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략한 우주론, <빅 히스토리>
데이비드 크리스천 <빅 히스토리>, 우주로부터 온 호모 사피엔스 보여준다
<빅 히스토리>는 복잡성의 증가를 기준으로 주요 임계점을 구분했다. 빅뱅-별의 출현-새로운 원소의 출현-태양계와 지구-지구 상의 생명-집단학습-농경-근대혁명으로 말이다. <빅 히스토리>는 어쩌면 우리에게 과연 '진실'이 무엇인지 다시 묻고 있는지도 모른다. 당신이 알고 있다는 사실들, 그 사실들 중에서 서로 모순되는 것들은 없는지 말이다. 어쩌면 이 책은 당신이 매 순간 제일 신뢰하는 종교와 상충될지도 모른다. <빅 히스토리>는 표면적으로는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그것이 말하는 바를 따라가다보면 종교를 배제한체 세상 이치를 설명하기 때문이다. 책의 저자 중 한 명인 밥 베인 교수는 우리는 일상에서 다양한 주장들과 마주한다고 언급한다. 주장이란 우리 모두가 어떤 정보를 신뢰할 만한다고 판단할 때 활용하는 결론, 단언 혹은 대답이라고 말한다. 주장의 신뢰성 판단기준인 네 가지 직관, 권위, 논리, 증거를 통해 빅 히스토리에서 던지는 질문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
이 책은 우주로부터 호모 사피엔스, 그리고 호모 사피엔스가 만들어낸 문명까지 숨 가쁘게 달려간다. 리뷰는 우주와 관련된 부분만 적고자 한다. 우주의 탄생, 별의 탄생, 그리고 호모 사피엔스가 바라본 우주라는 시각에서 말이다.
How Did Everything Begin?
너무나 높은 밀도,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온도, 그리고 미친듯한 팽창. 이 팽창 이후 우주 전체의 온도는 내려가고 식으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에너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빅뱅의 시작을 묘사한 것이다. 0.0000...0000001초에 중력이 처음 나타난다. 그리고 전자기력이 나타나고 이후 강력과 약력이 드러났다. 쿼크들이 세 개씩 모여 양성자 또는 중성자를 만들어냈으며 곧이어 전자도 나타났다. 양성자와 중성자는 이후 원자의 핵이 된다. 하지만 아직 너무 많은 에너지가 흘러넘쳐 양성자와 전자는 결합하지는 못한 상태. 이런 우주를 플라즈마 우주라고 부르는데 빅뱅 이후 1-2초 내에 모두 발생한 일이었다. 드디어 우주는 조금 식어서 100억도 정도 된 것이다. 이후 38만 년이 흘러 3천도로 차갑게 식은 우주. 양성자와 전자들은 결합되어 중성을 이루게 된다. 이 시기부터 빛의 광자들은 전 우주로 여행을 떠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여행을 떠난 빛들이 1940년 지구에서 인지되기 시작한다. 빅뱅 우주론을 지지해줄 아주 강력한 증거인 '우주 배경 복사'의 발견이었던 것이다.
STAR
암흑시대. 중세 시대의 그 암흑시대가 아닌 우주적인 암흑시대. 우주적으로 살펴보면 전체 원자 중 하나의 양성자를 보유한 수소가 75%, 2개의 양성자로 이루어진 헬륨이 24.5%. 나머지 0.5%가 리튬, 베릴륨, 붕소였다. 38만 년에서 거의 2억 년이 흐른 날, 별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죽어가는 큰 별의 생애에서 마지막 몇 백만 년의 생애에 대한 체사레 에밀리아니의 빼어난 묘사를 인용해보겠습니다. "태양보다 25배가 더 큰 별이 중심에서 수백만 년 동안 수소를 소진하고, 50만 년 동안 헬륨을 태우고 나서, 별의 핵은 계속 수축하고 온도는 계속 올라가서 600년 동안 탄소를 태우고, 6개월 동안 산소를 태우고 규소를 하루 동안 태운다."(중략) 마침내 별의 중심이 철로 가득하게 되면, 융합은 더 이상 진행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별은 붕괴됩니다. 별은 외부층을 우주 공간으로 퍼트리게 되고, 그러면 이제 막 생성된 모든 원소들을 별의 주변 공간으로 퍼트리게 됩니다.
우리는 원소 주기율표에서 철까지의 모든 원소들이 어떻게 생성되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나머지 원소는 어떻게 생성될까요? 그 원소들은 어디에서 유래하는 것일까요? 네, 그 대답은 이렇습니다. 나머지 원소들은 죽어가는 별에서 만들어지지 않고 폭발하는 별에서 만들어집니다. 그렇습니다. 폭발하는 별입니다.
굉장히 큰 별이 중심에 철로 가득 찼을 때, 그 별이 붕괴하여 폭발하면 어마어마하게 높은 온도로 올라가게 됩니다. 폭발 이후 몇 초 동안 원소 주기율표의 모든 원소들이 초신성 폭발에서 만들어집니다.
우주의 어느 시점, 우주는 수소와 헬륨만 있었고 그 이외의 원소는 없었다고 우리는 이제 알고 있다. 하지만 10억 개의 초신성이 터지고 수십억 년이 지난 후에도 헬륨과 수소는 우주의 모든 원자 중 98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놀랍지 않은가? 이 나머지 2퍼센트로 우리가 아는 모든 것이 만들어진 것이다.
SUN, EARTH
나머지 2퍼센트가 수소와 헬륨을 제외한 원소라고 했다. 하지만 지구를 살펴보면 의아함에 휩싸인다. 지구의 90퍼센트를 철, 산소, 규소, 마그네슘 등이 이루고 있는 것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태양계를 만든 원시 행성계 원반의 모든 물질 중 99.9%가 태양을 만들게 된다는 것. 나머지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소행성들 이 모두 모여 0.1%가 된다는 것. 태양계 내에서도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상식이 무너져 버린다. 잘못된 축척 체계로 인해 태양계 행성 간의 거리와 크기가 너무나 왜곡되어 우리는 이런 착각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다.
우리의 태양은 다른 별들과 같이 중력의 압력으로 물질의 구름이 붕괴되면서 형성되었습니다. 많은 별처럼, 붕괴는 은하수의 우리 지역 어디선가에서 엄청난 초신성 폭발에 의해 촉발되었을 것입니다. 또 초신성 폭발은 다른 초신성들과 죽어가는 별들에서 유래된 많은 새로운 물질들의 씨앗을 이 구름에 뿌려놓았습니다. 이 구름이 붕괴되면서, 구름은 팽글팽글 도는 피자 반죽 덩어리처럼 돌기 시작합니다. 구름이 돌면서 천천히 납작해지고 원반을 형성하게 됩니다.
이것은 우주 전체에 걸쳐 일어난 현사입니다. 우주가 은하수에서부터 우리의 태양계, 심지어는 토성 주변의 고리에 이르기까지 평평한 원반으로 가득 차 있는 이유입니다.
프톨레마이오스부터 아리스토텔레스, 갈릴레오, 뉴턴, 맥스웰, 아인슈타인을 거쳐 에드윈 허블까지
500년 전의 유럽, 기독교가 지배적인 종교 형식이었고 '어떻게 모든 것이 시작되었나?'에 대한 믿을 만한 답을 내놓는다. 대부분의 기독교인은 하나님이 수천 년 전에 우주를 창조했다고 믿고 있었다. 불과 500년 전에는 말이다. 이것은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살던 프톨레마이오스가 만든 우주 모델을 받아들여 자신들의 세계를 만든 것이다. 핵심 내용은 지구는 우주의 중심이며, 불완전한 세계다는 것. 완벽한 세계인 하늘 영역에 의해 둘러싸여 있는 것. 그 완벽한 하늘 배후에 천국이 존재하는 것이었다. 눈으로 살펴본 천체의 운동은 그 당시에 살던 그 누구라도 의심하지 못했으리라. 하지만, 밤하늘에 대한 망원경 탐사가 이루어진 그 어느 날 코페르니쿠스와 티코 브라헤, 케플러, 갈릴레오, 뉴턴 등에 의해 우주의 천체들이 하나씩 알려지던 그 시절. 완전하고 투명한 천구에 고정된 것으로 알려진 천체들이 드디어 땅으로 내려온 것이다. 천상계와 지상계가 나뉘어 존재하던 세계관이 중력에 의해 재편된 것이다.
뉴턴의 중력이론이 200년 이상 지배 이론이 되던 그 시절, 다시 당연하였던 사실에 대해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아인슈타인을 거쳐 에드윈 허블로 인해 뉴턴의 세계관은 무너져 내린다. 하지만, 여전히 뉴턴의 세계관은 유효하다. 그가 만든 세계관은 일상적인 현실세계에는 너무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었다. 팽창하는 우주관이 우리에게 다가왔지만 대부분은 이런 세계관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 이상 '별을 보지 않는 사람들'로 우리 인간들은 변화하였다. 99퍼센트의 사람들에게는, 지구만 바라보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뉴턴의 세계관으로 족하였던 것일까?
인류 최초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이 자신의 고향별로 돌아와 던진 말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든다. '지구는 푸른빛이었다.' 딱 그런 마음, 지금 호모 사피엔스가 우주를 바라볼 때 필요한 마음이다. 이 책은 우주로부터 이어지는 인류라는 생명체를 조명할 때 읽어봐야 할 책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