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를 좋아하시나요?
안녕하세요 jako입니다. 글의 부제처럼 Memoir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Memoir 가 뭔데?
Memoir는 12주간 한 주를 회고하고 이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공유하여 깊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모임입니다. 사실 제가 이렇게 소개하는 것보다 Memoir에 직접 방문하여 어떤 모임인지 그리고 어떤 활동을 하는지 확인하시는 게 더욱 와닿으실 것 같습니다.
Memoir 왜 하는데?
이 프롤로그에서 작성하고 싶은 내용이 바로 이것입니다. "회고"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던 시작점부터 "메모어"라는 모임을 해야겠다는 결심에 이르기까지의 그동안 "회고"를 작성하면서 가졌던 썰과 스토리에 대해 기록하려 합니다.
사실 저는 일기 쓰기를 극단적으로 싫어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제 과거 이야기를 해보자면 2000년 초반의 초등학생이던 저는 일기 쓰기가 너무너무 싫었습니다. 굳이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을 공책에 기록하고 그걸 선생님에게 검사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일기는 내 일상을 감시받기 위해 존재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유년 시절에 그런 생각이 굳혀져 갔던 건 체벌이 흔했던 그 시절엔 적어도 일기를 쓰면 "2대 맞을 걸 1대 맞는다"라는 제 나름대로의 편하게 살고자 하는 공식이었기 때문에 덜 맞기 위해서라도 아무렇게나 쓰는 글에 불과할 뿐이었습니다.
이러한 유년 시절의 기억 때문인지 일기에 대해 노이로제가 걸리고 대학교를 졸업하던 그 순간까지 이해할 수 없는 개념으로 제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던 상태였습니다.
회사에서 시키니까 한다.
그렇게 일기 쓰기에 극단적으로 거부감을 가지고 있던 제가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현 회사에서 "회고"를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회고"와 "일기"의 공통점은 양쪽 모두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을 기록하는 데 사용한다는 것인데 이는 유년시절의 기억 때문인지 회사에서 "회고"를 해야 한다라고 들었을 땐 "회사에서 시키니까 해야지 뭐.."라는 다소 수동적인 마인드를 가지면서 회고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제 삶의 족적에서 "회고"의 첫 시작은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거쳐야 했던 과정의 일부라 생각했던 게 전부였습니다.
"회고를 하는데 어려운 부분이 뭐야?"
그러던 어느 날 사수분이 저를 따로 부르셔서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하시더군요. "회고를 하는데 어려운 부분이 뭐야?" 이 질문을 처음 들었을 때 많이 당황했습니다. 나름대로 경험과 개선할 점을 "회고"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사수 분께서는 앞서 언급했던 저의 수동적인 마인드를 꿰뚫어 보셨다는 점에서 놀랐기 때문이죠.
업무경험 "보고"하는 자리 아닙니까?
"회고를 하는데 어려운 부분이 뭐야?"라는 질문에 대해 저는 "업무 경험 보고하는 자리지 않냐"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때 당시엔 관료주의 심하게 매몰되어 있던 터라 "회고"를 하는 것 또한 회사에서 형식적으로 구색을 갖춰야 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렇게 대답을 하고 나니 사수분께서는 의외의 답변을 주셨습니다.
"보고"가 아니라 "공유"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는 게 어때?
위와 같은 대답을 듣고 나서 그 말의 의미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직장상사로부터 들었던 단어이기 때문에 "보고와 공유가 무슨 차이지?"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죠.
아무리 생각해도 무엇을 전달하는지 모르겠어서 솔직하게 다시 되물었습니다.
보고와 공유가 무슨 차이를 가지나요?
그러자 사수분께서 다음과 같이 답변을 주시더군요.
"보고"는 결과 중심 "공유"는 과정 중심, 나는 "과정이 중요하다"라고 생각한다.
이 답변을 들었을 때 사고가 정지되는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회사의 문화나 같이 일하고 있는 사람에 대해 너무 저의 편향대로 생각하고 있었고 제 스스로에게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이질감을 느꼈기 때문이죠.
앞서 소개했던 대화의 내용은 대략 21년도 3월~4월쯤의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회고에 대한 관점의 변화를 맞이하게 되면서 업무 경험에 대한 느낀 점, 개선점, 그리고 이런 게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여러 생각을 계속 "공유"했습니다. 그러던 중 신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는데 앞으로는 "회고"를 어떤 식으로 하면 좋을까를 고민하던 찰나 그동안 회사에서 진행한 회고에 대한 기록을 다시 열어보게 되었습니다.
1년간 진행했던 회고록을 천천히 읽어보게 되면서 납득하게 된 부분이 있었습니다.
"과정이 중요하구나"
여러 매체에서 "과정이 중요하다"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지만 저 스스로 "과정이 중요하다"라고 느끼게 된 건 이 경험 때문이었습니다. 회사에서 진행한 1년 동안의 회고의 기록을 통해 현 상태에 이르기까지 어떤 노력들을 했는지 그리고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어떤 면에서 차이가 있는지"를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변화되어 가는 순간을 제 눈으로 확인하게 되니 유년 시절에 가졌던 일기를 쓰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사라지게 되면서 회사에서만 할게 아니라 "스스로 회고를 해야 되겠다" 결심하고 22년 4월부터 개인 블로그에 꾸준히 매월 회고를 올리게 되었습니다.
이때쯤엔 글쓰기에 관심이 낮아서 그랬는지 좀 더 적극적으로 글을 적으려고 하지 않았던 게 다소 아쉽긴 하네요.
회고를 공유하고 싶은데 누구랑?
꾸준히 블로그에 월간 회고를 올리는 게 1년 3~4개월 정도 지나자 "회고를 공유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막연히 들기 시작했습니다.
회사를 통해 회고를 공유하면서 성장하는 경험을 해봤기 때문인지 스스로 회고하는 것에 대해 "뭔가 2% 부족 것 같은데"라는 느낌이 들더군요. 회사에서는 여러 사정으로 인해 회고를 하는 것에 한계를 맞이하면서 시선이 자연스레 외부로 움직이게 되었습니다.
조금 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의 회고를 공유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를 막연히 떠올리면서 "회고를 공유하는 모임이 어디 없나"를 찾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발견하게 된 모임이 서두에서 언급한 "Memoir"입니다.
앞서 소개한 제 사례처럼 저는 일기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고 더불어 회고를 처음 시작할 때도 좋은 감정으로 시작하지는 않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지금의 사수분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계속 편향된 시선으로 살고 있었을 테고 변화를 느끼지 못한 채 살아갔을 것입니다.
그러던 제가 매월 꾸준히 회고를 작성할 수 있었던 건 스스로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게 된 "회고"의 힘 덕분입니다.
제가 이 글을 읽는 독자분께 감히 회고를 하셔야 된다라고 말씀을 드릴 순 없지만 회고를 하시면 확실히 스스로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고 추천드리면서 이만 글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