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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uth Point Feb 11. 2016

<사피엔스>를 읽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중에서 인지 혁명 파트는 읽는 내내 즐거웠다


<사피엔스>를 읽으며 비평을 해보고 싶었다. 읽으면서 내 나름대로 적고 정리하고 그리고 재구성하다가 결국 지워버렸다. 저자가 가진 시각에 대한 비판을 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 이 책이 바라보는 세계관 자체를 유발 하라리가 새로 만들었다는 그 생각에 비평을 하기가 싫어졌다. 거대 담론을 이야기하는데 꼬투리 잡는 격이라서 그랬다. 그리고 뛰어난 문장과 통찰(비록 그것이 맞고 틀리고는 우리가 가진 과학으로 알 수는 없다 할지라도)로 인해 문장 하나하나를 곱씹게 되었다.


<사피엔스>는 4부로 나눠져서 구성되어 있는데 인지 혁명, 농업혁명, 인류의 통합, 과학혁명으로 나뉜다.  이 중에서 인지 혁명이 가장 인상에 남아 인지 혁명 파트에 적혀있는 책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보았다. 제일 맘에 들지 않았던 과학혁명의 파트는 언젠가는 조목조목 비판을 해보고 싶다. 하지만 아직은 이 책의 내용 하나하나를 곱씹을 때다.




(책의 문장을 그대로 가져왔다. 순서만 재조정했다.)


허구를 말할 수 있는 능력, 사피엔스 만의 특징 : 이를 통해 사피엔스는 집단 상상이 가능해졌다. 성경의 창세기, 호주 원주민의 드림타운 신화, 각 국가의 건국신화가 바로 그것이다. 신화 덕분에 사피엔스는 유연하게 협력하는 활동이 가능해졌다.


우리 언어의 진정한 특이성은 사람이나 사자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능력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능력에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아는 한, 직접 보거나 만지거나 냄새 맡지 못한 것에 대해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는 존재는 사피엔스뿐이다. 전설, 신화, 신, 종교는 인지 혁명과 함께 처음 등장했다. 이전의 많은 동물과 인간 종이 "조심해! 사자야!"라고 말할 수 있었다면 인지 혁명 덕분에 오모 사피엔스는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사자는 우리 종족의 수호령이다." 허구를 말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사피엔스가 사용하는 언어의 가장 독특한 측면이다.


효과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은 물론 쉽지 않다. 이야기를 하는 게 어려운 게 아니라 남들이 그 이야기를 믿게 만드는 게 어렵다. 역사의 많은 부분은 이 질문을 둘러싸고 전개된다. 어떻게 한 사람이 수백만 명에게 신이나 국가에 대한 특정한 이야기, 혹은 유한회사를 믿게 만드는가? 그러나 일단 성공하면, 사피엔스는 막강한 힘을 갖게 된다. 서로 모르는 사람 수백 명이 힘을 모아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매진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강이나 나무, 사자처럼 실제로 존재하는 것에 대해서만 말할 수 있다고 치자. 그랬다면 국가나 교회, 법체계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겠는가?


거짓말과 달리 가상의 실재는 모든 사람이 믿는 것을 말한다. 이런 공통의 믿음이 지속되는 한, 가상의 실재는 현실세계에서 힘을 발휘한다.


인지 혁명 이후, 사피엔스는 이중의 실재 속에서 살게 되었다. 한쪽에는 강, 나무, 사자라는 객관적 실재가 있다. 다른 한쪽에는 신, 국가, 법인이라는 가상의 실재가 존재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가상의 실재는 점점 더 강력해졌고,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강과 나무 사자의 생존이 미국이나 구글 같은 가상의 실재들의 자비에 좌우될 지경이다.

우리와 침팬지의 진정한 차이는 수많은 개인과 가족과 집단을 결속하는 가공의 접착제에 있다. 이 접착제는 인간을 창조의 대가로 만들었다.



인지 혁명 이후 생물학과 역사의 관계 요약


1. 생물학은 호모 사피엔스의 행동과 능력의 기본 한계를 결정한다. 모든 역사는 이런 생물학적 영역의 구속 내에서 일어난다.

2. 하지만 이 영역은 극도로 넓기 때문에, 사피엔스는 엄청나게 다양한 종류의 게임을 할 수 있다. 사피엔스는 픽션을 창조하는 능력 덕분에 점점 복잡한 게임을 만들었고, 이 게임은 세대를 거듭하면서 더더욱 발전하고 정교해진다.

3. 결과적으로, 사피엔스의 행동을 이해하려면 우리는 이들의 행동이 역사적으로 진화해온 경로를 서술해야 한다. 우리가 생물학적 속박만을 이야기한다면, 그것은 월드컵 경기를 중계하면서 선수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설명하기보다는 운동장의 상태를 자세히 설명하는 라디오 아나운서와 다를 바 없다.



7만 년(인지 혁명)부터 1.5만 년(농업혁명) 사이, 호모 사피엔스의 삶의 일상 : 단 하나의 자연스러운 삶의 방식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당황스러울 정도로 많은 삶의 가능성이 존재했던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십 명, 기껏해야 수백 명으로 구성된 작은 무리에 속해 살았다. 같은 무리의 구성원들은 서로를 매우 잘 알았으며, 평생을 친구와 친척에게 둘러싸인 채 살아갔다. 고독과 프라이버시는 없었다. 이웃 무리들은 자원을 놓고 경쟁했을 테고 싸우기도 했을 것이다.


자기 집단 외의 사람을 보지도 듣지도 못하며 살았고, 평생 만나는 사람도 불과 몇백 명 넘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피엔스 무리는 먹을거리를 찾아 여기저기 떠돌며 길 위의 삶을 살았다. 이웃 무리들은 자원을 놓고 경쟁했을 테고 싸우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호적인 접촉도 있었다. 이들과 언어와 신화와 규범과 가치를 공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외부 관계의 중요성을 과대평가해서는 안 된다. 사냥이나 축제를 함께하기 위해 종종 모일지라도, 이들은 여전히 대부분의 시간을 서로 완전히 고립되어 독립적으로 보냈다.



조심스러운 일반화조차 위험하다


우리는 무덤의 유물, 동굴벽화 뼈로 만든 조각상의 의미를 침소봉대하기보다, 고대 수렵채집인의 종교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그들이 애니 미스트였을 것으로 가정하지만, 이것이 알려주는 정보는 많지 않다.(중략) 이것은 인류 역사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 난 가장 큰 구멍 중 하나다.


거의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은 또 하나의 영역은 수렵채집인의 사회 정치적 세계다. 이미 설명한 대로, 학자들은 기본적인 것에 대해서조차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사유재산이 존재했는지, 핵가족이었는지, 일부일처제를 유지했는지에 대해서도 말이다.



사피엔스의 뇌 용적은 수렵채집 시대 이래 오히려 줄어듦 : 인간 공동체의 지식은 고대 인간 무리의 그것보다 훨씬 더 크지만, 개인 수준에서 보자면, 고대 수렵채집인은 역사상 가장 아는 것이 많고 기술이 뛰어난 사람들이었다.


현대 인간은 아주 좁은 전문영역에 대해서는 많은 지식이 있어야 할 테지만,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다른 방대한 영역에서는 다른 전문가들의 도움에 맹목적으로 의존한다. 이들 전문가 역시 그들의 영역에 지식이 한정되어 있다. 인간 공동체의 지식은 고대 인간 무리의 그것보다 훨씬 더 크지만, 개인 수준에서 보자면, 고대 수렵채집인은 역사상 가장 아는 것이 많고 기술이 뛰어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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