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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uth Point Feb 10. 2016

서술 트릭과 <가면 산장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면산장 살인사건은 어쩌면 너무 정해진 수순을 걸어간다


당신이 휴가를 떠난다. 급하게 들린 서점에서 책을 바로 사서 나가야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당신에게 히가시노 게이고를 권할 것이다. 


친구가 물었다. 너에게 히가시노 게이고란 무엇이냐고 말이다. 난 이렇게 대답했다. 한없이 눈부신 자연을 바라보며 읽고 싶은 사람이라고 말이다. 그렇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은 지친 살아감에 한줄기 빛을 쬐여준다. 잠시 내가 머무는 이  좁디좁은 공간에서 날 유리시켜주는 인물인 것이다. 


<가면 산장 살인사건>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읽어 내려갔다. 4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히가시노 게이고와 함께  머리싸움에 골몰했다. 잠시 현실을 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서술 트릭으로  전개된 <가면 산장 살인사건>을 읽는 도중에 나는 범인을 알고야 말았다. 절반 정도 읽었는데 범인이 보였고, 그리고 그를 둘러싼 배경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확인 사살하는 심정으로 이 책의 끝까지 읽어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이 홀연히 떠올랐다.


책을 읽는 도중에 이거 혹시 서술 트릭이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 거의 20년 전이었을 것이다. 애거서 크리스트의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을 읽고 나서 충격 속에 빠졌다. 살인사건이 발생한 마을에 사는 의사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야기가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인데 <가면 산장 살인사건>이 딱 그런 스타일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좀 억지스러운 우연들의 연속은 그런 가정을 확신시켰다. 이를테면 가면 산장에 잠입한 강도며, 그 강도에게 벗어나기 위해 벌이는 노력들이 오히려 가장 믿을만한 사람들로부터 방해받기 시작하는 것 등이다. 


'서술 트릭'방식으로 추리소설을 전개 시 독자가 중간에 이것을 꿰뚫어버리면 이야기가 식상해진다. 하지만 이 방식이 성공하면 독자에게 가장 큰 희열을 주기도 한다. <가면 산장 살인사건>은 어쩌면 '서술 트릭'이라는 가면이 손쉽게 벗겨질 수 있는 그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나에겐 이 트릭이 너무 쉽게 풀려버려서 오히려 재미가 반감된 것이었다.

                                                                                       


또한, 프랑스와 오종의 영화 <8인의 여인들>을 떠올리게 된다.


<8인의 여인들>은 프랑스 한 시골 저택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가족들이 모인다. 하지만 이곳에서 가장이 살해된다. 당연히 저택은 밀실로 고립되어 있었다. 당연히 살인자는 집에 있던 8인의 여인들 중 한 명인 것이다. 어떠한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면 산장 살인사건>의 밀실 산장과 비슷하지 않은가? 또한, 죽었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살아있다면?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이름만으로도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있다. 그래서 이곳에 자세한 줄거리에 대한 요약을 피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떠올랐던 다른 연관된 책과 영화를 언급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저작 중에서 가장 즐거웠던 것을 뽑으라면 당연히 <나미야 잡화점의 기억>을 택할 것이다. 그리고 저자와 이야기를 나눈다는 느낌을 받았던 책은 <명탐정의 규칙>을 소개하고 싶다.


히가시노 게이고에 빠지게 된다면 당신은 분명 추리소설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한 번쯤은 살아가며 이런 사람에게 빠져보는 것도 멋진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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