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 땅에서 바라본 야경, 일상을 떠오르게 한다
하와이의 빅아일랜드(Big Island)를 알고 난 이후 하와이 여행을 계획했다. 너무나 멋진 바람과 바다 그리고 화산을 몸으로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우나케아에 있는 천문대를 내 눈으로 보고 싶었다. 나는 별을 바라보는 사람에 속하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계획은 오랜 시간이 흐른 2015년 여름날, 드디어 이루어졌다. 다녀와서도 계속 풍경을 잊을 수 없는 그곳, 이렇게 글을 적으며 다시 그때를 떠올려본다. 잊을 수 없는 3주간의 기억은 이제 머릿속과 사진으로만 존재한다.
탄탈루스 언덕을 가봐야 하나라는 고민을 계속했다. 야경이 멋있을까? 평범한 야경이라서 실망하는 거 아닐까? 좀 쉬고 싶은데 빨리 호텔로 돌아갈까? 등의 생각으로 운전을 하면서도 집중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모든 생각이 기우였다. 역시 여행지에서 할까 말까라고 고민이 되는 모든 행동은 하는 것이 정답이다. '가보고 맛보고 즐겼던' 그 모든 기억은 추억의 상자에 빼곡히 쌓이게 된다. 즐거운 기억이 포개지든 고생스러운 마음이 저장되든 일상으로 돌아온 후에는 너무나 소중해진다. 만약 가지 않았다면 이 멋진 사진들과 기억들은 가져보지 못하였겠지. 너무나 다행스럽다. 이 곳을 방문했던 나의 선택이..
이곳 탄탈루스를 들리게 된 결정적 이유. 여행객보다 현지인들이 바람 쐬러 들리는 장소였기 때문이다. 현지인들에게 사랑받는 장소와 맛집은 언제나 진리다. 노을이 지기 전 왼쪽으로는 다이아몬드 헤드가 보이고 바다들이 푸르름을 빛냈다. 급작스럽게 노을이 내려오고 탄탈루스 언덕은 노란색으로 물든다. 노란색에서 황금빛 빛의 변주, 그리고 주황색으로 넘어가고 붉디붉은 노을이 펼쳐졌다. 오아후의 집들에 불이 들어올수록 하늘의 별빛도 하나씩 켜지기 시작한다.
하와이를 생각하면 흔히들 멋진 해변과 일렁이는 파도, 하얀 모래를 떠올린다. 물론 야자수와 히비스커스의 아리따운 꽃목걸이도 함께 따라다니는 이미지다. 하지만 하와이의 노을은 이 모든 것과 비교될 만큼 뛰어나다. 오아후 시내로부터 시원히 솟구쳐 오르는 바람이 하루를 힘차게 뚜벅이며 흘린 땀방울을 식혀줄 때 그 알싸한 느낌. 그렇게 차분히 식어가는 땀을 닦으며 하늘을 올려다보면 꽤 많은 별들이 나를 반긴다. 눈에 익은 별자리들이 나를 향해 반갑게 수백, 수천 년 전의 반찍임을 보내주는데 그 순간 나는 지구별 뚜벅이가 된다. 노을이 사라질수록 그 감동은 더해지고 하늘의 반짝임은 그 속삭임을 더욱 가열하게 빛낸다. 나 여기 있다고 바라봐 달라고 말이다. 여행지에서 바라보는 별빛이 더욱 애틋한 것은 여행지에서의 감수성 때문이리라.
탄탈루스 언덕 역시 차를 가지고 와야 된다. 이렇게 어두워진 산길을 다시 걸어내려 간다는 것은 너무나 위험하다. 아무리 치안이 확보된 하와이지만 여행지에서의 낯선 만남은 무섭지 않은가? 동네 길인 마키키 스트리트를 따라가다 보면 탄탈루스 언덕 표지판을 만나게 된다. 올라가면서도 꼬불꼬불한 이 언덕은 내가 맞는 길을 가는 것인가라는 의문을 계속 던져준다. 이런 장소에서 어둠을 벗 삼아 걸어 내려간다는 것은 큰 모험이다. 사용할 모험심이 충분할지라도 다른 곳에 사용하기 위해 저축해둬라. 여행을 다니게 되면 은근히 모험이 필요할 때가 많다. 하지만, 이곳은 모험하기에는 적당한 장소는 아니다.
혹시, 일본 홋카이도의 하코다테 야경을 본 적이 있는가? 하코다테 시내에서 남남서쪽에 위치한 하코다테 산에서 바라보는 야경 말이다. 세계 3대 야경 중의 하나라고 불리는 이 곳의 야경은 내 인생 최고의 야경으로 남아있다. 이 정도의 야경을 기대하고 탄탈루스 언덕을 찾는다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아후에서도 멋진 노을이 존재한다고 믿고 그 노을이 이 곳 오아후와 어울리며 차분한 야경을 선사할 수 있다고 신뢰한다면 꼭 이곳을 가보자. 하코다테처럼 탄성이 터져나와 입을 다물 수 없는 야경은 아니지만 보는 사람이 오아후에 녹아드는 멋진 야경이니까 말이다. 오아후의 알려지지 않는 비경을 보려면 꼭 이곳을 방문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