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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uth Point Mar 23. 2016

파도가 사무치게 그리운 그곳, 터틀베이

오아후에서 제대로 서핑을 즐기려면 이곳으로 가야 한다



하와이의 빅아일랜드(Big Island)를 알고 난 이후 하와이 여행을 계획했다. 너무나 멋진 바람과 바다 그리고 화산을 몸으로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우나케아에 있는 천문대를 내 눈으로 보고 싶었다. 나는 별을 바라보는 사람에 속하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계획은 오랜 시간이 흐른 2015년 여름날, 드디어 이루어졌다. 다녀와서도 계속 풍경을 잊을 수 없는 그곳, 이렇게 글을 적으며 다시 그때를 떠올려본다. 잊을 수 없는 3주간의 기억은 이제 머릿속과 사진으로만 존재한다.


하와이를 가게 된다면 꼭 배우고 싶었던 게 서핑이다. 파도와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는 무동력 판때기. 그것이 내가 내린 서핑의 결론이었다. 판때기 하나로 나보다 높은 파도를 헤쳐 나가는 것이 너무 배워보고 싶었다. 국내에선 서핑을 배우기도, 즐기기도 어려운 환경이었기에 하와이에 머무는 동안 초급 탈출을 목표로 했다. 와이키키 해변에 수놓은 수많은 서퍼들. 배우는 사람과 즐기는 사람의 멋진 향연이 뜨거운 태양빛 아래에서 춤추고 있었다. 오아후의 관광객들은 모두 와이키키 해변에서 서핑을 배우는 줄 알았던 그때. 제대로 된 서핑 장소를 알지 못한 나는 사람이 가득 찬 와이키키 비치에서 서핑을 배웠다. 서핑을 배우고 나서 오아후 북쪽 노스쇼어 쪽으로 드라이브를 나간 날, 나의 선택을 후회하게 된다. 서핑은 와이키키가 아닌 노스쇼어에서 배워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 순간이었다.


http://www.turtlebayresort.com


오아후 북쪽 노스쇼어에 위치한 터틀베이 리조트는 조그마한 반도 위에 놓여 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그중에 한 면이 아주 아리따운 해변인 이 곳. 바로 그곳에서 멋진 서퍼들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방문한 시기가 한국의 여름이라 파도가 강하진 않았지만 겨울의 파도는 매우 매섭다고 한다. 그래서 전 세계 프로 서퍼들의 경연장이 되는 곳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니 왜 진작 이곳으로 숙소를 정하지 않았을까라는 후회가 밀려왔다. 이곳은 하와이에서 기억에 남길만한 3주를 계획했던 날들, 숙소로 검색을 해 보았던 곳이다. 빅아일랜드와 오아후의 숙소를 물색하며 노스쇼어 주변에 갈만한 리조트는 바로 이곳밖에 없었다. 하지만, 와이키키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에 포기했던 그곳이었다. 와이키키를 유유자적 걸어 다니고 싶은 마음에 버려진 선택지는 이렇게 후회로 다가왔다. 만약, 터틀베이 리조트에 머물렀다면 3~4일간을 서핑을 배우는데 투자했을지도 모른다. 너무나 그림 같았던 이 곳. 다시 하와이를 찾게 된다면 꼭 숙박해야 할 리조트 1순위로 자리매김된 날이다.



더불어 터틀베이 리조트 내에는 한스 히데만 서핑스쿨이 위치해 있었다. 출발 전 어렴풋이 들어 알고 있었던 그 한스 히데만. 와이키키 해변에 위치한 파크 쇼어 와이키키와 노스쇼어에 위치한 터틀베이 리조트 두 곳에만 있는 서핑스쿨이다. 바다에 들어가 서핑을 하다 보면 햇살과 파도가 세상의 전부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다리와 팔 부근에 시퍼렇게 멍이 든지도 모르고 계속 즐기게 되는 서핑. 그런 서핑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한스 히데만. 게다가 터틀베이 리조트에 위치한 바다는 서핑에 정말 최적화된 공간이었다.



구름, 바람, 파도 그리고 햇살. 그 모든 것이 가득 찼던 터틀베이 리조트는 오아후에서 무조건 숙박해야 하는 곳. 오아후에서 진정한 휴양을 추구한다면 다른 선택지는 없다. 하와이에 속한 빅아일랜드, 오아후, 마우이, 라나이, 카우아이, 몰로카이 등의 섬 중에서 오아후는 무조건 들릴 수밖에 없는 장소다. 해외에서 도착하는 모든 비행기가 거쳐가는 오아후. 오아후 여행 목적이 쇼핑과 먹거리가 아닌 휴양이라면 숙소의 답은 더욱더 정해져 있는 것이다. 느지막이 점심을 먹고 리조트 내부를 걷다가 나무가 주는 그늘에 몸을 눕히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이 곳. 다시 일어나 바다를 바라보면 서퍼들의 멋진 모습들이 눈에 보이고 수영장으로 발길을 돌려 본다. 쏟아지는 태양 속에서 책장을 넘기는 휴식. 항상 바라던 쉼이 아닐는지.



돌아오는 길, 무지개를 보았다. 엄청나게 선명한 아치형의 무지개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내내 나에게서 한 발짝씩 먼저 멀어졌다. 차를 달려 저 무지개 속을 통과할 수 없을지 뻔히 알면서도 계속 무지개를 향해 걸음을 내달렸던 기억은 이제 머릿속에 차곡히 한 장의 사진으로 남겨졌다. 서핑의 추억도 서퍼들의 멋진 몸매도 조금씩 흐려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사진을 넘겨볼 때마다 그때의 감정이 한 움큼씩 쏟아져 흘러내린다. 저 순간들을 그대로 움켜쥐고 싶지만 움켜쥐면 움켜쥘수록 가슴속의 사진만 구겨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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