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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uth Point Mar 18. 2016

오아후의 바람은 모두 이곳을 지나간다

바람산이라 불리는 이곳, 누우아누 팔리 룩아웃



하와이의 빅아일랜드(Big Island)를 알고 난 이후 하와이 여행을 계획했다. 너무나 멋진 바람과 바다 그리고 화산을 몸으로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우나케아에 있는 천문대를 내 눈으로 보고 싶었다. 나는 별을 바라보는 사람에 속하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계획은 오랜 시간이 흐른 2015년 여름날, 드디어 이루어졌다. 다녀와서도 계속 풍경을 잊을 수 없는 그곳, 이렇게 글을 적으며 다시 그때를 떠올려본다. 잊을 수 없는 3주간의 기억은 이제 머릿속과 사진으로만 존재한다.


서울에서 5시간 걸리는 거제도. 거제도에 가면 바람의 언덕이라는 곳이 있다. 거제도의 모든 바람은 그곳에 모여 사는 듯한 마법의 장소. 도장포 마을에 동산처럼 솟아있는 바람의 언덕은 바다 쪽으로 툭 튀어나와있기에 바닷바람이 그곳을 무조건 지나게 된다. 다양한 계절에 그곳을 찾았는데 겨울 초입의 11월, 미친듯한 바람이 그곳에서 모였다가 흘러 나갔다. 날아가서 바다에 빠지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그곳을 벗어나는 내내 했다. 몸을 곧게 펴면 날아갈 듯한 그곳은 바람을 느끼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오아후의 누우아누 팔리 룩아웃을 가기 전까지는 말이다.



누우아누 팔리 룩아웃(NU'UANU PALI LOOKOUT)에서 'PALI'는 절벽이다. 즉, 누우아누 팔리 룩아웃은 누우아누 절벽의 전망대라는 의미인 것이다. 이곳이 바람으로만 유명하지만 역사적으로도 가치가 있는 장소다. 카메하메하 1세가 하와이를 통일하기 위해 바로 이곳에서 전투를 치렀다. 그리고 그 전투에서 승리했다. 누우아누 절벽에서 죽은 병사들이 오아후 비치의 모래알처럼 많다고 하니 이 곳의 바람은 어쩌면 그 영혼들을 달래기 위해 몰아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카메하메하' 어디서 들어보지 않았나? 어린 시절 드레곤볼을 본 세대라면 알 수도 있다. 한국에서 통용되는 언어로 에네르기파라고 하며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게 되면 '카메하메하'라고 한다. 굳이 번역하면 카메(거북) 하메(판벽)가 되는데 거북 판벽파 또는 거북 등껍질파 정도가 된다. 드레곤볼을 만든 토리야마 아키라의 아내가 미카미나치가 남편이 고민 중일 때 제안했다고 한다. 거북도사니 그런 작명을 사용했을 거 같은데 왠지 미카미나치가 그 전에 하와이를 방문했고 그래서 카메하메하라는 왕을 알고 있지는 않았을까라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누우아우 팔리 룩아웃을 갔다면 다음 행선지는 어디로 가면 좋을까? 그곳의 바람을 경험하고나서는 카일루아 비치로 넘어가면 된다. 평일날 느지막이 오아후 시내에서 아침과 점심을 먹는다. 그러고 나서 1번 고속도로를 타고 반시계 방향으로 돌다가 61번 고속도로로 넘어가면 된다. 61번 고속도로가 가로지르는 산은 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진짜 멋진 드라이브 코스를 제공한다. 20분 정도 달리다 보면 누우아누 팔리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이 보인다. 오아후에서 갈만한 높은 장소는 총 3군데인데 다이아몬드 헤드와 탄탈루스 언덕 그리고 누우아누 팔리 룩아웃이다. 3곳 모두 각자의 매력으로 여행객들을 유혹하고 있으니 모두 들려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이곳에서는 카일루아 비치를 볼 수도 있다. 멀리 있기에 그 감흥이 쉽사리 전해지지 않지만 바람을 따라 바다의 소리가 따라 솟구쳐 올라왔다. 바람이 불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가? 하지만, 저 곳에 제대로 서 있기가 어렵다. 정말 날아갈 거 같은데, 이곳은 내가 경험해 본 최고의 바람골이다. 바람산이라고 불리는 이곳, 카메하메하 1세와 연관된 역사적인 장소, 이런 수식어들도 햇살의 따사로움과 나를 날려서 저 바다에 빠트려버릴 듯한 바람 앞에서는 사라진다. 너무나 오랫동안 머물고 싶었던 곳. 그래서 최대한 머물렀던 곳. 오아후에 가게 되면 몇 번이라도 들릴 그곳으로 나에겐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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