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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본 Oct 27. 2018

워너비 하루키

Slow and steady wins the race

    잘 생긴 사람을 보며 때로는 부러움을 느끼듯이, 나는 맛깔나게 쓰인 멋진 글들을 보면 대체 어떠한 발상의 흐름들이 이런 멋진 문장들을 끌어내었는지 질투가 날 때가 있다. 무조건적인 찬양은 아니지만, 무라카미 하루키의 잡문집은 나에게 있어서 무척 훌륭한 자극제가 된다. 굴튀김이라는 단어 하나로도 음식의 맛을 뛰어넘은 멋있는 글을 요리하는 서두의 내용은, 나로 하여금 침이 손끝에 고이는 감각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뒤이어 욕심 가득한 손가락은 키보드 위에서 어색하다 못해 조악한 춤을 추고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굴튀김의 맛을 낼 수가 없다. 무언가 모자라다. 모자라도 한참 모자라다. 결국 피로해진 손끝은 노트북 덮개 위로 올라가 수직으로 힘을 주어 털썩, 하며 글월 문을 닫는 것이다. 그리고 멈추어 버린 심박수 그래프처럼, 글을 쓸 의지는 사라지게 된다. 


    나는 내가 하루키가 될 수 없음을 알고 있다. 내 글의 고벽 역시 잘 알고 있다. 두렵다. 나는 시시콜콜한 글밖에 쓰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나의 잡문집들은 결국 내일 아침 불태워버리고 싶은 마음이 가득 차 버린 부끄러운 편지가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가까운 주변인들이 아닌 제삼자가 글을 읽었을 때 그들의 입에 비웃음이 비추어질까 두렵다. 하루키가 아닐지언정, 세상 어딘가 나보다 더 멋진 글을 쓸 줄 아는 사람들이 존재할까 봐 두렵다. 화면을 검지 손가락, 혹은 마우스 스크롤로 휙휙 긁어내리는 통에 내가 그렸던 생각과 표현을 휙 지나쳐버리진 않을까, 걱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글을 써야만 하는 생물이다. 관찰하고, 사유하고, 음미하고, 먹은 것을 다시 끌어올려 되새김질을 하고, 단어와 단어를 연결하여 아름답게 조각해야 한다. 쓰기 싫어 억지로 썼던 유년시절의 일기장도, 하나의 소중한 개인의 사료(史料)가 되듯, 의미 없는 글은 없는 법이다. 나의 글은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불안함을 느끼며 탈락을 기다리는 것도 아니다. 모든 잡념과 걱정들을 접은 채, 나는 그저 나의 글을 사랑해야만 한다. 지금까지는 짝사랑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고백해야 한다.


    오래된 소원이었던 나의 잡문집을 여기서 시작하려 한다. 잡다한 글들의 집합체, 그 제목만큼이나 어수선한 느낌 속에서, 푸아그라와도 같은 맛을 표현해내고 싶다. 특히 당신에게는 하루키의 굴튀김만큼이나 매력적인 음식으로 느껴지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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