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글: 첫 번째 우리 집, 철거가 시작되던 그 순간
현재로부터 8년 전, 이미 페인트를 칠했던 경험은 페인트에 대한 진입장벽을 무너뜨렸다.
6년 전, 나의 첫 번째 집 인테리어를 고민할 때 벽을 페인트로 칠한다는 것은 기본 전제였다.
어떤 브랜드를 선택할 것인가?
어떠한 색으로 채울 것인가의 문제였지, 벽지냐 페인트냐의 고민은 전혀 없었다.
와이프와 함께 하나씩 내부 인테리어를 결정해 나갔고, 그 핵심은 페인트와 부엌이었다.
부엌과 벽 그리고 화장실에 힘을 주는 것이 우리의 첫 번째 집 콘셉트이었다.
최대한 비용을 절약하는 인테리어를 계획했으며, 나머지 공간은 나무로 된 가구로 채우는 공간탐닉을 진행하게 된다.
선택한 페인트는 벤자민무어였다.
던 에드워드와 벤자민무어 중에서 고민했고 던에드워드를 한번 사용해본 우리로서는 다른 선택을 하고 싶었다. 두 제품을 비교해보고 싶기도 했으며, 시장 흐름이 벤자민무어로 약간씩 이동하는 느낌이었다.
우리만의 느낌이었고, 인테리어에서는 모든 것이 이러한 느낌으로 선택하게 된다.
그 느낌이 항상 정답이기를 바라는 인테리어인들은 종종 잘못된 답안지를 부여잡고 한참을 울먹이기도 한다.
두근거리며 선택한 벤자민무어 페인트 색상들.
아래 보이는 파란색이 지난 6년간 첫 번째 집을 지배한 색상이었다.
저 색감이 너무나 좋았고, 우리의 감각을 지배했다.
수많은 하늘색들 중에서,
광택도 다양한 종류가 존재하기에,
어떠한 색상이 집에 더 어울릴까 라는 즐거운 고민.
이러한 고민은 좀 뒤에 나오는 철거와 완전히 대비된다.
너무나 즐거운 기억 뒤에 바로 암흑으로 떨어지는 그러한 대비!
이러저러한 공간탐닉이 마무리되면서 드디어 철거 날이 다가왔다.
공간을 탐닉하기만 하던 시간과 그것을 실제로 만들어내는 시간의 차이는 막상 달을 향해 떠났던 인류의 여정과 비교할 수 있다.
직접 인테리어를 기획하는 모든 이들이 겪을 수밖에 없는 철거의 시작점은 지금까지 두 번 경험했지만 다시 겪고 싶지 않은 기억이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부엌부터 철거가 시작되었는데, 차라리 달을 향해 떠나는 로켓을 타는 것이 더 평온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엉뚱한 상상이지만 딱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었다.
아직도 6년 전 그 기억이 바로 떠오르는 이유는 눈 앞에서 이정도 충격을 주는 사건은 잘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달을 향해 떠나는 비행선에 탑승할 만큼 용감하지 못한 우리는 인테리어 철거를 통해 그러한 떨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인테리어 철거를 눈앞에서 직접 경험하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달을 탐험하는 여행과 비교하는 것에 피식 웃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긴장하시라.
겪어보면 다르니...
로켓이 발사되고 굉음과 먼지 소음들이 자욱해지면서 주변이 조용해지듯, 철거 역시 먼지가 날리고 소음이 천둥처럼 울리고 그리고 어느 순간 마음이 조용해진다.
평온한 마음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가 절대 아니다.
자세히 표현해보자면, 커다란 망치가 휘둘러질 때마다 두려움이 나를 텅 빈 공간으로 밀어 넣는 기분이다.
그 공간에서 헤엄칠수록 더욱 빠져버리는 늪 같은 공간으로 나와 와이프를 무지막지하게 쳐 넣는 그런 느낌.
달로 출발하는 편도 티켓처럼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인테리어의 출발점.
그것이 바로 철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