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을 망설이다가 지난 1월, 드디어 결단(?)을 하고 브런치 작가가 되었습니다. 두세 편쯤 글을 발행하고는 또 잠시 멈췄다가 맘 먹고 본격적으로 시작한 게 8월이었으니 이제 만 2개월이 된 브런치 초짜입니다. 블로그와는 결이 다른 브런치 시스템이 익숙하지 않아서 검색도 해보고 글도 읽어보았지만 여전히 어리버리한 수준이지요.
반면 블로그를 시작한지는 벌써 10년이 넘었습니다.
소위 '블태기'라고 불리는 시기도 없이 10년을 한결같이 재미있었고 지금도 여전히 저에겐 가장 익숙한 공간입니다. 지금의 블로그는 상업적인 포스팅이 넘쳐나는 정보성 공간으로 변질되어가고 있지만, 저는 그 속에서도 꿋꿋하게 상업성 포스팅 없이 제가 쓰고 싶은 글을 쓰며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글'에 대한 아쉬움은 어쩔 수가 없더군요. 글보다는 사진과 정보가 중요하고 검색 순위에 민감한 블로그의 특성을 아예 무시하고 글만 고집하기엔 아무래도 한계가 있었지요.
그래서 다소 무리한 시도인 줄 알면서도 블로그와 브런치를 함께 해보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첫 책을 출간한 게 2005년이니 어느새 출간 15년차가 되었습니다.
그 사이에 여행책 5권과 어학책 1권을 출간했고 그 중에 2권은 소위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수년 동안 개정을 거듭해온 책도 몇 권 생겼습니다. 운좋게도 첫책부터 반응이 좋았고 그 이후에도 꾸준히 출간 제안이 이어져서 큰 고민 없이 15년 동안 책을 써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행책이 아닌 일반 에세이는 아예 다른 영역이었어요.
제 전공인 교육상담 및 심리를 살려서 에세이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한지는 꽤 시간이 지났지만, 에세이는 지금까지 써온 책과는 전혀 다른 분야였기에 출간 기회를 찾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주위에 저보다 늦게 책을 낸 여행작가님들이 하나둘씩 에세이를 출간하는 걸 보면서 솔직히 부럽기도 했고 그들의 인맥에 질투도 났으며 저만 뒤쳐지는 것 같아 마음이 초조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글을 쓰다보니 늘지 않는 글솜씨와 뻔한 것 같은 주제에 마음이 답답해지기도 했구요.
알고 지내는 실용 분야 에디터 몇 명에게 이런 고민을 토로했더니 다들 저에게 브런치를 추천해주었습니다. 많은 편집자들이 브런치를 통해서 작가를 발굴하고 있으니 브런치를 열심히 해보면 출간 제의가 올 수 있을 거라 하셨지요.
그래서 브런치를 시작했습니다.
처음 브런치를 시작했을 때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어요. 솔직히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도 있었던 거 같습니다.
블로그를 운영한지도 오래되었고 책도 여러 권 출간했으니 브런치를 시작하면 바로 방문자 수도 어느 정도 나오고 댓글과 공감도 있을 줄 알았어요. 혹시 바로 출간 제의가 오진 않으려나 헛된 꿈도 꾸었지요.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헛된 꿈이었습니다.
블로그와는 달리 브런치는 방문자수도 지극히 초라했고 구독자 수도 늘지 않았으며 댓글도 달리지 않았습니다. 출간 제의는 뭐 말할 필요도 없구요.
덕분에 아무도 읽어주지 않는 글이 얼마나 사람을 기운빠지게 하는지 제대로 절감하고 있는 중입니다.
물론 이제 겨우 두 달 남짓 해놓고 꿈이 너무 야무진 거 아니냐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또 저도 사실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의욕이 떨어지는 게 솔직한 마음입니다.
글을 올리면 공감해주고 덧글로 소통해주는 익숙한 공간인 블로그와는 달리 마치 무인도처럼 느껴지는 브런치가 아직은 낯설기만 합니다.
브런치를 시작하면 뭔가 달라질줄 알았지만, 달라진 건 없이 오히려 자신감만 하락한 것 같아요.
글 잘 쓰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줄 미처 몰랐고, 책을 내고 싶은 사람도, 이미 낸 사람도 이렇게 많은 줄 미처 몰랐습니다.
이런 프로페셔널한 공간에서 내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과연 에세이를 낼 수는 있을까, 그냥 지금이라도 브런치를 접고 하던 블로그나 열심히 하는 게 맞는 걸까 고민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