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수학을 못했다. 수학을 포기하는 단계가 찾아오는데 그 첫 관문이 분수라고 한다. 아마 나는 1 단계부터였을 것이다. 그냥 어렵다.
그래서 그런지 계산하는 속도도 느리고 머리 회전도 빠르지 못하다. 물건을 살 때도 비교를 통해 이게 비싼지 싼 지를 꼼꼼히 따져보고 사야 하지만 전체 금액만 보고 물건을 산다. 안에 담겨 있는 용량이나 개 수에 따라 비교하는 습관보다 그냥 금액이 싼 것을 주로 집었다.
과일을 살 때도 봉지에 담겨 있는 개 수 보다 전체 금액을 보고 물건을 샀다.
그 안에 몇 개가 들어 있고 개당 얼마 인지를 따져보지 않았다. 그런데 과일 값 이야기가 나오고 사과 가격이 많이 올랐다며 한 개 3,000원이나 한다는 지인의 말에 헉~ 진짜 비싸네 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평소 사과를 사면서는 묶음의 개념으로 생각하니 개 당 가격을 체감하지 못했던 것이다.
평소 나의 물품 구매와 생각의 패턴을 살펴보면 한 봉지에 9,800원이라면 그 안에 몇 개가 들어 있고 개당이면 얼마네 까지 구매의 생각 패턴이 습관화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묶음이나 봉지로 파는 것들을 사면서 대부분 그랬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나누기를 해보고 개당 가격으로 ‘싸다, 비싸다’를 가늠해 보면서 물건을 사고 있다.
계란 하나 가격이 대략 얼마인 줄 아는가?
마트에서 싼 계란 한 판을 사면 대략 3,980원을 했고, 지금은 조류 독감으로 한 판에 약 5,600원을 한다. 그냥 봐도 많이 올랐지만 계란 한 개의 가격을 보면 약 133원에서 187원으로 올랐다. 이렇게 낱개의 가격까지 알고 있으면 편의점이든 동네 마트이든 다양한 포장 형태나 개 수에 따라 달라지는 계란 가격이 한눈에 보이니 합리적인 가격에 물건을 살 수 있다.
묶음의 경우 싸게 살 수도 있지만 싸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 그렇게 포장되어 있을 수 있기에 꼭 개당 가격이나 100ml당 가격을 보면 돈의 씀씀이를 조금이나마 줄 일 수 있다. 요즘은 물건을 담는 용기 모양도 다양해졌고 그 안에 담긴 용량도 달라 가격 비교하기가 어려운 부분도 있다. 그럴 때는 과감히 핸드폰 계산기로 열심히 두들겨 보자.
반대로, 간혹 프로모션 행사장에서 엄청 싸게 할인하는 가격으로 파는 물건을 직접 가서 살펴보면 g당 가격으로, 가족이 넉넉히 먹을 수 있는 적당량을 구매해 보면 금액이 꽤 나와 ‘싼 게 아니네’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싸게 보이기 위해 g당이나 낱개로 해 놓는 경우도 있으니 비교해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나는 물건을 파는 마케팅 즉 상술에 쉽게 넘어가는 고객이었다. 하지만 이제 밥 먹고 뒤돌아 서면 배 고프다는 아이들로 인해 점점 높아지는 우리 집 엥겔지수를 보면서 물건을 사기 전 가격비교, 특히 개당 가격을 알아보거나 용량에 따른 가격을 비교하고 살펴보는 것을 최근에야 시작했다. 이는 지출을 줄이고 종잣돈을 더 많이 만들기 위한 나의 뒷북 재테크의 일환이기도 하다.
지출에 있어 나눠 볼 수 있는 것은 낱개로 나눠보고, 나눠져 있어 싸 보이는 것은 진짜~ 저렴한 것인지 물어보고 뜯어보고 씹어 보는 습관. 재테크의 리추얼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