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취업을 위한 이력서와 커버레터 전략

by James

몇 달 동안 수백 통의 입사지원서를 넣었다.

‘수백 통의 지원서’라는 말은 몇 글자 되지 않지만, 실제로는 꽤 많은 숫자다. LinkedIn 같은 플랫폼에 프로필을 만들어 두고 원클릭, Easy Apply 같은 기능으로 지원할 수 있는 공고는 그날그날 올라오는 것들을 거의 다 눌렀다. 비교적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반 공고들도 하루에 적게는 네다섯 개, 많게는 열 개 가까이 지원했다. 그걸 매일 반복하면, 수백이라는 숫자가 쌓인다. 거의 기계처럼 클릭하고, 작성하고, 저장하고, 다시 제출했다.


이런 생활을 두 달 가까이 반복하고 여러 지원서를 쓰다 보니 당연한 사실 하나가 선명해졌다. 회사마다, 포지션마다 선호하는 사람이 다르다는 것. 처음에는 막연했다. 그냥 “좋은 인재”를 뽑는 줄 알았지만 매일같이 공고를 보다 보니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다. 직무에 따라 강조하는 키워드가 다르고, 같은 금융이라도 미묘하게 요구하는 역량이 달랐다. 어떤 곳은 분석 능력을, 어떤 곳은 실행 경험을, 또 어떤 곳은 커뮤니케이션을 더 앞세웠다.


그래서 몇 가지 버전의 이력서와 커버레터를 만들었다.

전통적인 투자포지션 (전 증권사 경력 강조)

테크투자 강조(한국에서의 AI주말석사, 논문등)

컨설팅 포지션 (증권사 및 국제기구 강조)

내 글로벌 백그라운드 강조(영국, 한국, 미국, 국제기구 강조)


이제는 하나의 이력서로 모든 곳에 지원하지 않았다. 포지션에 맞춰 이력서의 종류를 선택해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정말 마음에 드는 포지션의 경우에는 조금 더 실험적으로 접근했다. 학교 이메일과 개인 이메일을 나눠 사용했고, 강조하는 포인트도 다르게 구성했다. 예를 들어 꼭 가고 싶었던 회사의 벤처캐피털 심사역 포지션이라면, 한국에서 AI를 공부했던 경험을 전면에 둔 버전은 한국 이름과 학교 이메일로 제출했다. 동시에 증권사 경력을 강조한 버전은 영어 이름과 개인 이메일로 지원했다. 같은 사람인데, 강조점에 따라 전혀 다른 후보처럼 보이도록 구성한 셈이다.


처음에는 직관적으로 “이렇게 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면서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다. 가장 단적인 예가 골드만삭스였다. 특정 버전의 이력서로 지원한 경우에만 인터뷰 일정이 잡히거나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그때서야 생각했다. 회사들이 키워드 기반 스크리닝을 사용하는 건 아닐까. 직무별로 필요한 역량을 키워드화해 두고, 이력서가 그 기준을 얼마나 충족하는지 1차적으로 필터링하는 구조라면 설명이 된다. 그렇다면 내가 제출한 여러 버전 중, 특정 이력서에는 그 회사가 선호하는 단어들이 더 많이 담겨 있었던 셈이다.


여기서 하나 덧붙이자면,
미국에서 팀장을 맡고, 우리 부서와 싱크탱크 채용을 위해 헤드헌터들과 이야기하면서, 그리고 몇몇 대학에서 취업 특강을 하며 채용 담당자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알게 된 내용이다. 우리 회사는 전통적인 키워드 자동 스크리닝 시스템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1차 필터링을 한다. 간단하게 말하면 이렇다. 이력서 안에 특정 키워드가 있는지, 그리고 그 단어들의 조합이 우리가 원하는 인재상과 얼마나 유사한지를 본다. 요즘은 단순 단어 매칭을 넘어서, 문맥까지 분석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비할 수 있을까. 결론은 단순하다. 우리도 도구를 쓰면 된다. 지원하려는 회사의 채용 공고를 복사해 맥락을 설명하고, 그 회사가 선호할 만한 표현과 역량 키워드를 추천받는 것. 그리고 기존 이력서와 커버레터 안에 이미 내가 해온 경험 중 그 단어와 연결되는 부분을 더 선명하게 드러내는 것.

거짓말을 하라거나 없는 경험을 만들어내라는 말이 아니다. 다만, 내가 가진 경험을 그들이 이해하는 언어로 번역하라는 뜻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간밤에 온 몇 통의 리젝션 메일로 하루가 시작됐다.
하루 종일 탈락 메일이 들어왔다.


어느 순간부터는 감정이 따라오지 않았다. 기계적으로 메일을 지우고, 저장해 둔 채용 플랫폼과 각 회사 포털에 들어가 새로 올라온 공고에 다시 지원했다. 거절을 정리하고, 또 지원하는 일의 반복이었다. 처음에는 학교가 있는 프로비던스와 보스턴 지역 위주로 지원했다. 몇 달 살아보니 동네가 생각보다 마음에 들었다. 규모는 작지만 안정적이고, 물가나 생활환경도 서부의 실리콘밸리나 증권의 심장이라 불리는 뉴욕보다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시작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점점 지원 범위를 뉴욕, 샌프란시스코를 포함해 미국 전역으로 넓혔다. 회사의 규모도, 산업도 가리지 않았다. 지리적 제약을 두는 건, 외국인 신분으로서는 사치였다.



그냥 직장인의 팁

이건 내가 미국, 한국, 영국에서 지원자로서 부딪히며 배운 것들, 그리고 지금 채용을 맡으며 더 분명해진 생각들이다. 벤처 및 투자전략실을 이끌고, 싱크탱크 프로그램 면접과 취업 특강을 하며 느낀 점을 정리해 본다.

1. 이력서 작성법

이력서는 나를 설명하는 문서가 아니라, 일단 통과하기 위한 문서다. 많은 사람들이 이력서를 “삶의 압축판”처럼 쓰지만, 기억하자. 이력서는 1차 필터를 통과하기 위한 도구다.

• 간결하고 명확하게: 투자든 테크든 컨설팅이든 대부분의 직군에서 이력서는 간결하고 직관적이어야 한다. 긴 설명은 읽히지 않는다. 주요 경험과 성과 중심으로 써야 한다. 그리고 이력서는 한 장이면 충분하다. 런던, 프랑크푸르트, 도쿄, 뉴욕을 오가며 25년 동안 조 단위의 투자를 한 회계사이자 변호사 임원의 이력서도 한 장에 담긴다. 우리도 할 수 있다.

• 구체적인 성과를 숫자로: “프로젝트를 리드했다”는 약하다. “4,000억 원 규모 프로젝트를 리드했고, 12% 개선을 만들었다”는 다르다. 특히 미국은 결과 중심이다. 숫자는 신뢰를 만든다.

• 바로 일을 맡길 수 있는 사람처럼 써라: 특히 석사 졸업생 채용은 ‘신입’이 아니라 ‘바로 투입 가능한 사람’을 찾는 경우가 많다. 학생 마인드로 쓰면 안 된다. 신입 지원서가 아니라, 이직을 준비하는 것처럼 준비하는 편이 낫다. “배웠다”가 아니라 “해봤다”로 써야 한다.

• 한 개의 이력서로는 부족하다: 회사마다 좋아하는 사람의 모양이 다르다. 어떤 곳은 분석을, 어떤 곳은 실행을, 어떤 곳은 글로벌 경험을 본다. 그래서 몇 가지 버전을 만들어 두는 게 좋다. 사람은 같아도, 조명은 다르게 비출 수 있다.

• 채용공고 (Job Description)는 읽는 게 아니라 해석하는 것: 만약 financial modeling, stakeholder management, cross-functional 같이 어떤 단어가 반복된다면, 그건 힌트다. 이력서에도 그 언어가 들어가 있어야 한다. 위에서 이야기했지만 거짓말을 하라는 게 아니다. 내가 한 일을 그들의 언어로 번역하라는 뜻이다.


2. 커버레터 작성법

한국에서는 커버레터가 필수가 아닌 경우가 많지만, 영미권 특히 금융과 같은 전통 산업에서는 여전히 중요하다. 물론 요즘은 테크 업계를 중심으로 요구하지 않는 곳도 늘고 있지만 그래도 여력이 있다면 준비해 두는 편이 낫다.

• 커버레터는 자소서가 아니다: 편의상 커버레터를 ‘자소서와 비슷하다’고 말하긴 하지만, 사실 커버레터는 자소서가 아니다. 자소서는 내가 어떤 환경에서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설명하는 문서, 즉 나라는 사람이 형성된 성장의 서사이다. 반면 커버레터는 훨씬 실용적이다. 이 자리에 왜 내가 적합한지, 그리고 내가 들어가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설득하는 문서다. 즉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가 아니라, “그래서 제가 여기서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라는 느낌이다.

• 회사 이야기를 해야 한다: 내 이야기만 쓰면 안 된다. 그 회사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그 안에서 내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관심 있습니다”와 “최근 ○○ 프로젝트를 보고 지원했습니다”는 다르다.

톤이 태도를 말해준다: 당신을 채용하는 것은 우리 팀의, 그리고 당신의 미래 팀장의 성과 이기도 하다. “배우고 싶습니다”보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바로 기여할 수 있습니다”가 낫다.


마무리

1. 모든 회사와 모든 포지션에 완전히 맞춤형으로 준비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시간은 한정돼 있다. 그래서 나는 몇 가지 템플릿을 만들어 두고, 문장 몇 개와 키워드만 수정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완벽함보다 반복 가능성이 중요하다.

2. 한국과 영국 등 대부분의 국가는 A4 용지를 쓰지만, 미국은 Letter 사이즈를 쓴다. 세로 길이가 눈에 띄게 짧다. A4 기준으로 빽빽하게 채워둔 이력서는 아래가 잘릴 가능성이 있다. 사소해 보이지만 실제로 자주 발생한다. 제출 전에 반드시 확인하자. 같은 맥락에서 환율, 단위, 날짜 표기 등도 현지화하는 것이 좋다.

3. 지원서는 PDF로 제출하는 것이 안전하다. 파일이 열리지 않거나 서식이 깨지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지원자의 문서가 열리지 않으면 굳이 다시 요청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모르는 지원자를 위해 추가 시간을 쓰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종본은 흑백으로도 한 번 출력해 보는 것이 좋다. 면접 직전에 급하게 받아본 이력서가 전반적으로 침침해 보여 무언가 잘못된 줄 알고 디지털 파일을 열어본 적이 있다. 실제 파일은 회색과 옅은 하늘색을 포인트로 준 세련된 디자인이었다. 다만 프린터에서는 전부 어둡게 뭉개져 있었다.

4. 네트워크가 없다고 막막해할 필요는 없다. LinkedIn으로 동문을 찾고, 회사 사람들 프로필을 보고, 최근 뉴스와 리포트를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준비가 된다. 대부분의 회사는 홈페이지와 소셜미디어에 생각보다 많은 힌트를 공개해 둔다. 그걸 읽고 쓴 문장은 확실히 다르다.



※ 이 글은 채용 정보 플랫폼 IN THIS WORK의 “취업 준비를 위한 추천 아티클”로도 소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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