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은 출간까지의 세부 프로세스가 전자책과 조금 다릅니다. 우선 큰 프로세스를 말하자면 기획을 하고요 작가랑 출판사랑 계약을 합니다. 그런데 자비출판은 내가 글을 쓰고 직접 출판하는 것이니까 계약서는 필요 없겠죠. 내가 나를 배신할 일은 없으니까요.
원고 및 디자인 개발은 삽화, 테두리 같은 것을 개발하는 것이에요. 그리고 조판 및 교정은 이렇게 생각하시면 돼요. 글의 줄 간격이나 단락 간격 조정도 있고, 이미지가 있다면 이 이미지를 왼쪽에 넣을거냐 오른쪽에 넣을거냐, 크기는 어느 정도로 할거냐 등을 말해요. 폰트 디자인이 디자인인지 조판인지는 모르겠어요. 거의 동시에 일어나거나 순서가 바뀌기도 해서요.
1교는 보통 PC교라고도 하는데 처음에 모니터로 원고를 보면서 수정을 하거든요. 그리고 어느 정도 오탈자도 잡히고 문장도 보완을 했다고 하면 출력을 한 후 꼼꼼하게 다시 읽어보는 것이 2교, 3교, 4교, 5교 등등이고요.
그 뒤 컨펌은 뭐 영어로 Confirm, 즉 확정한다는 것이고, 제작은 인쇄하는 것, 재쇄는 한 번 인쇄하는 상황이니까 행복한 고민을 하는 것이고요. 그림에서 설명한 모든 단계를 다 거치는 것도 아니고 책의 종류나 출판사의 루틴에 따라 조금 달라질 수 있지만 큰 흐름은 이해 되었을거에요.
내가 자비출판을 하려고 하는데 디자인 역량이 부족하다. 그러면 외주를 맡겨야 하는데 이 때 종이책 인쇄와 별개로 디자인 비용도 들어요. 예를 들면 책마다 표지 말고도 디자인이 다 다르잖아요. 여백 남긴 것도 다르고 내지에 있는 페이지 표시가 위에 있느냐 아래에 있느냐도 다르고, 표가 있다면 이걸 깔끔하게 정리도 해야 하는 등 이런 기본 디자인만 해도 보통 300만 원에서 400만 원이 들어요.
이 비용이 비싼 것 같다는 느낌이 드신다면 다시 한 번 천천히 생각을 해보시면 납득이 되요. 디자인을 하시는 분들도 프리랜서든 회사에서 일을 하든 시간을 써서 일을 하는 것인데, 이 일이 하루 일한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고, 디자인을 의뢰한 고객과 추가 소통을 하면서 피드백 받고 수정하는 것까지 고려하면 저는 합리적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프리랜서 분의 경력이 얼마나 되느냐 회사가 어디냐에 따라, 여기에 새로 디자인해야 하는 개수가 몇 개냐에 따라 더 비싸지거나 저렴해질 수는 있고요.
그래서 기획 출판으로 첫 책을 내신 분들은 출판사와 계약을 한거니까 이미 그 자체로 대단하신거에요. 출판사로부터 인정을 받은 거잖아요. 이것만으로도 필력이 좋을 확률이 높죠. 그런데 자비 출판으로 첫 책을 냈는데 엄청 깔끔하게 잘 나왔다, 이분들은 눈에 안 보이는 공을 엄청 들이신 거죠. 어떻게 보면 기획 출판하신 작가님들보다 더 대단하신거고요.
결론적으로 뒤의 역주행 얘기하기 전에 종이책 한 권을 자비 출판하려 한다면 세부적으로도 챙길 게 많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어요. 이런 것들도 미리 감안해야 자비출판의 허와 실 또는 딜레마를 먼저 고민해보고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