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산 기분
로또를 사면 이런 기분일까.
드디어 나도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응모했다.
프로젝트 응모를 위해 따로 글을 더 쓰진 않았지만, 지금까지 쓴 글을 모아서 제목을 정하고 목차를 구성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브런치를 보면 감각적이면서도 눈길을 끄는 제목들이 넘쳐나는데, 난 아무리 고민을 해봐도 그런 멋진 제목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게 고민하기를 며칠, 결국 마감일이 다가왔다. 아무래도 내 한계는 여기까지인가보다 싶어 그냥 적당한 제목을 정해 발간 버튼을 눌러버렸고 바로 제출까지 일사천리로 끝냈다.
하지만, 끝내자마자 글 제목 중 하나에 오타 발견.... '와'를 '과'라고 쓴 것이다. 그래도 뭐 어쩌랴, 이제 와서 되돌릴 수도 없으니 그냥 그러려니 넘기는 수밖에.
부랴부랴 응모를 하고난 뒤, 뒤늦게 응모작들을 둘러보니 로또를 산 듯한 막막함이 배가되었다.
세상에 글 좀 쓴다는 사람들은 브런치에 다 모인 것 같았다. 어디 그뿐인가. 인생의 목표가 책 출간인 사람도 많은 듯했고 어마어마한 구독자 수를 자랑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으며 이미 책을 출간한 경험이 있는 작가도 꽤 있었다.
물론 나도 여러 권의 책을 출간하긴 했지만, 에세이는 처음이라 마치 프로들 사이에서 움츠러 있는 어리버리한 아마추어가 된 느낌이었다. 우리집처럼 익숙한 블로그를 떠나 메인에도 채널에도 단 한 번도 소개된 적 없고 구독자도 거의 없는 이 낯선 공간 브런치에서 대체 뭐 하는 건가 싶기도 했다. 아는 친구 한 명 없는 낯선 학교로 전학 온 중학생이 된 것 같은 기분이랄까.
그래도 낯설고 차가운 이 곳 브런치에서 읽어주는 사람 없어도 몇 달을 꿋꿋하게 버티고 프로젝트에 응모까지 한 나에게 수고했다고 칭찬해주고 싶다. 비록 로또 같은 도전이긴 하지만, 가능성에 상관없이 일단 한 계단을 넘었으니 이제 조금은 마음을 내려놓고 편안하게 브런치에 정을 붙여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좋은 결과가 있다면야 더할 나위 없이 감격스럽겠지만, 그거야말로 로또의 수준인 듯하니 일단은 브런치북 한 권 완성한 걸로 의미를 찾아보기로.
무튼, 덕분에 이제서야 비로소 브런치가 아주 조금 편해진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