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컨설턴트의 AI 시대 생존 지도: 8개 사고력

4C를 넘어 8개의 역량으로

by 작가와

앞의 글들까지 질문만 던지다 보니, 내가 먼저 답답해졌다. 'AI가 이렇게 똑똑한데 나는 뭘 잘해야 하지?', '나름 뭔가 공부도 하고 활용도 하는데 왜 불안이 줄지 않을까?' 같은 물음표만 쌓여갔다. 즉 컨설팅을 20년 하면서 제일 많이 하던 일이 전략 수립이었는데, 정작 내 커리어 앞에서는 전략도 없이 우왕좌왕하고 있던 것이었다. 고객사 임원 분들께는 "방향성을 먼저 잘 잡으셔야 합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리면서 말이다.

그래서 이번엔 정리를 좀 해보고 싶었다. 완벽한 정답을 찾겠다는 게 아니라(하고 싶어도 못할테니), 적어도 "내가 지금 어느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는지" 보여줄 수 있는 지도 하나쯤은 그려보자고.


미네르바.png 4C 역량을 강화하는 중? Gemini 활용

그때 문득 떠올랐던 게 '미네르바 스쿨'이다.(얼마 전, 친구가 여기에 입학한 것도 한 몫 했다, 현아 고맙다) 캠퍼스도 없이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배우는, 한국 교육 정서로는 다소 충격적인(?) 그 대학 말이다. 이 학교가 강조하는 4C라는 게 있다.

Critical Thinking (비판적 사고)

Creative Thinking (창의적 사고)

Communication (소통)

Collaboration (협업)


흥미로운 건, 이게 'AI 시대라서 갑자기 중요해진 신종 능력'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사실 예전부터 다들 중요하다고 했던 것들이다. 다만 AI가 등장한 후 이 능력들의 위상이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에서 '없으면 정말 힘들어지는' 쪽으로 확 올라간 느낌이다.


그런데!

위의 4C는 직관적으로 뭔가 누락된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AI 전문가들이 말하는 내용들, 책에서 본 내용들을 다시 되짚어 본 후 나만의 관점을 8개로 정리했다. 다음에 소개할 8가지 사고 방식과 태도는 "이번 분기 안에 다 끝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우리가 몇 년, 어쩌면 은퇴할 때까지 같이 운동하듯 단련해가는 "근육 세트" 정도로 봐주면 좋다.


1. 비판적 사고

"눈앞의 정보와 상황을, 한 번 더 의심하고 따져보는 힘"

AI가 만든 보고서와 사람이 쓴 기획서의 경계가 흐려지는 지금, 이 역량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관련 강의를 하는 입장에서 너무 잘 알고 있다, 관심 있는 분들을 위해 아래 링크 첨부) ChatGPT도 틀린 정보를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줄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 회의실에서 누군가 "AI가 이렇게 분석했습니다"라고 내놓은 자료를 그대로 믿는 경우는 없다. 보고 있는 내용이 '정말 사실인가?'를 제대로 확인하는 것, 그리고 그 내용을 잘 해석하는 것. AI가 똑똑해질수록 우리는 더 의심할 줄 알아야 한다.


2. 논리적 사고

"생각과 생각을 이어, 앞뒤가 맞는 이야기로 만드는 힘"

AI에게 "왜 그렇게 분석했어?"라고 물으면, 그럴듯한 설명을 쭉 늘어놓는다. 근데 그 논리가 맞는지는 우리가 판단해야 한다. 상사에게 보고할 때, 고객을 설득할 때, 귀납법·연역법도 중요하지만 선후 관계, 인과 관계부터 잘 이해해야 한다. "매출이 떨어진 원인이 뭐냐"고 물었을 때 단순히 "경기가 안 좋아서요"라고 답하면 곤란하지 않나. AI 시대엔 이게 더 중요해졌다. AI의 답이 맞는지, 현실 세계에서 작동할 수 있는지 등을 검증할 수 있는 건 결국 논리적 사고니까.


3. 창의적 사고

"정해진 답 밖으로 한 걸음 나가, 다른 가능성을 떠올리는 힘"

AI는 기존 데이터를 학습해서 답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건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몇 번의 성공적인 아이디어 도출 경험을 떠올렸을 때, 사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그 자체만 보면, 사람보다 AI가 더 낫다. 그러나 AI가 여전히 커버하지 못하는 부분은 오프라인 상의 우리 조직 현황이다. 그래서 "이 업무 프로세스를 어떻게 개선할까?"부터 "우리 팀만의 차별화 포인트가 뭐지?"까지 창의적 사고는 여전히 필요하다. AI 시대에 창의성은 'AI가 생각 못한 질문(주로 현장의 맥락과 경험을 결합한)을 던질 수 있는 힘'이 되는 것 같다.


4. 공감 및 소통

"상대의 입장을 상상해 보고, 그에 맞게 말하고 듣는 힘"

AI는 공감하는 척은 잘해도, 진짜로 공감하진 못한다.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내가 동료들로부터 가장 아픈 피드백을 받았던 부분이기도 하다. 이전엔 후배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일을 잘 못할 경우 ‘회사에 일 하러 왔지, 좋은 인간 관계를 맺으러 왔나?’, '이딴 보고서를 읽으라는거야?'란 생각과 말을 서슴없이 했다. 나와 함께 프로젝트를 했던 이전 동료들이 상처를 종종 입었다. 여전히… 공감은 어렵지만 소통 방식은 바뀌었다. "이 보고서, 오문과 비문을 먼저 수정한 후에 다시 줄래?" 정도로. AI가 대신할 수 없는 영역, 바로 이거다. (아직 못 본 분들에게 영화 'Her'를 한 번 보시길 권한다)


5. 데이터 리터러시

"숫자와 자료 속에서 핵심을 읽어내고, 질문을 던지는 힘"

AI가 "매출이 20% 증가했습니다"라고 분석해줘도, '왜 증가했는지', '지속 가능한지'를 판단하는 건 우리의 몫이다. 재무팀이 아니어도, 데이터 분석가가 아니어도, 숫자를 보고 해석하는 걸 잘 하면 회의실에서 발언권이 달라진다. 엑셀 함수 몇 개 더 외우는 게 아니라, "이 수치 뒤에 어떤 맥락이 숨어 있지?"를 읽어내는 거다. AI 시대일수록 숫자 뒤의 맥락을 읽는 힘이 더 중요해진다.


6. 디지털 리터러시

"디지털 툴과 환경을 이해하고,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쓰는 힘"

AI는 말할 것도 없고 슬랙, 노션, 피그마... 매달 협업 툴들도 새로운 기능들이 쏟아진다. 문제는 툴은 많은데 제대로 활용하는 사람은 드물다는 거다. 더 큰 문제는 AI 생성 콘텐츠와 피싱 메일이 섞여 들어오는 업무 환경에서 무방비로 노출된다는 점이다. "이 링크 괜찮은 거 맞죠?"라고 물어보는 순간 이미 늦을 수도 있다. 디지털 환경을 제대로 이해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도 안전하게 지키는 감각. 이게 있어야 한다.


7. AI 리터러시

"AI를 도구이자 동료로 다루는 감각"

질문을 잘 할수록, 프롬프트를 잘 입력할수록 AI 답변의 품질이 좋아진다. 질문을 잘 한다는 말은 '내가 아는 게 무엇이고 모르는 게 무엇인지'를 아는 메타인지를 잘 한다는 걸로 수렴된다. '메타인지'란 말도 어렵고 이것만으로도 할 이야기가 많은데, 우선은 직접 경험을 많이 하는 것, 그리고 스스로 생각하고 글을 쓰는 것이 정말 좋다. (나도 블로그와 브런치를 꾸준히 쓰려고 하는데, 계속 밀린다… ㅠㅠ) 여기에 LLM을 기본으로 하되 이미지, 영상, 음악 등 Ai로 무엇을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는 알아야 한다. 인정한다. 이게 좀 피곤하고 겁이 나게 하는 부분이다.


8. 자율적 학습과 성장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배우고 자라려고 애쓰는 태도"

AI가 보고서도 써주고, 코딩도 도와주고, 번역도 해주는 시대다. 그럴수록 "왜 이걸 배워야 하지?"라는 질문이 더 중요해졌다. 이게 학습과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동기가 되기 때문이다. 나도 관심 분야는 재미있게 파고들지만 안 그런 분야는 거리를 두게 된다. 퇴근 후 피곤한데 강의 듣는 건 정말 쉽지 않다. 그래서 중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중이다. AI 시대엔 '시켜서 하는 업무'는 AI가 대신해주지만, '하고 싶어서 하는 배움'은 여전히 사람만이 할 수 있으니까.


이 8가지를 다 읽고 나니 '언제 이걸 다 키우냐'는 생각이 들지 않나. 나도 그렇다. 사실 나부터 이 질문들 앞에서 머뭇거리는 게 한두 개가 아니다. 그래서 이건 '올해 안에 배워야 할 스킬 리스트'가 아니라, 우리가 앞으로 천천히, 조금씩 함께 단련해갈 '뇌 근육 지도' 정도로 봐주면 좋다. 헬스장 가도 한 번에 모든 기구 쓰진 않지 않나.


다음 편부터는 이 8개 역량을 하나씩 떼어내어 살펴보려 한다. 그리고 내가 시도하는 방법들도 소개하고. 중요한 건, 이게 직장인에게만 필요한 능력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 모두 같이 연습해야 하는 힘이다. AX까진 아니라고 해도, 조직이라면 리더가 먼저 해봐야 팀원들도 쉽게 따라올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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