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라나 May 31. 2023

오늘도 욕 한 바가지 쏟아낼 뻔했습니다.

놀이터 옆 벤치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들

" 이제 그만 집에 가야겠다. "

" 엄마 더 놀고 싶은데 왜 가자고 하는 거야"

" 여기 담배냄새가 너무 많이 나. 담배연기는 몸에 안 좋으니까 얼른 피하자 "


이것이 놀이터에서 아이와 내가 주고받을 말이란 말인가. 담배연기를 맡고 있자니 가슴이 답답해지고 머리가 어지럽다. 어른인 나도 이런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속에서 천불이 나고 욕이 저절로 한 바가지 나온다.

도대체 정신이 있는 인간인 건가. 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나.




 나는 정말 끔찍이도 담배 냄새를 싫어한다. 오죽했음 지금의 남편이 남자 친구이었던 시절에 엄포를 놓기도 했다. 만약 담배를 피우게 되면 나랑 헤어져지고 싶다고 생각하는 걸로 받아들이겠다고 말이다.

 다행인지 지금까지는 내 주위에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아니 딱 한 명 있었다. 작년에 돌아가신 우리 할매. 할머니는 나를 아주 이뻐해 주셨다. 그래서 오랜만에 뵈러 가면 나를 반갑다며 꼭 안아주셨다. 하지만 나는 항상 옷에 베여있던 담배 냄새가 정말 토가 나오도록 싫어서 할머니의 품을 빠르게 벗어나고 싶었다.  지금도 담배냄새를 맡으면 엄마를 시집살이로 못 살게 굴던 할매가 생각나서 고개가 저어진다. 내가 냄새에 특별하게 예민해진 것도 아마 담배향이 베여있던 할머니가 싫어서였을지도 모른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놀이터 주위에는 벤치가 여러 개 놓여있다. 벤치옆에는 환경정화를 위한 역할인지는 모르지만 휴지통도 함께 있다. 아이들이 간식을 먹고 휴지통에 버리는 습관은 좋지만 담배꽁초를 버리라고 놔둔 건 아니지 싶다. 물론 놀이터가 아이들만 노는 곳은 아니다. 누구나 쉴 수 있고  놀 수 있고 앉아 있을 수 있겠지. 하지만 생각이 바른 어른이라면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데 버젓이 벤치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을 수 있는지 의문이다. 그 연기가 수시로 바람을 타고 놀고 있는 아이들에게 오는 걸 뻔히 보면서도 담배 연기를 뿜어댄다. 성질 같아선 담배 피우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서 이게 맞는 거냐고 따지고 싶지만 현실에선 굽신굽신 양해의 말만 전할 뿐이다. 더구나 요즘같이 흉흉한 일이 많이 일어나는 세상에 남편은 그런 나를 보고 함부로 말을 붙이지 말라며 주의를 주었다. 

 사실 놀이터 말고도 아파트 주변에 벤치며 숨은 공간들이 꽤 있다. 거기엔 자신들만이 사용하시는 재떨이도 놓아져 있다. 빈 깡통이나 못 쓰는 프라이팬 등을 놓고 담배를 버리신다. 어쩌다 산책길을 걷다가 담배 피우는 분들을 만나면 야외이고 개인의 자유에 맡기는 문제니까 재빠르게 옆으로 피해 걸어가 버린다. 

 하지만 놀이터는 좀 다르지 않은가? 아장아장 걷는 아기부터 청소년들까지도 쉼의 공간으로 찾는 놀이터인데 어른들의 배려가 있어야 하지 않는가? 아무리 이 문제를 아파트에서 공론화 한들 나아지는 건 없었다. 매번 방송하고 안내문을 엘리베이터에 붙여도 그뿐이다. 그분들의 입장은 실내에서는 다른 집에 피해가 간다고 못 피우게 하니 실외에서라도 필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란다. 실외도 다 같은 실외 공간이 아니지 않은가.

 

마음 같아서는 그들을 투명 스모킹박스에 모두 가둬놓고 그 냄새 다 마시면서 피어 보라고 하고 싶다. 

제발 아이들을 위해 생각을 하고 행동하는 어른들이 많아지길 마음속으로나마 바라본다.






오늘도 담배 피우고 있는 그분들의 담배 앞부분을
 
가위로 싹둑 잘라버리는 상상을 해 본다.




사진출처 - pixabay  

매거진의 이전글 저에게 12월 32일은 없는 건가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