할과 책임을 부여하고 효과적으로 경영을 실행할 수 있다.
드러커가 ‘명령과 통제에 의한 관리’를 ‘자율과 분권에 의한 관리’로 대체하는 경영원칙이자 조직운영의 도구로 목표관리를 제시했다는 것은 중요한 사실이다. 바로 이 점이 목표관리의 핵심이다. 산업시대의 기업은 군대처럼 명령과 통제를 사용했다. 또한 사전에 직무와 책임 규정을 정해 중요한 장치로 활용했다: 정해진 일을 하고 지시에 따라 일하라! 목표관리는 명령과 통제를 목표로 대체한다: 목표를 이해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 일하라! 목표관리가 처음 제시된 50년대에 이러한 개념은 매우 혁신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점차 확산되었고 자율성에 기반한 목표관리의 중요성은 더욱더 높아지고 있다. 지식사회, 지식 조직으로 바뀐 오늘날을 생각해 보라. 목표관리는 올바르고도 효과적인 경영방식이다.
또한 자율성에 의한 경영에는 고유의 인간관이 바탕에 있다. 이것은 목표관리의 철학이자 이념이다. 이를 제대로 이해할 때 목표관리를 올바르게 구현할 수 있다.
자율성에 의한 경영에 담긴 인간관
자율성에 의한 경영은 인간이 자율적 존재라는 것을 받아들인다. 드러커가 말한 목표관리는 인간은 스스로의 의지로 일을 선택하고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며 공헌하고, 자신을 개발하는 주체적인 존재라는 인간관이 바탕에 있다. 반면, 목표관리의 대척점에 있는 통제에 의한 관리는 이런 인간관을 부인한다. 인간이란 본래 수동적인 존재로서 자율적인 공헌의 가능성과 주체적인 성장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통제에 의한 관리가 개개인의 작업에 대한 명령과 통제에 의해서 성과를 달성하려는 경영원리라면 목표관리는 스스로가 부여하는 책임감과 자율적 선택을 통한 동기부여를 통해 성과를 달성하는 원리다. 그리고 목표를 추구하는 인간의 자율성과 책임을 바탕에 둔 조직운영으로 조직의 효과성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목표관리의 중심에 있는 사상이다. 이런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목표관리는 ‘자기 통제에 의한 관리’를 의미한다.
드러커는 목표관리를 자기 통제에 의한 관리로 봄으로써 기존 지배적 경영원리였던 통제에 의한 관리에서 벗어난 새로운 경영 원리의 가치를 부여했다. 목표관리가 도구나 방법론이 아니라는 점이 명확해졌을 것이다. 일부 경영자들이 목표를 설정하기 위한 방법론이나 혹은 조직 전체의 목표를 부문별 목표로 할당하는 기술적 도구로서 목표관리를 이해하고 있는데, 이 생각은 전적으로 틀린 생각이다. 목표관리는 인간의 자율성에 바탕을 두고 책임을 통해 사람의 능력과 노력을 결집시키는 실질적인 조직운영의 원리다.
목표관리는 조화와 균형을 추구한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자.
기업은 조직이다. 조직에서 구성원은 전문영역과 기능에 따라 다른 일을 한다. 이 모든 일은 최종적으로 조직 전체의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따라서 조직은 가장 중요한 자원인 사람의 노력을 한 곳으로 집중하면서 개개인의 공헌이 전체 목표 달성에 최대한 기여하게 만든다는 분명한 방침과 경영도구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다양한 활동을 하는 여러 영역의 목표들이 제각각 목표를 달성하면서 전체의 균형도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 단기적인 성과를 내면서도 장기적인 성과를 내다볼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은 조화와 균형을 본질적 요구조건으로 하는 조직이다.
목표는 조화와 균형을 만든다.
기업은 마케팅, 생산, 인사관리, 연구개발, 재무, 유통, 고객 서비스 등의 다양한 활동영역을 가지고 있다. 기업은 이런 전문화된 각각의 영역에서 최선의 성과를 달성해야 한다. 그런 영역을 담당하는 전문가가 바로 경영자다. 따라서 경영자들이 자신의 영역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는지가 중요한 문제가 된다. 경영자는 우선 자신이 담당하는 영역에서 최고의 성과를 올리려고 한다. 그런데 경영자의 관심과 노력이 전체를 위한 최고의 성과로 항상 이어지지는 않는다. 전체의 성과보다는 자기가 담당하는 부문의 성과에만 치중하는 이탈의 문제, 경영자끼리 서로를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충돌하는 분리의 문제, 그리고 항상 부족한 자원을 서로 확보하려는 갈등의 문제 때문이다. 이런 문제들은 반복되기 쉬운 구조적인 문제로 종종 기업을 위험을 빠뜨린다.
엔지니어링 임원은 최고 수준의 품질과 완벽성을 가진 제품을 설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속한 제품 공급을 통한 점유율 확대를 목표로 하는 마케팅 임원의 목표를 알고 있을 때 이 엔지니어링 임원의 목표는 적절한 것인가? 시장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절실한 마케팅 임원의 목표는 품질의 완벽성을 절실하게 생각하는 엔지니어링 임원의 목표와 어떻게 조화를 달성할 수 있을까?
장인정신은 뛰어난 제품을 개발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원료이자 에너지의 원천이다. 그런데 제품의 성과를 결정하는 것은 언제나 시장이고 고객이다. 따라서 신속한 시장 출시와 마케팅 성공은 제품의 혁신 못지않게 기업이 발휘해야만 하는 핵심역량이다. 엔지니어링과 마케팅은 어떻게 목표를 조율하 고 또 협력할 수 있을까? 만일 마케팅 임원이 현재의 뛰어난 제품을 좀 더 단순하게 변경하고 싶다면(기술적 탁월성을 조금 낮추겠지만 보다 경쟁력이 있는 가격대의 제품을 만드는 것) 이 엔지니어링 임원의 목표는 어떤 것이 돼야 할까?
이런 사례는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며 희귀한 이야기도 아니다. 각 부문 간에 목표의 혼란과 충돌은 쉽게 일어날 수 있다. 또한 이런 상황은 다양한 영역에서 경영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이라는 조직 특성상 불가피한 특성이다. 경영자들이 자동적으로 공동의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목표관리는 이러한 위험을 방지하는 올바른 경영원리를 담고 있다. 기업의 핵심 목표와 연계된 경영자의 부문 목표를 수립하며 전체와 부문, 개인 목표의 조화를 달성함으로써 전체의 목표를 달성하려는 경영시스템을 지향한다.
자율성에 의한 경영과 조화와 균형을 확보한다는 사상은 목표관리를 지탱하는 두 개의 축이며 조직의 현실을 바탕에 둔 경영방식으로서도 분명한 의의를 가지고 있다.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목표관리의 의의)
- 기업 전체의 목표에 초점을 두고 공동의 목표를 향하여 집중하도록 하는 것
- 장인의식(workmanship)을 최고로 발휘하려는 동기와 각 계층의 경영자로서 기업의 공동목표 달성에 기여한다는 일관된 지향 모두를 실현함
- 각각의 직무가 기업 전체의 목표에 초점을 맞출 것
- 각 경영자가 산출한 결과는 그들이 기업의 성공에 기여한 공헌에 의하여 평가함.
그렇다면 어떻게 이러한 목표관리를 효과적으로 실천할 수 있을까? 이제 원리에서 실천의 영역으로 넘어가 보자.
목표관리는 자율성을 바탕으로 하는 조화와 균형을 바탕으로 하는 경영철학이자 경영방식이다. 어떠한 좋은 원리나 도구도 이를 구현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목표관리를 실제로 구현하려면 몇 가지 중요한 원칙을 일관되게 실천해야 한다.
먼저 자율성을 명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목표관리의 바탕에 있는 핵심 사상은 자율성이다. 자율성은 방임이 아니다. 자율성의 동반자는 책임이다. 어떤 경영자가 책임을 질 수 있으려면 반드시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반대도 진실이다.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며 자신의 성과를 스스로 관리할 수 있어야만 자율적으로 일하는 것이다. 곧 모든 경영자가 자기 통제에 의한 관리를 할 수 있고 또 해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목표관리가 진정으로 중요한 이유는 그것을 통해 자기 관리를 가능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목표에 의한 관리가 주는 가장 큰 혜택은 관리자가 자신의 성과를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것이다. 자기 관리는 보다 강한 동기부여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적당하게 넘어가지 않고 자기의 최선을 다한다는 의지다. 자기 관리는 자신의 성과목표를 높게 설정하고 보다 큰 비전을 가지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자기 통제에 의한 관리를 먼저 실현해야 한다.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는 가치를 통해 자기 통제가 이루어지고 이를 통해 목표관리는 제대로 작동한다. 그러나 자율성과 방임이 가까이 있는 것처럼 자기 통제에 의한 관리는 쉽게 길을 잃을 수 있다. 목표 설정의 혼선 또는 오류, 전체 목표보다는 자기 목표에 대한 지나친 집중, 자기 관리에 따른 책임의 경시, 안전주의 등 부정적인 문제가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자기 통제에 의한 관리가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구체적인 행동의 원칙을 실행해야 한다.
이를 위한 세 가지 원칙이 있다.
1. 스스로 목표를 세우라: 경영자는 자신이 책임지는 목표를 스스로 개발해야 한다.
목표를 스스로 만들어야 진정한 의미에서 책임을 질 수 있고 또 물을 수 있다. 자신의 능력과 강점을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을 토대로 스스로 목표를 수립할 때 비로소 이 목표는 자기가 책임지는 목표가 된다. 물론 경영자가 정한 목표를 상위 경영자나 조직은 승인하거나 거부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경영자의 주체적인 참여를 통한 목표 수립과 기업이 지향하는 전체 목표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다.
그런데, 이 방식이 이상적이라는 반론이 있다. 기업 현장에서는 목표가 상의하달 방식으로 전달되는 경우가 많고 스스로 목표를 세우는 과정이란 위험하다는 비판을 한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러한 비판이 근거가 없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상의하달 방식이 오랜 관행으로 굳어지면서 그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것이고, 하의상달 방식으로 목표를 수립하는 방식에 대해서 진지한 검토를 하지 않은 반론에 지나지 않는다. 혁신적인 상품으로 시장을 리드하는 신경제기업들(애플, 구글, 넷플릭스 등)이 공통적으로 구성원의 주체적 참여를 요구하고 보장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라. 스스로 목표를 선택하고, 이 과정에서 전체 목표와 자신의 목표를 정렬시키고, 달성에 대한 진지한 책임감을 부여하는 과정은 원리로도 올바르고 실제로도 가능한 것이다.
2. 위를 향하라: 모든 경영자가 달성해야 할 목표는 아래가 아니라 위로 향해야 한다.
이 원칙은 경영자의 일에 대한 지혜로운 통찰이 담겨 있다. 경영자는 대체로 자신의 일을 생각할 때 아래를 본다. 부하 직원의 업무에 대한 감독, 지시와 통제를 자신의 직무로 혹은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 생각은 전적으로 틀린 생각이다. 경영자의 책임은 경영자가 속한 상위 부문의 목표에 공헌하는 것이다. 그것이 가능할 때 비로소 그의 목표와 기업 전체의 목표가 연계되고 경영자의 성과가 기업 전체의 사명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영자는 상위 조직이 자신의 목표를 개발할 때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참여를 통해서 상위 조직의 목표를 이해하고 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자신의 목표를 알 수 있다. 사장은 임원에게, 임원은 팀장에게, 팀장은 팀원에게 자신의 목표 설정에 참여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3. 최고를 지향하라: 경영자의 목표는 좀 더 높은 성과목표와 폭넓은 비전을 가진 것이어야 한다.
경영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목표를 지향해야 한다. 왜냐하면 평범함을 넘어서는 것이 조직의 목적이고 평범한 성과로는 조직 전체의 사명에 연계되는 공헌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탁월성을 추구하는 것은 조직의 정신이기도 하다. 투입보다 더 큰 결과를 창출할 때만이 조직의 성장과 존속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경영자는 크고 원대한 목표를 지향해야 한다. 특히 조직의 혁신 자체가 생존의 기본 조건이 되는 현재는 비 전과 원대함이 있는 목표 설정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경영자는 주어진 역할을 완수하는 관리자의 역할과 함께 기업가 정신을 가진 혁신가의 역할도 해야 한다.
일본의 패션 기업 유니클로를 만든 야나이 다다시는 성공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쉽게 도달할 수 있는 목표는 의미가 없어요. 제가 시골 양복점에서 시작할 때만 해도 지금 같은 규모의 회사로 키울 수 있으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지요. 상상할 수 없는 목표를 세우지 않으면 성 장할 수 없어요.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를 세우는 게 저의 성공 원동력입니다. 높은 목표가 있어야 자신을 바꾸고, 회사를 바꾸는 혁신의 결 의가 생깁니다.
또한, 보다 높은 목표는 경영자가 자기 통제(자율)에 의한 목표관리를 가능하게 만드는 필수 원료다. 자율이라는 단어는 ‘자自’와 ‘율律’을 합친 말이다. 스스로 방향을 정하고 행동하고, 스스로를 다스리고, 그럼으로써 책임을 진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래서 자율이라는 말은 전혀 기쁨을 주는 말이 아니다. 목표를 수립하고 달성하는 일에 대해 경영자 각자가 책임을 진다는 것은 열정적인 동기와 자발적인 노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높은 목표는 경영자의 자존감(나는 조직에 진정으로 공헌하고 있다)과 동기(나는 최선의 노력을 발휘한다)를 유지할 수 있는 강력한 내면의 힘을 제공한다.
목표관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필수조건이라면 제도와 시스템은 목표관리가 온전하게 실행될 수 있는 현실적 기반이다. 즉 경영자의 목표 달성 과정을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프로세스를 만드는 것이다. 이 두 가지는 목표 자체만큼 중요하다. 목표는 그것을 달성하기까지는 언제나 좋은 의도에 불과하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활동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관리하지 않으면 목표 달성이란 가능하지 않다. 따라서 다양한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제도는 명확한 평가척도의 수립과 성과정보를 적시에 제공하는 경영시스템이다. 기업에서는 이 시스템을 ‘목표관리 시스템’ 혹 은 ‘성과관리시스템’이라고 부르는데 뛰어난 성과를 달성하는 기업들이 특히 이것을 탁월하게 운영한다. GM, 맥도널드, GE, 삼성, 현대처럼 19세기에서 20세기에 사업을 시작한 대기업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아마존, 소프트뱅크, 유니클로 같은 신경제 신산업을 개척한 기업들도 고도의 목표관리 시스템을 운영하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기업들마다 형태는 다르지만 목표관리시스템은 다음의 세 단계로 이루어진다.
<목표관리시스템>
•성과목표 수립(성과지표와 목표 정의)
-어디까지 갈 것인가?
-목표를 설정하는 성과영역의 선택, 성과영역별 목표 수준의 결정
•성과측정 프로세스(주기적 성과측정 및 보고)
-얼마나 왔는가?
-목표 달성 결과에 대한 성과측정의 기준, 주기, 보고체계
•성과평가 프로세스(최종 결과 분석, 평가, 개선 피드백)
-어떻게 더 잘할 것인가?
-최종 결과 분석, 문제점 파악, 개선 기회 도출, 평가, 보상 피드백 등
지금까지 목표관리의 원리와 의미 실천원칙을 정리했다. 목표관리는 목표를 중심으로 자율경영과 분권 경영을 실천하려는 경영원리이자 방식이다.
실천원칙은 단순하고 명확하다. 그렇지만 실천이 만만치 않은 것은 조직의 현실에서 원칙의 실행을 가로막는 여러 장벽과 잘못된 관행이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조직 내에서 자동적으로 모든 노력이 목표를 향해 모이지는 않는다. 전체 목표에 대한 혼선, 부문 간 목표의 충돌, 목표에 헌신하지 않는 경영자의 나태함, 상황 변화에 따른 목표의 유효성 감소,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과 사고 등. 목표관리의 장애물은 도처에 널려 있다. 또한 잘못된 경영관행을 바꾸는 일도 어려운 일이다. 명령과 통제에 의한 관리는 오랜 기간 기업에 뿌리내린 경영의식이자 관행이라 쉽게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불편한 하의상달이 아니라 신속하고 단순한 상의하달이라는 기업관행을 바꾸기란 매우 어렵다.
목표관리의 실천원칙을 제대로 적용하려면 자율성에 대한 신념을 확실하게 하고 조직의 잘못된 관행을 바꾸고 경영자의 고정관념을 바꾸려는 노력을 꾸준하게 해야 한다.
또한 올바른 목표관리를 위해서는 목표에 대한 철저한 의식과 상당한 관리적 역량이 동시에 필요하다는 것을 항상 주지해야 한다.
여러분의 조직에 올바른 목표관리를 뿌리내려라. 이를 위해 목표관리의 효과적 실천을 위한 과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당신이 일하는 조직의 상황에 맞춰 검토하고 실행과제를 판단하기 바란다.
모든 경영자들이 전체 기업의 목적과 정렬된 분명한 자신의 목표를 가지고 있도록 한다.
모든 경영자가 자신이 책임져야 할 목표를 스스로 개발하도록 한다.
경영자가 책임지는 목표는 기업 전체의 목적에 기여하면서 상위 조직의 목표에 공헌하는 것이어야 한다.
모든 목표는 분명하고, 모호하지 않으며, 측정 가능한 결과를 포함해야 하며, 달성 일정과 책임을 분명하게 정한 것이어야 한다.
명확한 성과척도와 성과정보를 경영자에게 적시에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경영자 간의 갈등과 혼선에 대응하기 위한 조정체계를 구축한다.
목표의 달성 과정은 주기적으로 점검돼야 하며, 때로는 목표를 수정·변경하는 절차를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