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글: 강열한 유혹, 페인트
40대 아저씨가 공간의 색과 본인만의 공간 그리고 인테리어를 하나씩 찾아가는 이야기다.
‘공간취향’이 없던 6년 전 어느 날, 드디어 가족이 편히 쉴 수 있는 곳으로 이사 갔다.
가족만의 공간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우리 가족의 첫 번째 집이 마련되었지만, 여기는 ‘우리 가족만의 공간’만 존재했고 ‘나만의 공간’은 없었다.
돌아보면 첫 번째 집은 철저히 우리 가족의 공간을 찾기 위한 여정이었다.
와이프와 난 첫 번째로 마련한 집이라는 공간이 그냥 좋았다.
우리들이 편히 놀 수 있는 그러한 집을 꿈꾸었고, 드디어 그 집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집이라는 장소에 우리만의 색깔을 심기로 했다.
와이프와 나는 시간만 나면 고민했다.
벽지로 할까 아니면 페인트로 할까?
바닥은 무엇으로 하지?
방문은 어떻게 할까?
화장실은 어떻게 변경하지?
주방은?
창문들은?
아이들 방은 어떠한 방식으로?
소파는 어떤 걸로 할까?
침대는?
책상은?
TV 공간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생각해야 할게 너무 많았다.
하나를 이야기하다가 보면 어느새 다른 쪽으로 넘어가곤 했다.
차근차근 하나씩 우리 집의 색채를 정하기 시작했다.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역시 벽이다.
집안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가장 강력하게 결정하는 것은 바로 벽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이전 전셋집에서 페인트로 벽을 칠해본 경험이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8년 전 벽에 페인트를 칠한다는 개념은 그리 일반적인 생각이 아니었다.
우리가 전셋집에 페인트를 칠한다고 이야기하자 주변에서 다양한 이유로 말렸다.
하지만 하고 싶었다.
지금처럼 페인트 색감을 낼 수 있는 벽지도 거의 없었고 친환경 페인트가 국내에 들어온지도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였다.
한번 본 페인트 색감에 끌려 우리는 시작했다.
8년 전 그 당시 우리가 고민했던 브랜드는 2가지였다.
벤자민무어 페인트와 던에드워드 페인트.
아직도 기억이 선명하다.
과천시 갈현동 인근에 위치한 ‘나무와 사람들’ 그곳에서 선택한 던에드워드 페인트.
왜 페인트로 하려고 했는지 이유는 사라졌지만 아직도 그때 끌린 색감과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은 여전하다.
그렇게 강렬한 색깔에 대한 공간유혹은 이전까지 없었다.
끌리고 끌려 무작정 그곳으로 갔고 희미한 녹색 계열과 푸른색 계열의 페인트를 사게 된다.
윗 사진이 전셋집에 칠한 던에드워드 페인트다.
거실은 녹색 계열, 방들은 푸른색 계열로 뒤덮었다.
수많은 반대를 뒤로하고 약간은 걱정하는 마음과 함께 칠했던 벽들, 이때가 나만의 색을 정한 첫 번째 시작이었다.
나만의 색이라기보다는 와이프와 함께 고민한 공간탐색이었다.
우리의 첫 번째, 공간탐색은 이렇게 8년 전 전셋집에서 시작되었다.
그렇게 전셋집에 페인트를 칠해본 경험이 첫 번째 우리 집을 페인트로 선택하게 만들었다.
주저함 하나 없이 바로 선택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