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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uth Point Jan 24. 2016

<파이니스트> 꼬뜨 뒤 론 와인들

파이니스트 와인 샤또 네프 뒤 파프와 꼬뜨 뒤 론 빌라주 플랑 드 디유


파이니스트 샤또 네프 뒤 파프 2012
Finest Chateauneuf du Pape 2012


파이니스트 와인 시리즈에서 좋아하는 와인인 샤또 네프 뒤 파프의 시음기다. 파이니스트 샤또 네프 뒤 파프 와인은 이번까지 6번이나 시음해보았으며 오롯이 한 병을 마셔보기도 했다. 한잔씩 마실 때와 홀로 3-4시간에 걸쳐 한 병을 마셔 보는 느낌은 사뭇 달라 다른 와인이라고 느낄 때도 있다.

우린 스토리에 민감하다. 와인 역시 마찬가지다. 그 대표적인 와인은 '1865'와 '샤또 딸보'일 것이다. 하나는 골프장에서 마케팅용으로 하나는 2002년 히딩크가 언급하면서 대중화되었다. 와인은 스토리를 가져야만 대중적으로 어필할 수 있기에 와인에게 스토리는 정말 중요한 요소이다. 일반적으로 와인에 아주 친숙한 사람이 아니면 와인 매장에 가서 혼란을 겪게 된다. 지인이 알려준 와인 이름이 기억나지  않을뿐더러 기억나더라도 동일한 와인을 판매하지 않는 경우도 많으니까 말이다. 널리 팔리기 위해선 사람들에게 인지되기 쉬운 자신만의 짧은 이야기가 있어야 되는 건 당연지사다.



그런 의미에서 샤또 네프 뒤 파프에는 행운이 깃든다. 14세기 초중반 로마 교황청이 남프랑스의 론 강변으로 이전하게 된 사건, 우리는 이미 이 사건을 고등학교 사회시간에 시험문제로 풀어보았다. 왕권과 신권의 권력투쟁이 빚어낸 사건, 한쪽으로 권력이 기울면서 발생한 사건으로 말이다.  프랑스인 교황 클레멘스 5세는 프랑스 왕 필리프 4세의 힘에 억눌려 로마로 가지 못하게 된다. 교황이 프랑스 남부 도시 아비뇽에 정착하게 되면서  프랑스 남부 아비뇽은 갑자기 정치 종교적으로 중심에 서게 된다. 유럽의 모든 종교적 지도자들과 정치가들이 아비뇽을 방문하게 되면서 종교 행사에 쓸 더 많은 와인이 더욱 필요하게 되는 상황이 연출된다. 이러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샤또 네프 뒤 파프는  마케팅적으로 교황의 와인으로 불리게 되는 것이다.


샤또 네프 뒤 파프를 일명, CDP라 부른다. CDP를 오픈한 후 리델 소믈리에 부르고뉴 그랑크뤼 글라스에 1/3을 따른다. 오전 햇살이 예쁘다. 영롱한 빛깔을 한참 쳐다보다가 가만히 코를 잔 위로 가져간다. 첫 느낌은 신선하다. 왜 그런 느낌이 있지 않은가? 4월 초 햇살 가득한 거리 걸으며 불어오는 바람에 실린 꽃향기 같은 거 말이다. 몇 번 잔을 돌린 후 코를 가져가면서 바로 입안 가득 와인을 머금는다. 조금씩 목구멍으로 와인을 흘려보낸다. 꽃향기, 감초의 느낌 그리고 적당한 탄닌이 목을 타고 비강으로 올라온다. 이제 입안에 남은 와인들을 입속 구석구석 돌려 본다. 첫 잔이라서 그런가? 적당한 탄닌과 입안을 조여주는 그 느낌 그리고 과실 향이 좋다.


햇살은 창을 통해 더욱 강하게 들어오고 있다. 한잔을 오롯이 마셨는데 와인 병에는 3/5밖에 남지 않았다. 리델 소믈리에 부르고뉴 그랑크루 글라스의 최대 단점이다. 한잔을 따랐지만 2잔이 넘게 사라지는 나쁜 마법. 다시 한잔을 따른다. 가죽 향의 아로마가 훅 올라오며 향긋한 향이 뒤이어 따라  흘러넘친다.  한 모금 마신다. 강하지만 부드러운 탄닌의 그 느낌. 좋은 와인은 항상 자연스러운 미소를 만들어 준다. 아무런 안주 없이 와인만 마시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전에 마셨을 때와는 사뭇 다른 와인의 살결 하나하나를 만나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르나슈와 쉬라 그리고 무르베드르가 주요 품종으로 사용된 파이니스트 샤또 네프 뒤 파프는 다양한 샤또 네프 뒤 파프를 떠오르게 한다. 물론 샤또 네프 뒤  파프뿐만 아니라 지공다스도 연상시킨다. 남부론 하면 강열한 태양과 농축미 그리고 그 농축된 응집력이 만들어내는 뛰어난 과실 향이 떠오른다.


꼬뜨 뒤 론의 와인은 21가지의 포도 품종으로 만들어진다고 알려져있다. 당연히 21가지 품종 모두가 사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살펴봐도 다품종을 재배하는 것 자체가 와이너리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도 론 와인을 마시게 되면 일반적으로 4가지에서 5가지 정도의 포도가 블랜딩 된 것이다. 결합의 미학이라고 부르면 좋을듯한 이 와인들을 사랑한다.


[참고_꼬뜨 뒤 론의 와인 품종]

레드와인과 로제를 만드는 품종 13가지 품종
그르나슈, 시라, 무르베드르, 까리냥, 쌩쏘, 꾸누아즈, 뮈스까르뎅, 까마레즈, 바까레즈, 삑뿔, 떼레, 그르나슈 그리, 끌레레뜨 로즈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 8 품종
그르나슈, 끌레레뜨, 마르싼느, 루싼느, 부르불랑, 비오니에, 위니 블랑, 삑뿔





파이니스트 꼬뜨 뒤 론 빌라주 플랑 드 디유 2013
Finest Cote du Rhone Village Plan de Dieu 2013


프랑스 남부론 하면  이야깃거리가 많다. 아비뇽 유수부터 지공다스 그리고 사또 네프 뒤 파프 와인들까지 말이다. 물론 품종 관련해서도 할 이야기가 많다. 그르나슈, 쉬라, 무르베드르가 메인으로 2-3종의 품종이 더 블렌딩 되곤 한다.


이날 테이스팅 한 파이니스트 플랑 드 디유는 꼬뜨 뒤 론 빌라주급 와인이다. 샤또 네프 뒤 파프 밭과 지공다스 밭 중간에 위치해 있는데 국내에는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 이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프랑스의 수많은 보르도 와이너리와 그리고 부르고뉴 마지막으로 샴페인의 다양한 밭들을 공부하다 보면 프랑스 남부 쪽으로 눈길이 가기가 어렵다. 겨우 내려간다 해도 샤또 네프 뒤 파프나 지공다스면 충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도 2만 원대의 가격대에 세일까지 하게 되면 1만 원대까지 내려가는 파이니스트 꼬뜨 뒤 론 빌라주 블랑 드 디유는 가볍게 마시기에 아주 적당한 와인이다. 샤또 네프 뒤 파프에 쉽사리 손이 가지 않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그 비슷한 향과 맛을 뽐내는 와인으로 추천할 만하다.



자, 리델 소믈리에 부르고뉴 그랑크뤼 글라스를 준비했다. 경쾌하게 스크루 마개를 오픈한다. 호주나 뉴질랜드 화이트 와인에 스크루 마개를 대부분 사용하는 추세이며 프랑스에서도 가끔씩 스크루 마개가 코르크를 대체하기도 한다.


아쉽게도 바로 훅 치고 올라오는 향은 없다. 한참 잔을 돌린다. 향긋한 향이 올라오지만 다채롭지는 않다. 묵직하지 않아서 오히려 신선하다. 입안에서 한참을 돌리다가 목구멍으로 와인 한 모금을 넘긴다. 과실 향이 좋지만 산도가 좀 튀어서 밸런스가 무너진다.

복잡한 향신료의 느낌이나 가죽 그리고 강열한 태양을 머금은 탄닌 같은 느낌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이 잔에서는 오로지 알코올 향이 좀 튀는 과실 향이 나타날 뿐이다.


마지막 남은 1잔을 마셔본다. 블랙베리의 향이 강하다. 다양한 베리류의 느낌이 다가온다. 플랑 드 디유라는 의미가 절대자의 계획이라는 뜻이다. 오늘 내가 이 자리에서 이렇게 마주한 파이니스트 꼬뜨 뒤 론 빌라주 플랑 드 디유 2013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조금은 아쉽지만 그래도 가성비로 선택할 수 있는  파이니스트 꼬뜨 뒤 론 빌라주 플랑 드 디유 2013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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