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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서희 Jul 31. 2022

무조건 내 편인 사람

퇴근 후, 작년에 함께 근무했던 동료 샘들을 만났다. 연락은 자주 했지만, 만나는 건 거의 두 달만이었다.

동료라고는 하지만, 이젠 '친구'라는 아이덴티티가 더 어울리는 관계가 된 사람들이다. 맛있는 저녁을 함께 먹으며 밀린 이야기를 하다보니 팽팽한 고무줄이 스르르 풀리는 것처럼 마음이 노곤노곤해졌다.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될까, 이런 화제를 꺼내도 될까 그런 고민 따위는 전혀 할 필요가 없었다.

서늘한 여름비 덕분에 마치 여름이 지나 가을로 접어든 것 같았던 밤이었다.


돌이켜보면 학교에서의 동료 관계란 공적 관계와 사적 관계의 중간쯤 되는지라 학교에서 근무하는 동안은 소위 '무조건 내 편'인 사람들이 늘 존재했다. 화나는 일이 있을 때는 마음놓고 뒷담화도 할 수 있고, 냉정하게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지 않고 그저 내 일처럼 편들어주는 사람들이 많든 적든 늘 곁에 있었다.

반면 교육청은 조금 달랐다. 학교에 비하면 100% 직장 사회이기에 조직문화의 특성상 아무래도 공적인 관계일 수밖에 없다. 동료들 모두 무척 좋은 사람들이고  언제나 나이스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내 편'인 사람이 존재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물론 아직 근무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섣불리 단정지을 순 없지만, 학교와 다른 분위기인 것만은 분명하다.


물론 어떤 분위기가 더 좋다 말할 순 없다. 각각의 장단점이 분명하니 그저 현재 속해 있는 조직의 분위기에 잘 어우러지는 게 현명한 처세일 것이다.

하지만 20년 가까이 무조건 내 편인 사람이 늘 곁에 있었는데, 갑자기 회사원(?)이 되면서 '무조건 내 편인 사람'없는 조직에 들어오니 부쩍 긴장이 되고 힘이 들어가는 게 사실이다. 아무 얘기나 생각나는대로 그냥 막 해서는 안 되고  번 더 생각해보고 잘 걸러서 이야기해야 한다. 뒷담화는 절대로 노노, 누구와도 좋은 이야기만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말하기 전에 신중함이 가장 중요한 미덕이다.

한 마디로 마치 20대 잔뜩 긴장한 신입사원이 된 기분. ㅋ

사회생활을 하면서 무조건 내 편인 사람의 존재가 얼마나 나를 안심시키고 내 마음을 편하게 하는지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물론 그렇다고 학교에서 내가 '무조건 내 편'이라 생각했던 사람들이 실제로 내 편인지 확신할 순 없다. 그저 내 얘기에 진심으로 귀기울여주고, 내가 열받아서 뒷담화를 할 때 같이 욱해주며, 무슨 얘기든지 재지 않고 말할 수 있으며, 내가 힘들 때 선뜻 내 일을 부탁할 수 있는 걸로 그는 내 편이리라 가늠할 뿐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사람의 중요성은 더 크게 깨닫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친구의 숫자는 줄어들고 내 맘 같은 친구는 찾기 힘들며 티키타카가 잘 맞는 즐거운 친구도 만들기 쉽지 않다. 곁을 선뜻 내어주며 서로 기꺼이 폐를 끼칠 수 있는 친구도 손에 꼽을 정도다.

새로 친구를 만들기는 하늘의 별따기일 뿐아니라 있는 친구를 잘 유지하는 것도 어려우니 나이 들수록 꼰대라는 비판을 받지 않도록 끊임없이 나를 돌아보아야 할 일이다.


서로에게 '무조건 내 편'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 서로 다를 순 있어도 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나는 그런 사람인지 곰곰히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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