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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람이 Oct 04. 2021

<쿡쿡 찌르는 편지>를 받았다

라희(2학년) 엄마는 상담 왔을 때 내게 이렇게 라희를 소개했다

“알파벳을 3년 가르쳤는데도 아직도 b, d를 헷갈려요. 다양한 컨텐츠를 보여 줬는데…(한동안 말을 끊으셨다) 알파벳을 마스터하지 못한다는 것이… (또 말을 한참 이어가지 못했다. 감정을 삭이는 듯 보였다.) 너무 스트레스였어요. 그래서 한글은 전적으로 한글 선생님께 맡겼거든요. 알파벳만큼은 아니었지만, 한글도 오래 걸렸어요. 한글을 읽기는 떠듬떠듬 읽는데요. 도대체 무슨 뜻인지를 모르나 봐요. 문제를 읽고 풀어 보라고 하면 제대로 푸는 문제가 없어요.”

놀라운 마음을 숨기려고 했지만 깜짝 놀란 눈빛을 숨길 수 없었다. 사실 자신의 아이를 이렇듯  표현하는 것이 못 마땅스러웠다.

“라희 어머니! 힘드셨겠네요. 얼마나 힘드셨어요.부모 역할이라는게 정말 끝이 없죠?” 그렇게 얘기를 하고, 다른 말을 시작하려 했는데 라희엄마의 눈물이 터졌다. 휴지를 가져와서 뽑아주며 마음을 추스리기를 기다렸다.

“그런데요. 어머님의 감정을 털어놓고 대화를 나눌 분이 주변에 있나요?”

“남편 하고 … 조금… 그런데 남편하고 얘기하다 보면 자꾸 싸우게 돼서…다른 친구들하고는 자꾸 멀어지고.. .

“저는 어머님이 어딘가에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았으면 좋겠네요. 또래 엄마들 모임이나, 아님 전문적인 분을 찾아보셨으면 해요. 왜냐면요. 우리가 달을 보라고 손을 들어 가리켰더니 아이들이 손만 본다고 하잖아요? (견지망월) 엄마가 영어를 잘 했으면 좋겠다의 의도와는 달리 우는 엄마때문에 아이가 더 크게 좌절할 수 있거든요. 엄마는 영어를 잘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알파벳을 맨 처음 가르치신 거잖아요? 그런데 아이는 알파벳 이름을 제대로 말하지 못해서 계속 씨름을 했고? 그러면서 엄마가 아이 앞에서 울게되고... 오늘처럼?”

“네~ 저도 모르게….”

엄마의 우는 태도에서 아이는 ‘엄마가 실망하셨구나. 내가 너무 못했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는 거죠.  내가 영어를 못하는구나, 그런 생각들이 아이에게서 많이 잃게 되는 것들 중에 하나가 아닐까요? 어머님이 힘드시니까 감정이

기억을 잘못 인식 시킬 수도 있잖아요. 소풍갈 때는 왜그리 비가 많이와?처럼. 사실 통계상으론 비 온 적이 더 적어도 너무 급실망한 나머지 비 온 적이 많다고 기억에 남잖아요. 엄마가 알파벳을 3년 가르쳤다고 하셨는데, 그 가르친다는 것이 아이가 잘 안돼서 조금 놓았다가 잊을 만할 때 다시 시도해서 해를 넘기고 해를 넘기고 그러신 거잖아요? 정말 꾸준히 노출을 시켰나요? 라희에게 영어 알파벳을?”

“아니요! 하다가, 아직 때가 아닌가 싶어서 한참 있다가 다시 시작하기를 반복하다가...”

“거 봐요. 그러면 엄마의 머릿속에서 ‘알파벳을 3년 했다’의 표현을 지우셔야죠. 그건 3년 한 것은 아니지 않나요? 우리가 그러잖아요.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고. 엄마가 감정을 쌓지 말고 어딘가에 풀어 놓으셔야 아이에 대한 나쁜 기억을 쌓지 않을 수 있죠.어머님! 영어를 실제로 쓰는 미국인들도 알파벳 이름을 일일이 배워가며 영어를 시작하지는 않거든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다가 어느 날 문자를 배우게 되는 거죠.  제가 가르쳤던 중학생 중에 중학교 2학년인데도 b 하고 d를 헷갈리는 남학생을 본 적이 있어요. 이제 라희는 초등학교 2학년 이잖아요.  엄마새가 나는 연습을 시키려는  아기새에게, ‘네가 잘 날 거라는 기대는 없어. 하지만 계속 퍼덕이다 보면 날 수 있을 테니 계속 퍼덕여’라고 하는 것과, ‘금방 날 수 있을 것 같아. 조금만 더 퍼덕여 봐. 와~ 조금 더 퍼덕이다 보니 달라졌네’의 태도가 차이가 없을까요? "

“……” 라희 엄마는 한동안 말이 없더니 이번에는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라희 키우면서 너무 좌절을 해서 저도 모르게 그만 그렇게 말씀드렸네요. 현실적으로 펙트를 미리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서 그렇게 말씀드린 거예요. 선생님”

“그러니까 엄마가 말씀하시는 펙트가 펙트가 아니라는 거죠. 라희는 3년을 알파벳을 배운 게 아니라는 거죠. 엄마가 단정적으로 '우리 아이가 그렇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아이 대하는 태도에서 작용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있거든요. 아무리 내 자식이지만 엄마가  판단하는 것이 다 맞지 않을 수 있잖아요. 사실 라희는 엄마의 믿음으로 커가는 중 이구요. 라희가 노래로 영어를 시작해서 그림책 영어에 익숙해지다가 꾸준히 리딩을 하면서 알파벳 문자 이름을 익혔다면 달라질 수도 있었겠죠. 다른 어머님들은 그런 순서대로 접근 하시거든요. 저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많이 부족한 엄마예요. 음식도 잘 못하고, 계속 일을 하다 보니 아이에게 모자란 부분이 너무나 많죠. 그런데 저하고 똑같은 상황에 있는데  남편은 제가 만족하는 것보다 늘 몇 배의 만족감으로 살더라고요. 그런 것들을 보면서, ‘만족할 줄 아는 것도 재산이구나.’ 싶었어요. 라희가 앞으로도 생활에서 다른 아이들과 꾸준히 비교를 당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것들이 생기면 그런 것들을 건강하게 이겨 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라희의 학습 과정은 어떤 결과물보다 어떻게 배우고 만족할 수 있을지에 중점을 둬야 하는 것이 아닐지? 그런 생각이 드네요. 조심스럽게. 어머님 의견은 어떠세요?”


 첫날, 솔직한 라희엄마의 상담을 끝내고,  ‘내가 하는 수업 방식’에 맡겨 보시겠다고 하셨다. 다음날, 라희를 데리고 와서 구체적인 상담을 하기로 했다. 일단 라희와 첫 수업을 해보고 수업을 어떻게 할 것인지 연락을 드리겠다고 했다. 수업이 늦게 끝나서 10 이후에 전화를 들여도 되는지 먼저 양해를 드렸다.



다음날 엄마와 라희는 레슨비를 결제하러 온 다른 엄마와의 대화 중에 학원에 도착했다. 그래서 웨이팅 룸에서 책을 보던지, 켜놓은 컴퓨터의 동영상 스토리를 보면서 기다리라고 하고선, 결제하러 온 엄마와의 얘기를 마무리하러 들어갔다.

 얘기를 끝내고 웨이팅 룸(도서관으로 사용) 문을 여니, 눈을 뎅그렇게 뜨고 뭔가 불안한 듯 라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엄마는 마우스로 페이지를 넘기는 버튼을 누루고 있었다. 그런데 라희는 동영상 보는 까만 헤드폰 줄(헤드폰과 컴퓨터의 연결줄)을 질겅질겅 씹었다가 얼른 밑으로 숨기며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이미 씹어 놓은 헤드폰 줄의 피복이 벗겨져 있는 아래 부분이 눈에 띄었다.

“라희엄마! 왜 페이지 넘기는 마우스를 엄마가 누르고 계셨나요?”

“아이가 보기 싫어해서…”

“꼭 봐야 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라희야! 이어폰 줄이 맛있니? 크크(웃음을 지으며). 그런데 지금 벗겨진 피복이 보이는데 들리기는 하는거죠?” 하며 헤드폰을 확인해 보니, 아무 음성도 들리지 않았다. 얼굴이 빨개진 라희는 어쩔 줄을 몰라하고 있었다.

“언제부터 안 들렸을까? 라희야! 안 들리는데 왜 계속 쓰고 있었죠?”

라희는 사과하는데 익숙하다는 듯이,

“죄송해요. 잘 모르고…”라고 했다. 라희는 그 말이 입에 붙어 있는 듯 감정이 실려 있지 않았다. 왜 그랬는지에 대한 대답도 아니었다. 당황할 때 쓰는 말인 듯 싶었다. 마치 너무 자주 쓰는 말이라 감정은 다 날아간 듯 들렸다.

그래도 그림책 동영상이었으니 그림 감상 잘 했겠죠. 아마도 자기 마음대로 그림을 가지고 상상하고 이야기를 만들고. 라희만의 스토리를 … 그죠 라희야?” 그렇게 분위기를 마무리했다. 일단 오늘은 아이를 파악하는 상담을 하기로 하고 엄마는 먼저 갔다. 그리고 라희와 얘기를 했다. 라희는 새로운 수업에 대한 기대감이 없었다. 질문을 했던 상담지를 들여다보다가 라희가 중얼거리는 한 마디가 귀에 쏙 들어왔다.

“또 금방 그만둘걸요.” 아마도 많은 수업을 시도하고 어떤 이유에서 금방 그만두는 일이 있었던 것 같았다.

“아하~하다가 금방 그만둔 수업이 많았군요?”

“네~하다가 그만두고, 하다가 그만두고, 하다가 그만두고~” 계속 반복하는 아이 말을 그치게 하기 위해서,

"그랬구나" 대답으로 끊지 않으면 저 말을 끊임없이 반복할 듯 했다. 라희의 말은 나에게 정말로 많은 것을 알려 주었다. 뭔가를 기록했던 상담지를 한쪽으로 치웠다. 일반적인 방식은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질문에 엄마처럼 필터링 없이 말하는 라희를 보고 역시 아이의 화법은 부모님을 닮는 다는 것을 느꼈다.

여러가지 질문 끝에 잠시 생각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라희야! 가위 바위 보 할 줄 알죠. 3판 해서  라희가 이기면 캐러멜을 선물로 주지. 자~  가위. 바위. 보.” 그렇게 게임을 해서 라희는 캐러멜을 2개 받았다. 받자마자 냉큼 캐러멜을 까서 입에 넣고 물컹거리면서 선생님을 쳐다보았다. 다 먹어서 기분이 좀 좋아진 상태에서 라희 뒤편으로 가서 라희의 양손을 잡았다. 라희는 뒤돌아 보더니 손이 잡힌 채로 내 말을 듣게 되었다.

“라희야! 왼손은 보, 오른손은 바위 이렇게 두들기면서 선생님 따라 해 봐! 비,비,비(b)” 몇 번 반복해서 따라 했다. 그리고 라희가 합친 손 모양을 따라 알파벳 모양 b를 시각적으로 그려 보여 주었다.

“오른손 바위를 보 뒤로 두들겨봐. 뾰족해서 두들기기 어렵지? 바위가 뒤로 갔지. 디,디,디.

라희야 이렇게 불룩한 바위가 뒤에 있으면 디(d)야.디디디 디디디. 자 이제부터 구별해보자.”

3,3,7 박수 리듬으로 비를 따라 했다가, d모양으로 바꿔서 소리를 냈다. 가위,바위,보로 b와 d를  만들어 박수처럼 치면서 구별했다. 혼자서 될 때까지 했다.행동으로 배운 것이 라희에게 연상 되는지가 궁금했다.

침대(bed)와 아빠(dad)의 알파벳을 써서 읽어 보도록 했다. 라희는 알파벳 모양대로 손 모양을 말들면서 알파벳을 정확하게 읽을 수 있었다. 나는 첫 시도에 큰 만족감을 나타냈다. 서로 하이 파이브를 했다.

“엄마가 b와 d를 구별하지 못한다고 하시던데. 라희가 엄마한테 선생님이 했던 것처럼 어떻게 구별하는지를 가르쳐 줄 수 있겠군요. 그죠?”라고 말하자, 갑자기 라희는 크게 웃으며 온몸을 흔들며 들썩 거리기 시작했다. 어찌나 통쾌하게 웃으며 여기 저기를 들쑤시고 다니는지 좀 당황스러웠지만  웃으며 반응을 했다.

“뭔가 너무 웃겼구나. 라희야! 뭐가 그렇게 재밌죠?”라고 하자,

“엄마한테 가르쳐 주려구요. 하하하 하하하 엄마가 나한테 배우는 거예요. 하하하 하하하”

라고  말했다. 그랬다. 한 번도 자신이 엄마를 가르친다는 것을 해보거나, 그런 입장이 되어 본 적이 없었는데, 막상 엄마를 가르친다는 생각이, 큰 감정을 불러온 듯했다. 실제로 집에 가서 엄마에게 자신이 선생님의 역할을 해 줄 거라 생각하는 것이 격한 반전으로 느껴졌던 것이었다. 물론 b와 d의 구별이 된다는 것이 좋아서였는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라희가 갑자기 터지는 웃음을 참지 못해서 상담이 기분좋게 끝났다.

 첫상담끝난 날,늦은 밤에 라희 엄마께 전화를 드렸다. 앞으로 3개월은 일체의 쓰기 수업 없이 그림책으로 독서 수업을 하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라희는 쓰는 것을 워낙 싫어했기 때문이었다.


라희와 나는 똑같은 수업을 2번 했다. 첫 수업을 할 때는 마주 보고 수업을 하지 않고 내가 라희의 옆이나, 뒤편에서 라희가 되어서 모든 활동을 했다. 수업할 때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부분에선 인형(부캐의 개념으로 사용. 전시해 놓은 5개의 인형 미피 인형을 좋아 했다. 기존의 자신의 대답에 너무 자신 없어하는 아이들에게 부캐로 수업을 하면 틀려도 자신이 틀린 것이 아니어서 더 편하게 얘기를 했다)을 손에 끼고 부캐가 말을 하듯 대답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답하기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럴 때는 나머지 다른 인형을 이용했다. 가희는 이런 대답을 했고, 나희는,다희는 식으로 다른 인형을 꺼내서 다른 대답들을 샘플링으로 제시하고 난 후, 라희는?이라고 다시 묻곤 했다. 그렇게 수업을 하고 이틀 후에 똑같은 내용의 수업을 한 번 더 했다. 그럴 때는 마주 보고 수업을 했다. 이번에는 라희가 선생님 입장이고, 나는 마치 학생인척 (사실은 가르치는 것 맞아요)부족한 부분이나 강조해야 하는 부분을 질문해가며 수업을 했다. 전 시간에 선생님이 예시로 해 주었던 많은 대답 중에 한 가지를 기억해서 선생님 흉내를 내곤 했다. 처음에는 가르치는 내용을 정말로 엉뚱하게 받아 들이거나, 전혀 다르게 알고 있는 것이 많아 깜짝 놀랐다. 갈수록 라희가 무엇을 소화했고, 소화하지 못했는지 알 수 있었다. 라희네 집에도 라희가 선생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칠판을 사 들였다고 했다.

 

 처음에는 2번 수업하는 것을 싫어 했다. 그리고 집에서 그림책 읽는 것은 재미 있는데, 글자수 많은 책을 주어서 <책 읽는 거 싫다>는 말을 자주 했다. 그렇게 서서히 수업에 적응할 즈음 6개월이 되었을 때, 라희 엄마는 전화가 왔다. 6개월이 되었는데도 그림책을 가지고 수업을 하는 것이 못마땅했는지도 모르겠다. 3개월이 지나면서 간단한 답은 적어 가기도 했지만, 아주 긴 대답을 써야 하는 질문의 칸엔 말로만 대답을 하고 쓰는 것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나의 태도가 불만이었을 수도 있겠다. 그만두겠다는 전화가 왔을 때, 나는 첫날 라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하다가 그만두고. 하다가 그만두고’ 그런 얘기를 들어서였는지, 별로 놀랍지 않았다. 그런데 나도 참 모자란 선생님이었지 싶다. 라희 어머님께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설득의 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열정을 쏟았는데 몰라주니 섭섭했다. 처음 만났을 때 라희엄마 그대로 선생님의 부족한 부분만 잔뜩 부풀려지고 잘 하는 부분은 너무나 당연시 여겨지는 기분이었다. 뭔가 홀가분하지 않았다.

‘못하는 것 9가지를 말하기보다는 잘하는 거 1가지를 열칭(열나게 칭찬) 하는 것이 아이에게는 효과적이다’를 많이 되새기게 했던 아이였다. 라희엄마께 요구한 것도 그것이었다. 어제보다 조금이라도 달라진 점에 만족하고 칭찬해주는 것. 그러니까 못하는 것은 지적하지 말고 그냥 칭찬할 한 가지라도 충분히 만족하는 태도를 라희가 엄마에게서 배웠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라희 엄마가 바뀌지 않아서인지 라희도 더디기만 했다. 아니, 라희엄마에게 너무 쉽게 말했던 부분을 나라도 지켜보려고 애를 썼다.

 그만 두기로 한 다음날 라희가 나에게 편지를 전해 주러 왔다. 건네준 커피와 편지를 받고 라희와 인사를 하고, 편지를 펼쳐 보았다.



“선생님! 고마워습니다. 처음에는 2번씩이 정말 시렀어요. 그런데 차츰 문제를 풀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리고 제가 엄마를 가르치는 선생님을 해보니까, 가르치는 것은 너무 힘드렀어요. 그래서 엄마가 나를 가르치면서 화를 냈나바요.

선생님! 이제부터 저는 두 번씩 할 꺼예요. 학교 공부도 집에서 복습하기로 했어요. 그래서 엄마에게 받은 돈(복습을 하면 상으로 엄마에게 돈을 받는 것 같음)으로 선생님 선물 커피를 샀어요.하지만 평소에 커피를 너무 마니 마실까 봐 걱정이 됩니다. 선생님이 커피를 너무 마니 마셔서 위가 아픈 것 같아요. 앞으로 커피 마시면서 라희 생각해 주세요.  -  라희 드림 ”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맞춤법이 몇 개 틀린 것을 제외하고 정말 멋진 편지였다. 난 그 편지가 ‘내 수업의 성과’ 같아서 감격스러웠다. 그렇게 편지를 쓸 생각을 한 것부터가 신기했다. 그토록 적는 것을 싫어했던 아이였기 때문이었다. 엄마가 불러 준 것을 썼다고 해도 어느 정도는 라희의 선생님을 위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 편지를 읽어 볼 때마다 ‘선생님을 쿡쿡 찌르는 편지’였다. 내가 위가 안 좋아서 약을 먹는 것도 눈여겨보고, 커피 좋아하는 것도 알아서 선물할 줄 아는 라희였는데, 그런 칭찬을 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어쩜 나 역시도 칭찬을 많이 하기는 했지만, 라희의 장점을 제대로 칭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닌지, 나를 되돌아보게 했다. 교육하기 힘든 아이 앞에서 나는 한없이 작아졌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면, 그런 아이들에게 배우게 된 것들이 더 많았다. 아이 편에서 받아들인다는 것이 가르쳐 주는 것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 지를 실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진 : 자람이)

 *실제 사례를 올리는 것이 많이 조심스럽습니다. 그래서 위 아이의 이름은 본명과 다릅니다. 편지를 찾았는데 없어졌네요(이그). 그냥 생각나는 대로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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