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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uth Point Mar 13. 2016

파이니스트 와인들

 파이니스트 크로제 에르미타주/바롤로/가비/볼게리/끼안티 리제르바



파이니스트 와인들

홈플러스에서 팔고 있는 파이니스트 시리즈 와인들. 할인 판매 시에는 1만 원에서 3만 원대까지 판매되기에 집에서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와인들이다. 가성비가 매우 뛰어난 파이니스트 와인들 중 이탈리아 와인 5개와 프랑스 와인 1개에 대한 시음기를 적어보고자 한다. 프랑스 론 지방의 파이니스트 크로제 에르미타주 2011과 이탈리아 파이니스트 바롤로 2010, 파이니스트 가비 2014, 파이니스트 볼게리 2010, 파이니스트 끼안티 리제르바 2011, 파이니스트 비솔 프레스코 NV이다.


와인을 제대로 즐기려면 오롯이 홀로 한 병을 다 마셔야 한다. 마시면서 떠오르는 느낌을 차분히 적어 내려 가면 일상 속에서 빠트린 감정들도 하나씩 건져 올릴 수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와인에는 정답이 없다. 하지만, 와인을 마신다면 하나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할 것. 그것은 취하기 위해 마시는 와인과 즐기기 위해 마시는 와인의 맛과 향은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와인은 마실 때마다 조금씩 변화하고 음식에 따라 달라지고 음식과 함께 입속에서 색다르게 변신한다. 파이니스트 와인들과 함께 이런 맛과 향을 느껴보자.



파이니스트 크로제 에르미타주 2011
Finest Crozes Hermitage 2011

파이니스트 크로제 에르미타주(Finest Crozes Hermitage)는 프랑스 론 지방에서 생산되는 시라 100%로 만든다. 북부 론 지역에서 쉬라로만 만들어진 이 와인의 첫인상은 왠지 매콤한 향이 떠오른다. 코를 간질거리는 첫 향이 기분을 두근거리게 한다.



첫 잔을 리델 소믈리에 부르고뉴 잔에 따른다. 매콤한 향신료의 향들이 첫 번째로 피어오른다. 잔을 좀 돌리고 한 모금 마실 때쯤 라즈베리와 자두를 반건조했을 때 그 꾸덕꾸덕한 과실 향이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의외로 탄닌이 강하지 않으며 목 넘김은 부드럽다. 물론 스파이시한 향이 좀 거슬리지만 그 농익은듯한 과실항이 한편에서 흘러나와 이를 중화시켜 준다. 전통적인 북부 론의 그 느낌은 아니지만 오히려 부드러워서 여성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와인이다. 두 번째 잔을 따른다. 와인에 집중하기 위해 두 번째 잔도 와인만 마셔본다. 빛이 통하지 않는 진한 루비색의 색감이 눈을 어지럽힌다. 와인을 높은 곳에서 따르다 보니 약간 진득한 향들이 와인잔 밖으로 흘러나온다. 계속 마셔본다. 물에 젖은 가죽 벨트의 아로마와 물에 젖은 신문지 내음도 슬쩍 피어오른다.



파이니스트 바롤로 2010
Finest Barolo 2010

가만히 둔 잔 위로 코를 가져가 본다. 흑후추의 느낌이 살짝 난다. 리델 소믈리에 시리즈 부르고뉴 잔으로 테이스팅을 할 경우 와인병에서 잔으로 따른 이후 잔을 움직이지 않으면 와인이 처음 뿜어내는 향을 맡을 수가 있다.


파이니스트 바롤로 2010(Finest Barolo 2010)은 이전에도 마셔본 적이 있다. 물론 다른 빈티지였다. 이전에도 천천히 자신의 면목을 보여주는 와인이라서 애초에 와인잔을 2개 세팅하였다. 하나는 리델 소믈리에 부르고뉴 잔이고 하나는 슈피겔라우 부르고뉴 잔으로 했다. 파이니스트 바롤로는 네비올로 100퍼센트로 만들어졌다.

10분이 흐른 후 처음으로 와인잔을 돌려 본다. 향이 하나씩 피어오른다. 코를 잔 깊숙이 넣어본다. 농익은 과실 향, 여러 가지 베리류를 손에 넣고 짜면 나오는 진득한 베리향이 나온다. 한입 머금어 본다. 일반적인 바롤로의 탄닌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바롤로의 느낌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와인을 머금고 그 와인을 입안 구석구석 돌렸을 때 입안을 꽉 죄여 오는 느낌은 없다. 부드러운 그러면서도 좀 가벼운 바롤로다. 하지만 아직 모른다. 2,3시간이 흐른 후 어떠한 모습을  보여줄지 말이다.

30분이 흘렀고 리델 잔에 있는 와인 한잔은 이미 사라졌다. 다시 맛보기 위해 새로운 리델 소믈리에 부르고뉴 잔 하나를 더 세팅한다. 그리고 다시 한잔을 따랐다. 슈피겔라우 잔으로 넘어갈 차례다. 첫 향은 농익은 베리류들의 풍부한 향이 흘러나온다. 산도의 느낌이 시큼한 맛으로 다가왔으며 이 시큼함이 와인에 녹아들어있는 단맛과 묘하게 어울렸다. 역시 아직도 가벼운 느낌이다. 향이 잘 느껴지지 않는 것은 코가 무뎌져서일까? 아니면 잔의 차이일까? 1시간이 흘렀다. 마지막 잔이다. 세 번째 잔에 따른 와인은 병 브리딩 30분에 리델 소믈리에 시리즈 부르고뉴 잔으로 30분  브리딩한 것이다. 나머지는 밀봉해서 내일 마셔야 할거 같다. 이미 향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역시 베리류의 향과 함께 삼나무의 향이 느껴진다. 산도가 무더질만도 한데 여전히 좀 시큼하게 다가온다. 버터의 고소한 향도 느껴지고 마른 볏짚을 손으로 만질 때 약간 그 비릿한 향도 느껴진다.



파이니스트 가비 2014
Finest GAVI 2014

약간은 과한 산도가 식욕을 돋우는 역할을 한다. 이 파이니스트 가비 2014(Finest GAVI 2014)를 맛보며 들었던 첫 번째 생각이 '산도'였다. 기분 좋은 감귤류의 향과 함께 목을 타고 넘어가는 가벼운 이탈리아 와인인 가비는 와인 자체로 즐기기보다 좀 강한 음식과  함께하여야 한다.



이탈리아 가비 지역의 품종인 '코르테제(Cortese)'로 만들어진 파이니스트 가비(GAVI)를 한잔 마셨다. 이 코르테제 품종은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역을 대표하는 품종이다. 이 품종을 오크 숙성하지 않으면 우리가 상상하는 청포도를 즉석에서 즙을 낸 그러한 향과 맛이 나올 수 있다. 연한 초록 빛깔을 띠는 파이니스트 가비 와인은 깨끗하면서도 청아한 와인맛과 향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원래의 계획은 와인만 테이스팅 하는 것이었으나, 한잔 마시면서 바로 떡볶이를 만들기 시작했다.


산뜻하며 신선한 느낌을 지닌 파이니스트 가비는 피니쉬에서 꽃향기와 함께 약간은 쓴 느낌도 느껴진다. 중간에 떡볶이와 함께하면서 느껴진 것은 산도가 점점 높아지지 않았을까라는 의구심이다. 떡볶이의 약간 매운맛과는 매우 어울렸으며, 진한 크림 스파게티 역시 이 와인과 어울릴 것이다.



파이니스트 볼게리 2010
Finest Bolgheri 2010

약간 가볍다가 목 넘김의 첫인상이다. 파이니스트 볼게리(Finest Bolgheri)는 이탈리아의 토착품종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까르베네 쇼비뇽을 베이스로 메를로와 까베르네 프랑을 사용했다. 노란 금박으로 크게 적은 <BOLGHERI>는 이탈리아 와인업계를 전 세계에 각인시킨 슈퍼 투스칸을 바로 연상시킨다. 전통의 산지오베제 품종 대신 글로벌한 품종인 까베르네 쇼비용을 전면에 내세운 슈퍼 투스칸은 티냐넬로, 사시까이아, 오르넬리아를 만들어냈다.


살짝 피어오르는 향은 산뜻 발랄하다. 스월링을 한 후 깊은숨을 들이마셔도 산뜻한 베리향만 흘러나온다. 이후 한 모금을 머금고 가볍게 입천장부터 양 볼 안쪽으로 와인 한 모금을 돌려 본다. 거슬림 없이 가볍다. 목구멍으로 조금씩 넘어가도 무거운 느낌이 없다. 탄닌은 많이 느껴지지 않는다.


한잔을 온전히 와인만 마신 후 차돌박이 다섯 점을 구웠다. 다시 한잔을 따른다. 시간이 좀 흘러 베리류의 향은 더욱 피어나고 와인은 전반적으로 더 부드러워졌다. 후추 같은 향들도 흘러나오는데 차돌박이와 어우러진다. 차돌박이 마지막 한 점을 입에 넣은 후 남아있는 와인을 모두 입에 부어버렸다. 그리고 차돌박이와 함께 차분히 씹어보는데 차돌의 느끼함이 와인의 과실 향으로 뒤덮이니 이 또한 와인을 마시는 이유일 것이다.



파이니스트 끼안티 리제르바 2011
Finest Chianti Riserva 2011

잊고 있었던 산지오베제의 그 산미가 다시 떠올랐다. 한 때 참 많이 마시던 이탈리아 산지오베제(sangiovese) 품종은 어느 순간 싫어졌다.  싫어졌다기보다는 다른 와인들이 더 좋아졌다는 표현이 맞으리라. 와인은 언제나 정답이었다.



야심한 밤에 오픈한 탓에 파이니스트 끼안티 리제르바 2011(Finest Chianti Riserva 2011). 함께 먹을 안주가 치즈 조각 밖에 없었다. 잔에 따르니 복합적인 향과 산미가 두드러진다. 사실 복합적인 향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정확한 향을 구분해낼 수 없을 때 쓰는 말이다. 도드라지게 뛰어난 향이 느껴지면 절대로 복합적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향이 섞여 있거나 와인 향이 피어오르긴 하는데 모를 때 쓰는 표현인 것이다.

두 잔째 잔을 마실 때 산미는 잦아들고 나무향, 베리류향, 흙 내음 등이 올라온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역에서 만들어진 이 와인은 끼안티에서 산지오베제 100퍼센트로 만들어진 와인이다. 이탈리아 토착품종인 산지오베제로 만든 와인을 크림 스파게티와 자주 먹었는데 가끔 강한 알코올 느낌과 산미가 거슬리기는 했다. 하지만 크림 스파게티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와인으로 무조건 산지오베제 품종을 선택하곤 했었다. 다행히 파이니스트 끼안티 리제르바 2011에서는 톡 튀는 알코올 느낌은 강하지 않았고 산미도 오픈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산도가 녹아들며 밸런스 있게 변해갔다. 야심한 밤에 크림 스파게티를 소환하게 만드는 파이니스트 끼안티 리제르바 2011의 유혹을 간신히 견뎌냈다. 마지막 치즈 한 조각을 입안으로 넣으며 와인을 한 모금 머금었다. 치즈와 함께 와인을 씹었다. 머랄까? 갑자기 어릴 적 추잉껌을 씹던 기억이 떠올랐다. 하지만 너무 맛있고 향이 좋은 추잉껌이랄까?



파이니스트 비솔 프레스코
Finest Bisol Prosecco Doc Brut NV

이탈리아 스파클링은 크게 스푸만테와 프리잔떼로 나뉜다. 잔에 따랐을 때 스푸만테가 프리잔떼보다 발포성이 더욱 강하다. 그리고 마실 때 역시 입안에서 톡톡 튀는 맛이 있다. 파이니스트 비솔 프레스코는 프리잔떼의 하나인데 이 와인을 마시면서 계속 떠오른 이미지가 하나 있다. 케이블 채널에서 최현석 셰프가 주방에서 이 프리잔떼 와인을 들고 마시는 그 장면이다. 주방의 열기와 함께 이 약발포성 프리잔떼의 시원함이 너무 잘 다가왔던 그 장면.



스푸만테나 프리잔떼를 겨울에 오픈하는 것은 그동안 드물다. 항상 뜨거운 여름날에만 오픈했던 스파클링.  밤늦게 캐럴을 틀고 거실에서 흘러나오는 트리의 불빛을 벗 삼아 마시는 비솔 프레스코도 운치 있기는 마찬가지. 은은하게 퍼지는 가벼운 과실류의 느낌, 입 속에서 느껴지는 상큼하고 개운한 청량감이 첫 느낌으로 다가왔다. 3만 원대 초반이지만 세일할 경우 1만 원데에도 구입이 가능하기에 편안하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이다. 당연히 샴페인 제조 방식으로 만든 와인이 아니며, 스테인리스 통에서 2차 발효시키는 샤르마 방식으로 만든 와인이다. 이날은 가볍게 감자칩과 함께 했는데 싱싱한 횟감과 함께 주욱 들이키기에 손색없는 스파클링이다.

상식하나 : 스파클링의 명칭이 다양한데 이탈리아에는 스푸만테와 프리잔떼, 독일은 젝트, 스페인은 카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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