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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라나 Jun 13. 2023

이과형 인재를 조기발견하였습니다.

앞에 계신 이분이 내 아들이 맞긴 합니다.


 오랜만에 큰 아이랑 둘이서 저녁을 먹게 되었다. 작은 아이가 피곤했던지 저녁도 못 먹고 잠이 드는 바람에 오붓하게 큰 아이랑 먹을 수 있었다. 이제 사춘기가 올 시기라 말수도 적어진 것 같고 바빠서 얼굴을 보고 제대로 이야기 나눈 게 오랜만인 것 같아 나름 살갑게 큰 아이에게 말했다.


너랑 둘이서 먹으니까 저녁이 더 맛있는 것 같아. 넌 어때?

 나의 말을 들은 아이는 갑자기 식탁에서 일어나더니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뭔가 소리가 나더니 이내 곧 나에게 무언갈 내밀었다. 나는 그것을 받고서는 실소를 머금었다. 나의 상식과 마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정말 놀라운 일이 일어난 것이다.




그런 걸 '식사의 사회적 촉진'이라고 한데


큰 아이는 책을 나에게 내밀며 이렇게 말했다. 아이가 읽어보라고 가지고 온 책에는 이런 내용이 있었다. 더불어 낮에 혼밥을 하는 나를 위해 저러한 실험 결과도 있다며 내용을 덧붙였다.


오감을 자극해 맛이 더 좋아진다
다른 사람과 함께 밥을 먹으면 그 사람을 바라보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죠?
이때 시각, 청각, 후각 등 오감이 자극을 받아요.
이 감각들과 함께 미각이 영향을 받아 음식이 더 맛있게 느껴져요.
이런 현상을 식사의 사회적 촉진 효과라고 불러요.





 뭔가 머리를 띵 맞은 느낌이다. 저녁을 먹던 숟가락을 내려놓고 어이없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럴 땐 내가 낳은 자식이지만 참 이해가 안 된다. 나는 그저 '나도 좋아' 정도의 대답을 원했을 뿐인데 아이는 뿌듯해하며 책을 내밀다니. 나는 전형적인 감성적인 인간이라 마음을 알아주고 공감의 대화가 중요한 사람인데 아들의 특성을 내가 간과했구나.

 하긴 1년 전쯤 받은 아이의 기질 검사에도 명백히 적혀 있었다. '사회적인 공감부족'

 그냥 그게 남자아이들의 전형적인 성격인 줄로만 알았다. 애교 많고 공감능력이 뛰어난 둘째를 낳기 전엔 말이다. 하지만 이게 큰 아이의 기질이었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하면서 생각한다. 이 눔은 진짜 이과형 인간이구나. 과학을 좋아하고 조립하는 걸 좋아하니까 공대로 보내야겠다. 일찌감치 이과형 인간임을 알아내서 참 다행이다. 앞으로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좀 더 공부해 봐야겠다. 너는 교육에 있어서는 나의 연구대상이니까.

설거지하는 내 등뒤로 이 녀석이 마지막 쐐기를 박는다.


엄마, 오늘 저녁은 10점 만점에 8점




사진출처 - pixabay  

책 - 웅진/초특급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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