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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레나 Sep 15. 2020

할머니의 마지막 커피 주문

승무원 사이에서 유명한 괴담 이야기

(승무원 사이에 유명한 무서운 이야기를 소설로 각색해보았습니다. 재미 삼아 가볍게 읽어보세요)



2019 12월.
여느 때처럼 공항으로 출근하기 위해 택시에 올랐다. 오늘의 목적지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장비행이거니와 밤 비행이라  피곤한 노선이다.   따라 몸에 힘도 없고  쳐지는 게 유난히도 비행을 가기 싫었다.
여느 날처럼   없이 승객 보딩을 하고, 기내 서비스까지 모두 마쳤다. 승객들의 휴식을 위해 기내 조명이 어두워지고 드디어 휴식시간이 찾아왔다.  서비스 보고를 위해 사무장님이 계시는 기체 선두로 갔다.
"모든 서비스 완료, 화장실 체크, 기내 온도 정상입니다"

장거리 노선 담당 비행기는 승무원들이 잘 수 있는 벙커라는 공간이 있다. 비밀번호를 아는 승무원들만 들어올  있는데  휴식시간이라 벙커에 들어갔다.
  공간 커튼을 여니 침대에 인도계 할머니가 앉아계셨다. 너무 깜짝 놀라 "할머니! 여기 어떻게 들어오셨어요?  곳은 들어오시면 안돼요"라고 말씀드리고 밖으로 안내해드리려고 하니 

" 저기 아가씨, 커피 주문  하려는데... 커피에 설탕, 레몬 슬라이스  넣어서 가져다줄 수 있겠소?"

"홍차가 아니라 커피요?"

차가 아닌 커피에 레몬을 띄어서 먹는 게 너무 이상해서  번이나 재차 여쭤 봤는데 할머니는 맞다고 했다.


" 좌석 번호 알려주시면 제가 커피 가져다 드릴게요" 
피곤해 죽겠는데 별걸 다 시킨다며 속으로 구시렁거리며 다시 기내 부엌인 갤리로 갔다. 커피에 다가 레몬을 띄운 이상한 음료를 가지고 다시 할머니 좌석으로 갔더니 할머니는 화장실을 가셨는지 할아버지만 덩그러니 앉아계셨다.
" 손님, 주문하신 커피 드릴게요" 하니 할아버지가 "?  커피 시킨 적 없어요" 하시는 것이었다. 내가 "  이거 방금 아내분이 시키셨어요. 커피에 레몬이랑 설탕 넣어달라고" 하니 갑자기 할아버지가 얼빠진 표정으로 몇 초 계시더니 갑자기 엉엉 통곡을 하셨다. 어둡고 조용한 기내에서 깜짝 놀라서 왜 그러냐며 몸을 숙이며 여쭤보았다. 그러니


 

"지금   밑에 할머니가 있어요" 하는 것이었다.



비행기 하부 짐칸에 할머니의 시신이 있는 관을 싣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하셨다. 커피 주문은 평소에 커피에 레몬을 띄어서 드시는 머니의 살아생전 드시는 커피 취향이셨다. 할머니는 본인의 죽음으로 슬퍼하는 할아버지를 조금이라도 달래기 위해, 나에게 오셨던 걸까.


나는 그렇게 할머니의 마지막 커피 주문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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