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후에서 가장 탄성을 자아내게 했던 그 해변, Kailua Beach
하와이의 빅아일랜드(Big Island)를 알고 난 이후 하와이 여행을 계획했다. 너무나 멋진 바람과 바다 그리고 화산을 몸으로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우나케아에 있는 천문대를 내 눈으로 보고 싶었다. 나는 별을 바라보는 사람에 속하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계획은 오랜 시간이 흐른 2015년 여름날, 드디어 이루어졌다. 다녀와서도 계속 풍경을 잊을 수 없는 그곳, 이렇게 글을 적으며 다시 그때를 떠올려본다. 잊을 수 없는 3주간의 기억은 이제 머릿속과 사진으로만 존재한다.
햇살이 따스한 날, 바람이 얼굴에 머무는 날에는 어김없이 떠오르는 기억. 하와이의 일상들이다. 10개국이 훨씬 넘는 나라를 다녔고 수많은 도시들과 여행지에서 최고의 경험을 맛보았지만, 다시 가고 싶은 곳을 택하라면 결국 하와이다. 어느 날 1시간 정도 원하는 장소로 보내주는 램프가 나에게 생겼다고 하자. 그럼 나는 과연 어디를 갈 것인가? 난 주저 없이 하와이를 택할 것이다. 그런데 하와이를 택하고 나서도 고민이 생긴다. 빅아일랜드로 갈 것인가? 아니면 오아후로 갈 것인가? 빅아일랜드로 간다면 장엄한 화산과 마우나케아 천문대 그리고 와이피오 계곡을 택할 것이다. 오아후섬이라면 하나밖에 없다. 바로 이곳 카일루아(Kailua Beach) 비치다. 하와이 하면 다들 떠올리는 와이키키 비치는 실상 감동을 주지 못한다. 와이키키 비치는 뜨거운 태양과 먼지모를 북적거림으로 인해 당신이 상상한 그 하와이가 아니니까 말이다. 만약 당신이 하와이의 바다를 떠올린다면 그것과 가장 흡사한 바다가 카일루아 비치일 것이다.
미국의 모든 해변 중에서 2번째로 멋진 해변에 선정된 카일루아 비치. 당신이 차에서 내려 처음 접하게 되는 것은 바로 야자수 나무다. 그 위로 펼쳐진 녹음 가득한 잔디밭과 그 뒤로 이어지는 모래. 비스듬히 경사진 모래언덕을 넘어서면 바로 카일루아 비치가 펼쳐진다. 2KM 근처에 라니카이 비치도 있지만 둘 중에 한 곳에서 진득이 머물게 된다면 카일루아 비치가 더욱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일본인 관광객들은 길 건너의 장소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서 오는 모습이 많이 보이는데 이 비치에 일주일 이상 머무는 사람들이다. 여유로운 발걸음은 여행에 대해 다른 관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여행이 일상이 되는 지점. 그곳을 찾으러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바다는 눈부시게 파란빛으로 반짝였다. 사진이 실제를 반영하지 못하는 전형적인 경우다. 따스한 햇살을 머금은 바다, 눈과 카메라는 다른 빛깔을 연출하였다. 현실은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그 경계가 구분되지 않을 만큼 바다가 하늘의 빛을 그대로 머금고 있었다. 발을 감싸주는 따스하고 고운 모래, 푸른 빛깔과 에메랄드 빛깔이 어우러진 바다, 눈부시게 푸르른 하늘, 바람따라 흐르는 구름, 약하지도 강하지도 않게 다가오는 파도들. 눈을 감으면 바로 떠오르게 되는 풍경이다. 진정한 카일루아 비치를 보고싶다면 바로 여행을 떠나거나 아니면 전문가들이 찍어놓은 비치 사진을 보시라. 그 사진이야말로 이 비치를 설명하는 단 하나의 시선 이리라. 내가 본 풍경은 가장 잘 찍어놓은 사진과 한치의 오차도 없는 풍경이었다.
저 벤치에서 잠시 잠에 빠지기도 하고 터벅터벅 걸어 다니기도 했다. 사진에 보면 왼쪽 상단에 금속판이 보인다. 집으로 돌아갈 때 발견했는데 'Donater By The Family of CLAIRE M. DAUER'라고 적혀있다. 어떤 연유로 다우어 패밀리가 기부했는지 알 수 없지만 카일루아 비치에 너무나 잘 스며든 벤치였다. 카일루아 비치에서 단 한 장의 사진만 남기라면 이 사진을 택할 것이다. 난 벤치에 앉아 비치에 스며들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사진은 머릿속에 박제된 채 지속적으로 푸르름을 뿜어낼 것이다.
하와이 오아후의 자연경관들을 여행하는 팁 하나. 주중이야말로 풍성한 여유를 선사하는 이 곳. 오아후에선 주중에 자연경관을, 주말에 오아후 시내를 다니는 것이 필수. 그러니 주말에 뛰어난 자연경관을 보여주는 관광지로 다니지는 말자. 또한, 하와이까지 와서 버스 타고 다니는 것도 금지. 시간 낭비다. 하와이에 오기 위해 당신이 쏟은 시간과 정성을 생각해보면 렌트는 필수다. 그리고 오아후의 다양한 자연환경을 제대로 경험하기 위해선 렌트는 너무나 절실한 아이템이다. 주중에 4-5일 정도 렌트하고 주말에는 오아후 시내를 걸어 다닐 것을 진지하게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