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월급, 발로 함부로 차지 마라.

by 짜리짜리

나이 40대 중반까지 나는 대출이나 빚과는 거리가 멀었다. 나의 이름으로 빌린적은 없었다. 내가 버는 만큼 지출을 하고 월급으로 성실하게 돈을 모았다. 그런데 재테크 강의나 주변에서 하는 한결같은 이야기는 ‘빚을 두려워하지 말라’ 였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빚을 잘 활용하면 자산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벼락 거지와 부동산의 소외에 한없는 우울감을 느낀 나는 이 참에 대출을 받아 재테크에 도전해 볼까 생각했다. 신용대출이 막힐 수 있다는 뉴스에 ‘아~행동해야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이미 남편으로부터 은행에 가지 않고도 온라인으로 대출하면 5분도 걸리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대출에 필요한 서류를 검색하고 준비해 은행으로 갔다. 그런데 은행 직원은 온라인 거래를 하는 고객들은 직접 스마트폰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며 나의 스마트 폰으로 친절하게 메뉴 설명을 해 주었다. 멋쩍게 출력해 간 서류를 덩그러니 들고 사무실로 돌아와 박박 찢어 휴지통에 버리고 스마트폰으로 대출을 시도했다.


두려웠다.


아무리 금리가 낮아 작은 이자를 낸다고 하지만, 남의 돈을 빌린다는 생각에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내가 과연 은행에 내는 이자 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몇 번을 사이트에 들어갔다 나왔다 를 반복했다. 대출 신청을 하니 바로 통장에 돈이 들어왔다. ‘아~ 대출이 이렇게 쉬운 거구나’ 그러니 너도나도 마이너스 통장(마통)에, 신용대출까지 다들 받을 수 있는 모든 방법들을 동원해 돈을 받아 투자를 하구나 싶었다.

역시 여기서 밝혀 두지만 대출도 나는 뒷북이다. 재테크 공부도 주식도 뒷북, 대출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대출을 받을 때는 이미 2020년이 저물어 가고 있었으니 말이다. ‘왜 뒷북만 칠까’…이는 내가 심각하게 한번 고민해봐야 할 주제이기도 하다.


그런데 몇 달 꼬박꼬박 이자를 내 보니 적금을 통해 은행으로부터 받은 이자는 작게 느껴져 그냥 있는 듯 없는 듯했는데, 비슷한 금액의 돈을 매월 꼬박꼬박 내 통장에서 인출해 납입하니 아~~ 주 아까운 생각이 나는 들었다. 벌어서 얻는 것이 아무리 커도 적은 금액이라도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 지출은 크게 느껴지는 것이다. 연체하면 어쩌지 라는 걱정까지 은근 심적 부담도 되었다.


낮은 예금 금리,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주식과 집값은 일을 최고의 생각하는 나의 근로소득의 가치를 퇴색시켰다. 온 나라 국민들이 투자 열풍과 근로소득 이외에 수입을 늘리는 파이프라인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벼락 거지의 출현과 반대로 벼락부자, 단 몇 년의 투자로 자산가치를 불린 사람들의 이야기는 모든 사람들의 관심사가 되었고, 너도나도 투자 열차에 올라타게 만들었다. 개미로 열심히 일해 모아도 오르는 물가, 결정적으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주거비를 감당할 수 없으니 급여보다 투자인 것이다.


성실함과 책임감, 끈기 …이러한 단어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나?


위의 단어들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장점으로 가지고 있으면 좋은 것들이지만 올드한 느낌을 줘 때로는 다른 단어로 포장되거나 대체된다. 분명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기본으로 자리 잡아야 하고 그래야 다른 역량이 빛을 발휘할 수 있음에도 우리는 착하고 성실하고 책임감 있다면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뭐 다른 더 특별 한 강점 없어’를 요구한다. 돈에서도 마찬가지이다.


1년에 몇 억씩 오르는 집값, 롤러코스트를 타지만 은행이자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올리는 주식, 내가 직접 일하지 않아도 돈이 들어오는 수입을 생각하면 일을 통해 매월 꼬박꼬박 받는 월급은 고마움보다 한숨을 짓게 한다. 안 그래도 매일매일 무거운 발걸음의 출근길, 거기다 꼴 보기 싫은 직장 상사, 자유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다람쥐 쳇바퀴를 생각하면 우리는 급여받는 삶을 하루빨리 졸업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내 몸이 일을 해서 버는 돈이지만 성실함만큼 자산에 있어 첫걸음은 결국 월급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종잣돈으로 가치 말이다.


첫째, 나의 주식이 마이너스 수익으로 나를 힘들게 해도 매월 같은 날 통장에 찍히는 수입이 있다.


둘째, 마통과 신용대출도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 받는 직업이 있어야 가능하고, 그에 따라 대출 금액도 달라진다.


셋째, 담보대출을 받아도 직장에 고정적인 수입이 있다면 마음에 돌덩어리 하나를 덜어 낸다. 고정 지출을 상대해서 싸우는 것은 고정수입이 맡아야 안정적인 생활이 유지된다.

넷째, 투자도 재테크도 종잣돈이 있어야 시작한다. 종잣돈을 모으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안정적인 수입을 바탕으로 돈을 불리는 것이다.


다섯째, 월급과 직장은 리스크 관리에 수단이 될 수 있다. 내가 일을 해서 버는 수입이지만, 경제적 위기 리스크가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월급이 아닌 사업 대박, 유튜브 스타, 셀럽 등이 되어 부의 추월 차선에 올라타기를 우리 모두 희망한다. 그러나 국민의 대다수는 근로소득이라는 종잣돈과 레버리지로 시작해 자산을 일군 사람이 더 많음을 부정할 수 없다.

경제적 자유라는 100층의 건물이 있다면 우리는 목표를 이루기 전까지 각자 계단 어디쯤 몇 층에 위치하고 있고 1층은 모두 거쳐가야 하는 층 일 수 있다. 물론 근로소득이 아닌 창업이나 특허 등으로 지하부터 어렵게 시작해 부의 추월 차선인 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100층을 단숨에 올라간 경우도 있지만 말이다.


처음부터 운 좋게 엘리베이터를 만나 목적지에 도달한 사람, 계단 오르다 보니 남다른 정보력으로 몇 계단을 점핑하는 사람, 물려받은 자산으로 바로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는 사람 등 다양한 케이스가 있다. 지금은 근로 소득으로 한 계단 한 계단이지만 이 조차 없다면 그저 100층의 건물을 바라보거나 지하에서 시작해야 함을 우리는 부인할 수 없다. 적어도 안정된 월급이 있다면 1층에서 시작은 할 수 있다.


우리는 잊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한 계단씩 올라가고 있음을 말이다. 그 속에서 준비된 사람만이 엘리베이터를 만날 확률이 높아진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내가 주식하면 일어 나는 마법 같은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