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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uth Point Aug 31. 2015

마크로스코 바라보기

최근 국내 전시의 경향을 말하다.


마크로스코와 프리다칼로는
최근 전시의 경향을 보여주는 두 개의 축이자 시선이다.
마치 보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러한 전시의 압박이라고나 할까.



지난 여름 주변의 성화에 마크로스코 전시를 보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연예인과 유명인사들을 활용한 마케팅은 마크로스코를 초라하게 만들었다. 권위에 기댄 그림은 '더 이상 그림에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지  않은가?'라는 의문을 던지며 말이다. 지금 마크로스코에 대한 열기는 마치 실체 없는 신드롬이라 부르고 싶다.


스티브 잡스의 권위에 기댄 추상, 단지 의미 없는 몸부림 같다. '스티브 잡스가 사랑한' 이란 단어가 빛바랜 종이처럼 나풀거리며 하늘거린다. 수식어 없이 설명 없이 그림 자체가 사람 속으로 스며들지 못한다면 엄밀히 말해 좋은 작품이라 할 수 없다.




SIMPLE


전시장으로 들어가는 입구, 아이작 뉴턴과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언급한 'simple'은 마크로스코의 'simple'과는 거리가 멀었다. 단순히 'simple'라는 단어로 서로 다른 것을 연결하려는 시도라고 밖에 보이지 않았다.


'Everything should be made as simple as possible, but not simpler.' 

아인슈타인이 언급한 이 문장은 'essential and critical' 한 중요한 내용을 포함시켜야 하며 당연히 그러한 내용이 포함된 아리따운 이론이 존재한다는 의미로 언급한 것이다.

단순히 심플함을 강조한 문장은 아니다. 어떤 본질적인 문제 이외의 다른 내용에 집착하게 되면 다른 결론을 도출하게 되므로 가능한 한 간단 명료한 수식과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물체가 지구로 떨어지는 원리를 설명시 물체는 한 점으로 공기저항은 없는 것으로 가정하고 지구와 물체와의 만유인력을 계산한다. 만약 이러한 계산을 지구와 물체와의 만유인력을 무시하고 공기저항만을 계산하게 된다면 안된다는 의미로 아인슈타인은 저 문장을 기술한 것이다.


'Truth is ever to be found in simplicity, and not in the multiplicity and confusion of things.'

 

뉴턴의 언급 역시 마찬가지이다. 

‘나무 위에 사과라는 물체는 땅으로 떨어지는데, 왜 하늘의 달은 떨어지지 않나?’라는 의문에 출발한다. 고대시대 하늘의 법칙과 대지의 법칙이 다르다고 생각했으며 하늘은 고귀하고 대지는 미천하다라는 이원론에 휩싸여 있었다. 하지만 뉴턴 시대에 이르러서야 중력이라는 것이 대지나 높은 산, 대지 근처에서 동일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중력은 당연히 하늘을 날아다니는 달에도 미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과, 달, 태양계 행성, 나아가서 하늘에 펼쳐진 별에 서로 다른 법칙이 아닌 단 하나의 법칙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리게 된다. 그 것을 뉴턴은 'simplicity'로 표현한 것이다.

단순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분리되어 있던 세상에 미치던 다양한 힘이 실제로는 하나의 힘이었다는 것을 알려준 사건을 저렇게 언급하게 되는 것이다.






의미 없는 'simple'의 연결과 스티브 잡스에 기댄 전시는 연예인 마케팅에 의해 의미 없는 것으로 변질되었다. 그나마 남은 그림의 의미가 빛바랬다. 그림만 전시하게 되면 그 의미가 사라질까 봐 그랬을까? 아니면 원래 가치가 없는 것을 전세계가 나서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포장하고 있는 것일까?

관람하는 곳곳에 나열된 글은 마치 절벽에 매달려 소리치는, 그래서 겨우 다시 그림을 한번 바라보게 하는 그림의 초라한 뒷모습을 반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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