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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라나 Jul 20. 2023

야경보다 빛나던

꿈이 있어 소중했던 우리

 대학시절 도서관은 나의 놀이터였다. 나는 대학시절을 누구보다도 열심히 보냈다. 다른 학교에서 편입을 해서 다른 학생들보다 출발선이 늦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학기 중에는 시간표를 꽉꽉 채워가며 수업을 들었고 방학에도 계절학기를 수강해서 못다 한 성적을 만회하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하루종일 학교에 있었기에 도서관은 빈 공강시간이나 수업 후엔 언제나 갈 수 있는 편안한 곳이었다. 


 학교는 산 중턱에 있었다.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가 어둠이 지면 도시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멍하니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벅차오를 만큼 좋았다. 보이는 불빛들이 내가 살아있는 걸 깨닫게 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내가 공부하는 이유였고 내가 열심히 살아가는 원동력이었다. 밤의 야경이 좋아서 나는 매번 도서관에 남아있었다.






 남자친구는 나와 같은 학년의 학생이었다. 우린 학생이라 돈이 넉넉히 않았지만 둘이 있으면 행복했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게 우리의 데이트였고 학교 식당에서 먹는 밥이 최고의 요리였다. 시험기간에는 학교 도서관에서 하루종일 붙어 앉아 밤이 깊도록 같이 공부했고 공부하다가 지치는 밤이 되면 도서관 꼭대기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야경을 보며 우리의 꿈을 이야기 나눴다. 

 

 주말에는 학생 때만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추억이라 여기며 버스를 타고 멀리에 있는 공공도서관을 찾아다녔다. 남, 여 열람실이 떨어져 있으면 견우와 직녀가 된 것처럼 시간을 정하고 애틋하게 만나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 게 색다른 행복이었다. 




 우리는 그때 겨우 20대 초반이었고 꿈이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면 좋은 직장, 멋진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았다. 이렇게 힘든 시기에 열심히 하면 무언가를 보상받을 수 있을 거라 여겼다. 물론 그 후의 삶이 나빴던 건 아니다. 우린 여전히 서로를 위해 노력했고 결국 평생을 같이 하게 되었다. 


그때도 참 그 시간이 소중하다고 많이 느꼈는데. 지금 돌아봐도 그 시간이 참 예쁘다. 우리가 함께 열심히 할 수 있었고 서로 의지하고 믿었기 때문에 이 시간에 우리의 모습에 이르지 않았나 생각된다. 




  




아직도 야경을 떠올리면 도서관에서 봤던 그 밤의 불빛들이 생각난다. 

그 밤엔 따뜻한 자판기 커피와 함께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 더 반짝이던 우리가 있었다.




사진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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