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 이탈리아를 맛보다
2015년 10월 말, 가을의 마지막 문턱에서 감베로 로쏘 이탈리안 와인 로드쇼가 열렸다. 감베로 로쏘는 1986년에 설립된 이탈리아의 와인 평가서로써 2만 5천 여종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 최고의 와인 평가서다. 2015년 감베로 로쏘는 60개 업체가 참여했으며 이탈리아 내의 알려지지 않은 좋은 와인들을 소개하는 자리가 되었다.
수입되고 있는 와인도 있었지만 많은 와인들이 미수입된 와인들이었다. 이런 자리가 아니면 맛볼 수 없는 와인들이기에 색다른 와인, 그리고 입맛에 맞는 와인들을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아영 F&B에서 사시카이아도 시음을 준비했는데 아쉽게도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맛보지 못했다. 마셔본 와인보다 못 마셔본 와인이 더욱 많았을 정도로 시음 가능한 와인 종류가 많았다.
결국, 한정된 시간에 취하지 않고 와인을 테이스팅 하는 방법은 몇 개만 집중적으로 마셔보는 것이다. 이미 잘 알려진 그리고 마셔보고 싶은 와인을 테이스팅 하고 딱 보았을 때 맘에 가는 와인들을 마셔보는 것이 그 방법이다. 이날 테이스팅 한 와인 23개 중에서 그나마 맘에 든 와인 사진만 올려본다.
10월의 거의 마지막 날이었던 이 날, 주어진 시간은 딱 40분이었다. 입구에 들어섰을 때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고 약간은 소란스러운 느낌이었다. 또한, 내부의 열기 또한 강해서 테이스팅을 하면서 나의 몸 온도는 급격히 올라가고 있었다. 머 결국 40분도 다 채우지 못하고 밖으로 향했다.
와인 테이스팅을 마치고 바람을 쐬러 나왔다. 시원한 가을바람과 서쪽으로 거의 기울어진 태양 빛이 와인 테이스팅으로 달아오른 얼굴을 스친다. 라움의 이 잔디밭은 항상 마음을 푸근하게 해준다. 이 공간은 현실과 잠시 떨어진 공간, 즉 현실 속의 공간이 아닌 것 같다. 이 날은 테이스팅으로 더욱 그러한 느낌이었으리라.
어쩌면 이날은 와인 테이스팅보다 테이스팅이 끝난 후 밖에서 한참을 멍하게 있었던 이 시간이 더욱 좋았으리라. 잠시 시간이 멈춰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겨울이 성큼 다가온 듯한 장식과 조명은 10월의 마지막 언저리의 날들을 축복해주고 있었다. 2015년 가을의 마지막이라는 단어는 나에게 이러한 이미지로 새겨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