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의 일을 좋아하고 나의 적성 과도 맞다. 그래서 주어진 환경과 여건 속에서 열심히 했다. 당연히 조직에서도 이를 알아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승진 시험에 매번 누락되면서 나의 부족한 부분이 무엇이길래 매번 떨어질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승진 인원은 정해져 있고, 하고자 하는 사람이 많아 적체되어 있다는 것이 이유는 아닌 것 같았다. 나 보다 입사가 늦고 일에 있어 특별한 실적이 없는데도 먼저 승진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말이다.
'말발' '자기 자랑'
내가 스스로 진단한 것은 흔히 말하는 ‘말발’과 ‘자기 PR’이었다. 많은 사람들 앞에 나서서 자신의 생각이나 업적 등을 알리고 설득하는 것도 능력인 시대였던 것이다. 일을 조금 못해도 말로 만리장성을 쌓고 실제 실행이나 결과가 용두사미라도 일을 잘하는 직원이 되는 것이다. 말의 거품이다. 단순히 말을 많은 것이 아니라 몇 마디의 말속에 과대포장 즉 거품이 끼인 것이다.
실제로 일을 잘하고 1대 1 커뮤니케이션이 강해도 말로 자신의 생각과 일을 잘 설명하지 못하면 좋은 평을 얻기 쉽지 않다. 면접에서 모두들 경험했을 것이다. 말을 잘하는 것도 노력이고 능력으로 평가되니 말이다.
일을 해보면 말도 되고 일의 능력도 되는 사람이 있다. 반면, 일의 능력보다 말의 거품이 심한 직원들도 있다. 몇 번의 대화나 일을 해보면 모두가 눈치챈다. 그렇지만 함께 일하지 않거나 겪어 보지 않으면 그 사람의 가치를 잘 판단하지 못한다.
말에 거품이 끼인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다.
현실의 우리는 스피치와 커뮤니케이션 스킬 등을 위해 학원과 책을 사서 연습하고 공부한다. 뭐든 잘하면 좋고 이 또한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재능의 한 부분이니 결국 나도 그랬다.
하지만 과대포장처럼 말의 거품이 끼이면 오해를 낳고 내실을 다지는 것보다 포장에 쏟는 에너지가 더 커진다. 주객이 전도되어 에너지를 엉뚱한 곳에 쓰는 일이 벌어진다. 결국 언행일치, 거품이라면 시간이 말해줌에도.
집값도 거품, 주식에도 거품... 거품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모두가 나름대로 생각하는 적정 기준이 있는데, 그 선을 넘었다는 것이다. 물론 적정 기준이 달라 거품이 아니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거품인지 아닌지는 언젠가 검증된다. 문제는 집의 가치와 상관없이 형성된 높은 주거비는 빚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만든다. 빚에 ‘무리한’이 붙으면 더 그렇다.
사람이나 자산에 거품이라는 말이 붙는 것은 언젠가 제 값을 찾아간다는 것이다. 거품인지 아닌지는 그 터널을 지나 봐야, 즉 겪어봐야 알 수 있다. 그래서 어렵다.
주식은 기업과 사는 사람이, 집은 소유자와 사는 사람이 서로 증명한다. 그래서 심리와 공포, 거품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것이다.
아무리 좋고 비싼 물건의 가격이라도 그 물건을 사는 사람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반대로 비싼 가격에도 사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진짜 '찐이다'라는 말을 최근에 우리는 부쩍 많이 사용한다. 그만큼 좋다는 말로 거품이 아니니 믿으라는 강한 표현이다. '찐' 도 과다 사용하면 어떨까? 지금 내가 가진 것 중에 진짜 ‘찐’이 있을까? 거품 없는 진짜 '찐'이 요즘은 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