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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서희 Jan 11. 2022

우리나라에는 정말 ENFP가 가장 많을까?

MBTI에 대한 오해와 진실


언제부터인가 MBTI는 자타공인 '국민 심리검사'가 되었다. 이젠 모임에서 혈액형을 물어보듯 서로의 MBTI 유형을 묻는 게 자연스러워질 만큼 MBTI는 나를 표현하는 이미지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내가 MBTI를 처음 접한 건 2005년 즈음, 그리고 1년여의 교육을 거쳐 강사 자격증을 취득한 건 2014년이었는데, 그때만 해도 MBTI가 이렇게까지 대중화되진 않았더랬다. 하지만, 이젠 주위에 MBTI 한 번쯤 해보지 않은 사람을 찾기 어려울 만큼 MBTI는 충분히 유명해졌다.


문제는 유명해진 만큼 MBTI에 대한 오해도 커졌다는 사실.

그리하여 아주 오래전부터 MBTI를 특별히 애정하고 있는 MBTI 과몰입러이자 MBTI 강사로서 MBTI에 대한 사람들의 오해가 안타까워서 한번 정리해보았다.     




Q1. MBTI는 믿을 만한 검사인가?

Yes!!!

MBTI는 융 Jung의 심리유형론을 근거로 하여 개발된 자기보고식 성격유형지표이다. 1977년 미국에서 개발되었고 우리나라에는 1990년 상담심리학자인 심혜숙, 김정택 박사님께서 한국 MBTI 연구소를 설립하면서 정식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따라서 MBTI는 반드시 MBTI 연구소에서 시행하는 교육을 이수하고 정식 자격을 취득한 전문가에 의해 충분한 오리엔테이션을 거친 후, 검사가 진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정식 검사지의 일부만 편집한 간이 검사가 인터넷에 마구 유통되면서 누구나 쉽게 MBTI 검사를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여겨지게 되었다. 심지어 학교에서조차 이런 미승인 검사지를 다운받아서 학생들에게 검사를 실시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그러나 이 검사지는 MBTI 연구소에서 승인받지 않고 정식 검사지에서 일부 문항만 임의로 발췌한, 말 그대로 '간이 검사'이기에 신뢰도와 타당도가 현격히 낮다. 또 무엇보다 전문가의 오리엔테이션과 해석도 없이 진행되기 때문에 당연히 정확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MBTI가 그저 재미로 보는 심리검사처럼 오해를 받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정확한 MBTI 유형을 알고자 한다면 반드시 MBTI 자격증을 소지한 전문가와 함께 신뢰도와 타당도가 검증된 정식 검사지를 이용해서 검사를 실시하고 전문가의 해석을 받아야 한다.  


        

Q2. MBTI 점수가 높으면 그 성향이 강한 걸까?

그렇지 않다. MBTI의 점수는 자신이 무엇을 선호하는지를 알고 있는 확신의 정도를 의미한다. 즉, '세기'가 아니라 '방향성'이다.

예를 들어 외향(E)의 점수가 45점이라면 그 사람이 엄청나게 외향적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자신이 외향적이라는 걸 스스로 잘 알고 이를 확신하고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외향(E)이 2점이라면 외향과 내향의 중간쯤 된다는 뜻이 아니라 자신이 외향(E)인지 내향(I)인지 아직 잘 모르고 있다는 의미이다.

즉, 높은 점수는 자신이 무엇을 선호하는지를 분명하게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외향(E) 점수가 높다고 해서 엄청나게 외향적이라는 뜻도 아니고, 점수가 낮다고 해서 외향과 내향을 반반씩 갖고 있다는 뜻도 절대!! 아니다.

재미있는 것, 그렇기 때문에 만약 처음 검사했을 때 나온 유형이 "맞아, 딱 나야!"라고 생각했다면 그다음부터는 검사를 받을수록 점수가 계속 올라간다는 사실. 선호 경향성에 대한 자기 확신의 정도가 점점 높아지니 말이다. 단, 물론 이 역시 정식 검사를 실시했을 때의 이야기다.      



Q3. 우리나라에는 정말 ENFP가 제일 많을까?

얼마 전, 김영하의 북클럽에서 실시한 MBTI 유형 설문조사에서 놀랍게도 자신이 ENFP라고 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다. TV나 유튜브를 봐도 자신이 ENFP라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과연 우리나라에는 정말 ENFP가 가장 많을까?

아마도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처음 MBTI를 접한 2000년대 초반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20% 이상이 ISTJ였다. ISTJ는 MBTI 16개 유형 중 가장 성실하고 FM이고 책임감 강한 유형이다. 물론 세월이 흐르고 세대가 바뀌면서 실제로 ENFP가 이전보다 많아졌을 수도 있지만, 짐작컨대 그보다는 ENFP가 '되고 싶은' 사람이 많아졌을 것이다.


MBTI의 가장 큰 맹점 중 하나는 바로 자기보고식 검사라는 사실이다. 즉, 내가 나를 평가하는 검사라는 의미이다. 당연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전문가의 오리엔테이션도 거치지 않고 정식 검사가 아닌 간이 검사로 받은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신뢰도는 더 떨어진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나에게 편한 것'이 아닌 '내가 되고 싶은 것' 쪽으로 자꾸 체크를 하게 된다. 이건 아마 누구나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반드시 전문가의 오리엔테이션을 거쳐서 정식 검사를 받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ENFP는 젊은 세대들이 굉장히 매력을 느끼는, 소위 요즘 트렌드에 딱 맞는 유형이다. 즉, 열정적으로 관계를 만들어내는 스파크형이다. ENFP는 늘 꿈을 꾸고 열정적이고 끊임없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낸다. 자존감도 굉장히 높고 자기애도 강하며 감정도 풍부하다. 어디서나 분위기도 잘 띄울 줄 알고 사람 다루는 능력도 뛰어나다. 한 마디로 요즘 가장 잘나가는 인싸 유형의 대표격이기에 적지 않은 이들의 내면에는 ENFP이고 싶은 마음이 어렴풋하게나마 잠재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검사를 할 때 무의식적으로 그런 쪽으로 자꾸 체크를 하게 되면서 ENFP가 그렇게 많아지게 된 게 아닐까 짐작해본다. 실제 연구 통계로도 우리나라에서 ENFP의 비율이 그만큼 높진 않으니 말이다, 사실상 우리나라에는 여전히 N보다는 S가 좀 더 많을 거 같긴 하다.


무튼, 이건 아무래도 자기보고식 검사와 간이 검사의 한계일 수밖에 없을 듯.



Q4. MBTI는 살면서 바뀔 수도 있나?

원칙적으로 MBTI는 '선천적인' 선호 경향성을 보는 검사이다.

하지만, 사람이란 원래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는 없다. 즉, 선천적으로는 그렇지 않아도 오랫동안 환경의 옷을 입고 있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그 옷이 더 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거란 의미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내향(I)에서 외향(E)으로 바뀌기도 하고, 직장에서 업무를 처리하면서 감정(F)보다 사고(T)가 더 발달하기도 한다.


단, 일반적으로 감각(S)과 직관(N)은 잘 바뀌지 않는 듯하다. S와 N은 이성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비합리적 기능에 속하므로 여간해선 환경의 영향을 잘 받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소위 '코드가 맞는다, 맞지 않는다'라는 게 바로 이 S와 N의 차이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험과 실제에 의해 정보를 받아들이는 현실지향적인 사람이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고 해서 어느 날 갑자기 직관력과 상상력을 작동하여 미래지향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건 어려우니까 말이다.

그러니 어떤 부분은 선천적인 선호 경향성을 그대로 유지하지만, 어떤 부분은 환경의 영향을 받아 살면서 조금 변화하기도 한다는 게 답일 것이다.      




p.s.

아직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이 남아있지만, 글이 너무 길어지니 오늘은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 다음에 다시 이어가 보기로 하자.

사족을 덧붙이자면, MBTI 과몰입러답게 나는 강사 자격을 취득하기까지, 그리고 그 이후에도 아주 여러 번 검사를 해봤는데 ESTP가 90%쯤 나왔고 10% 정도는 ESFP가 나왔다.

아마도 나는 200% ESTP, 수완 좋은 활동가 유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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