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라나 Jul 03. 2023

아침 8시 32분. 나의 시간도 시작이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주는 행복감

  아침 8시 15분 알람이 울리면 준비를 다한 두 아이들과 함께 집을 나선다. 작은 아이는 성격이 급해서 미리 현관에서 신발까지 다 신고 엄마와 형을 기다린다. 느긋한 큰 아이는 현관 앞에서 새 마스크를 뜯어서 얼굴에 착용한다. 아직 학교에서는 각종 질병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지낸다.

 작은 아이는 킥보드를 타고 엘리베이터 앞으로 향한다. 1층으로 내려와 공동현관을 나서면 길에 아이들이 북적인다.


 우리 집은 30초 거리의 초등학교와 5분 거리의 초등학교, 중학교를 3곳이나 둔 초초 초중등 근접 아파트이다. 덕분에 아침에는 양쪽으로 등교하는 아이들로 항상 붐빈다. 등교 전에 날씨체크는 창밖을 내다보고 등교하는 아이들의 차림새만으로도 알 수 있을 정도이다.


 나도 서둘러 두 아이와 함께 학교방향으로 향한다. 작은 아이의 유치원 버스는 아파트 정문에 서기 때문에 길을 가다가 두 형제는 갈림길에서 인사를 한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

 "형아도 행복한 하루 보내."

듣기에는 더없이 따뜻한 말이지만 사실 남자 녀석은 무표정에다가 아무런 감정을 싣지 않는 어투로 이야기한다. 학습되어 있는 멘트 정도 랄까.

 

 오늘도 삼삼오오 어울려서 등교하는 아이들 너머로 그 아이들이 보인다.

아마도 중학교 체육복을 입은 걸로 봐선 중학생임에 틀림없는데 항상 저 남자학생과 여자학생은 손을 잡고 다닌다. 추측건대 남매 사이일리가 없으므로 그 아이들은 커플이다. 둘은 손을 꼭 잡고 서로 꿀이 떨어지는 눈빛을 주고받으며 학교로 향한다. 그 모습이 정말 예뻐 보인다. 서로에게 행복한 존재가 되는 것 같아서 좋아 보인다. 그들을 스쳐가며 우리 아들도 저런 모습이면 어떨까 상상해 본다. 하지만 우리 아들은 안 되겠다는 양가감정이 든다. 그냥 남의 연예라서 좋아 보이는 듯하다.

 

 작은 아이는 이내 킥보드를 타고 멀어진다. 깜짝할 사이 사고로 이어진다는 걱정에 얼른 뛰어서 뒤 쫓아간다. 유치원생치고는 꽤 이른 등원이다. 처음엔 5살이라 힘들어할 줄 알았는데 곧 적응해서 유치원 버스를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린다. 나도 아이 둘을 한꺼번에 케어하고 보내니 한결 수월하다. 유치원 버스는 곧 도착하고 자리에 앉은 작은 아이는 손 하트를 그리며 손을 흔든다. 어쩜 저렇게 즐겁고 해맑을까. 기분 좋게 가는 아침이 참 고맙다. 유치원 버스가 안 보일 때까지 고맙고 기쁜 마음을 더해서 손을 더 힘차게 흔든다.




 8시 32분

 이제 나의 시간도 시작이다. 아파트를 걸어오면서 느끼는 아침의 공기가 너무나 상쾌하다. 오늘의 일정을 머릿속에 그려가며 길을 걷는다.

 아파트 계단에 앉아계신 백발의 할머니가 보인다. 매일 이 시간쯤에 미리 나오셔서 어른유치원 버스를 기다리신다. 주간보호센터라고 불리는 그곳에 할머니는 매일 등원하시는 모양이다. 어쩌다 할머니가 안 나와 계시면 어디 아프신 건 아닌지 걱정이 되는 날도 있다.

 문득 백발이셨던 30년 전쯤 돌아가신 외할머니 생각이 났다. 할머니는 거동이 불편하시니까 시골집 방안에 하루종일 앉아서 티브이만 보셨다. 기력 없이 하니 티브이만 쳐다보시던 모습이 참 불쌍하고 가여웠다고 기억된다. 지금처럼 이런 좋은 환경에 계셨다면 좀 더 즐겁게 하루를 보내셨을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어 우리 엄마도 언젠가는 저렇게 나이 들어가겠지라는 생각에 달하며 서글픔과 슬픔이 밀려와서 눈물이 핑 돌았다. 내가 나이 먹은 건 생각 안 하고 엄마가 나의 드는 것에만 자꾸 마음이 아프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걸어오다 보면 앞머리에 롤을 말고 양손에 두 아이를 잡고 걸어오는 엄마가 보인다. 딱 봐도 회사에 늦은 것 같은 화난 표정으로 양손에 아이들을 앞으로 이끈다. 아이들은 아직 잠이 덜 깬 표정의 쌍둥이이다. 엄마는 빠른 걸음으로 아파트 안에 있는 어린이집으로 아이들을 들여보낸다. 그리고 선생님과 인사를 빠르게 나눈 뒤 뒤도 안 돌아보고 뛰어간다. 멀리서 봐도 저 엄마의 타들어 가는 급한 마음이 보인다.


 좀 더 집으로 걷다 보면 버스에서 내리시는 우리 아파트 환경미화원 어머님이 보인다. 항상 붉은 계열의 색깔이 화려한 옷을 좋아하시며 출근하실 때도 웃으면서 인사를 받아 주신다. 곧 엄마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엄마도 아프기 전에는 환경미화 일을 하셨다. 하루에 일하는 시간도 짧고 같이 일하는 동료 분들과도 퇴근 후 같이 어울려 다니시는 것도 재미있다 하셨는데 아프신 후 일을 못 하게 된 요즘은 조금 우울해하시는 것 같아 안타깝다.


 내가 살고 있는 동에 다다를 무렵 아이들 몇몇이 열심히 뛰어간다. 아마도 지각인가 보다. 깔깔대며 같이 뛰어가는 모습이 참 귀엽다. 학교 다닐 때가 가장 좋을 때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나도 나이가 들어가나 보다.


아침의 풍경은 언제나 참 신기하다. 매일 똑같은 시간에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면 덩달아 나도 활기가 차오른다. 같은 시간에 매일 마주치는 풍경 또한 감사하다.

 내일도 그렇듯 평범하지만 소중한 일상이 반복될 수 있는 아침이면 좋겠다.



사진출처 - pixabay  

매거진의 이전글 이과형 인재를 조기발견하였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