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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햇빛이라는 권리 누리기

나도 광합성이 필요하다.

by 짜리짜리

식물은 광합성을 한다. 물과 빛, 적당한 온도는 필수적이다. 최근 나도 광합성을 시작했다. 겨울이 되고 직장에 다니면서 빛 보기가 힘들어졌다. 여기에 코로나 까지 겹치면서 마스크로 얼굴반을 가렸다. 외부로 나가 사람 만나는 횟수까지 줄면서 더욱 그렇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적고 에어컨과 빨래 건조기가 생활필수품이 되면서 나는 햇빛에 대한 생각을 평소 많이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데 창으로 들어오는 빛이 너무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 빛을 보고 자동적으로 노트북을 들고 창 가까이 갔다. 그냥 행복했다. 새삼 햇빛이 주는 위로를 잊고 지내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낮에는 출근으로, 주말에는 아이들과 씨름하느라 햇빛을 생각하고 느낄 겨를이 없었다. 겨울, 코로나로 외출이 어려워지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나에게도 광합성이 필요했던 것이다.


궁금했다.

우리 집은 햇빛이 언제 들어오는지?


집을 구할 때 무슨 방향이라고 들었던 기억은 가물가물하고, 막상 살아보니 오후에는 거의 빛이 없었던 것 같고. 평소 집 구할 때 집 가격과 함께 가장 먼저 듣게 되는 것이 집의 방향이지만 솔직히 그렇게 집중해서 듣지는 않는다. 집 가격이 메인 요리이니 나머지는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집값에 집 방향에 대한 값도 어느 정도 들어가 있으니 말이다. 요즘은 코로나와 매물 부족, 세입자의 권리 등으로 집을 꼼꼼히 보지 못하고 입주를 하게 되는 상황까지 벌어지니 더욱 그렇다.


낮에 집을 찬찬히 관찰해 보니 우리 집은 아침 9시 무렵 햇빛이 들어와 12시면 사라졌다. 실제로 더 일찍 햇빛이 들어와야 하지만 겹겹이 자리한 아파트들 때문에 이마저도 녹록하지 않다. 그나마 20층이니 저렇게라도 들어오는 것이리라.


이 글을 쓰면서 자료를 찾아보니 우리 집은 남동향인 것 같다. 뒤집어 말하면 우리 집에서 빛을 보려면 부지런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며칠 후 식물만 광합성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나도 광합성에 보다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회사를 나가는 평일은 어렵지만 주말만큼은 오전에 들어오는 빛과 광합성을 하기 위해 평소와 같은 생활 패턴을 유지한다.


광합성에 도전해 보라.


밀렸던 집안일을 빨리 끝내고 창 가까이 앉아 아이들과 책을 보거나 이야기를 나누며 30분에서 1시간 정도 시간을 보낸다. 집의 위치나 방향, 층에 따라 각 집마다 빛이 들어오는 장소와 시간이 다르다. 겨울만큼은 꼭 확인해 햇빛에 10분이라도 나를 놓아두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빛이 행복을 준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다. 일로 어쩔 수 없이 노출되는 것이 아니라 오롯이 빛을 온몸으로 느끼는 시간을 10분 정도 내가 갖는 것이다. 우울한 마음은 위로를 받고 행복은 충전이 된다. 집의 가치는 돈에만 있지 않다.

얼굴이 계속 햇빛을 향하도록 하라. 그러면 당신의 그림자를 볼 수 없다-헬렌 켈러


-동향집, 아침부터 햇살이 가득 들어온다. 아침 일찍 활동이 많은 사람들이 좋다. 하루 전체를 봤을 때 일조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겨울에는 조금 추울 수도 있다.


-서향집, 오후 늦게 햇살이 가득 들어오기 때문에 오후에 집에서 활동을 많이 하는 아이들이 있으면 좋다. 그런데 더운 여름 한낮에 햇살이 많이 들어온다는 단점이 있다.


-남향집, 하루 종일 햇살이 많이 들어온다는 장점이 있다. 여름에는 햇살이 약하게 겨울에는 깊게 들어오는 좋은 방향이다. 그래서 남향집이 비싼가 보다.


-북향집, 가장 인기가 없는 집의 방향이다. 일조량이 부족하니 습하고 겨울에는 춥다. 햇빛이 적게 들어오니 여름에는 시원하게 보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집값이 좀 더 쌀 수도 있겠다. 집에서 활동을 하지 않고 잠만 자는 사람들 경우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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